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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호

(기자의눈)끝을 모르는 가격인상

2021-12-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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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회사가 힘들다며 올해 연봉도 많이 안 올랐는데, 식품·외식 물가만 엄청 오르고 있어 힘들어 죽겠다. 1인 가구 입장에서 만원짜리 한 장으로도 넉넉히 먹을 만한 게 없다”
 
며칠 전 동네에서 친구들과 저녁 자리를 하던 도중 한 친구가 한숨을 쉬며 이 같이 토로했다. 그 친구 말에 따르면 코로나19로 회사 경영이 어려워져 상여금이 사라졌고 연봉은 2% 올랐다. 친구의 연봉 상승률은 최근 한국은행이 제시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 2.3%보다 낮은 수준이다.
 
외식비와 식품 가격이 끝을 모르고 오르고 있다. 올해 초부터 이어지고 있는 가격 인상러시는 결국 12월까지 이어졌다. 동원F&B는 이번 달부터 동원참치캔 22종의 가격을 평균 6.4% 인상했다. 동원참치 라이트스탠다드(135g) 4개짜리를 사면 1만원이 훌쩍 넘는다. 햄버거 프랜차이즈 업체인 롯데리아도 이번 달부터 판매 가격을 평균 4.1% 인상했다.
 
햄버거뿐만 아니라 국민 간식으로 꼽히는 치킨 가격도 올랐다. 교촌에프앤비는 지난달 말부터 교촌 치킨의 일부 제품 가격을 평균 8.1% 인상했다. 교촌에프앤비는 2014년 부분육 메뉴 가격을 올린 이후 7년 만에 인상이라고 밝혔지만 2만원이 훌쩍 넘어버린 치킨 값을 바라보는 소비자 시선은 차갑다. 그도 그럴 것이 배달비까지 포함하면 치킨 한 마리의 값은 2만원 중반 대에 이르기 때문이다. bhc와 BBQ는 가격 인상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업계 1위가 가격을 올린만큼 치킨 가격 도미노 인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치킨 외에 외식비 가격 인상 우려도 나온다. 지난달부터 배달 대행료가 30% 가량 오른 탓이다. 서울 주요 지역 기준 3000원~3500원이던 배달 대행료는 최근 4000원~4500원 수준으로 변경됐다. 서울 일부 지역에서는 5000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달 대행료가 인상될 경우 외식 자영업자와 프랜차이즈 가맹점 부담이 늘어나 외식비 가격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가격 인상에 나서는 업체들은 매번 원부자재 가격 상승, 인건비 상승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라고 항변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한숨 소리는 더욱 깊어지고 있다. 급여 상승보다 식품 물가 상승 폭이 더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 3월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0년까지 근로자 월급총액은 연 평균 3.4% 오른 반면 신선식품지수는 같은 기간 3.9% 상승했다.
 
앞으로 상황이 더 문제다. 보통 기업들은 연말 연초를 틈타 가격 인상에 나서기 때문이다. 올해 초부터 이어진 가격 인상 분위기가 해를 넘어 내년 초까지 진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내년에는 ‘내 월급만 빼고 다 오른다’는 친구들의 토로가 줄어들길 희망해본다.
 
유승호 산업2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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