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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서

민주당의 허술한 인재영입…"책 한권 읽고 조동연 추천"

1호 영입 조동연 교수, 인선 발표 하루 만에 '전문성 논란' 제기

2021-12-01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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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민주당이 선거대책위원회 쇄신과 청년 표심에 치중한 나머지 인재영입 검증에 소홀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검증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서둘러 발표해 되레 혼선만 빚어지는 경우도 잦다. 민주당이 지난달 30일 발탁한 조동연 서경대 군사학과 교수의 경우 영입 하루만에 전문성 논란이 제기됐다. 연구 경력도 짧고 실적도 미비한 데다 영입 과정은 조 교수의 저서 1권을 읽고 일사천리로 추진됐다. 외부인재 영입 1호부터 흐트러지면서 쇄신의 정당성과 방향성도 잃게 됐다. 
 
1일 정치권에선 민주당 공동상임선대위원장에 임명된 조 교수에 대한 검증 시스템이 허술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민주당에 따르면 조 교수는 육군사관학교(60기)를 졸업하고, 17년간 군 복무를 했다. 특히 민주당은 조 교수를 우주산업 전문가라고 소개했다. 조 교수가 우주산업과 미래전략 등에 관한 책 '우주산업의 로켓에 올라타라'를 집필했고 논문도 작성한 데다 지난해부터는 서경대 미래국방기술창업센터장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조 교수 영입 과정을 살펴보면 검증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의문만 생긴다.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조 교수는 송영길 대표가 이재명 후보에게 직접 영입을 제안했다. 송 대표는 올해 중순 이용빈 수석대변인에게 "2030세대를 대표하고, 민생·실용주의 입장에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그릴 인재를 찾아달라"고 주문했다. 고민하던 이 수석대변인은 조 교수의 저서 '우주산업의 로켓에 올라타라'를 읽고 그를 송 대표에게 추천했다. 민주당 1호 인재영입은 책 한 권을 읽고 일사천리로 진행된 셈이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조동연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이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방정책위원회-스마트강군위원회 1차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사진단
 
이 수석대변인은 "(조 교수는)미래에 대한 비전이 있고  2030세대에 부합했으며, 최근 기사에 언급된 걸 보면 국방·우주 전문가라고 돼 있어 적합하다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 후보도 조 교수 영입을 직접 발표하며 "우주산업 분야의 전문가"라고 치켜세웠다. 그러나 조 교수의 이력을 보면 우주항공 전문가라고 부를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우주항공 분야에 대해 관심을 기울인 시간이 채 2~3년으로 매우 짧고 관련 실적도 미비해서다.
 
지난달 19일 문화웹진 '채널예스'와 조 교수의 인터뷰를 보면, 그는 '20년 가까이 군 복무를 하다 어떤 계기로 우주산업에 관심을 갖게 됐냐'는 질문에 "2019년 11월 미 공군이 주최한 '우주 피치데이'라는 행사에 참석하고 돌아오자마자 책을 썼다"고 답했다.
 
학술콘텐츠 플랫폼 '디비피아(DBpia)'에서 '조동연 서경대 교수'를 검색하면 총 3편의 연구실적을 찾을 수 있다. 여기서 논문이라고 할 수 있는 건 올해 7월 발표한 '미래 우주전과 3D전략'이 유일하다. 관련 학계에선 해당 논문에 대해 "연구 논문이라고 볼 순 없고 기고문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또 조 교수는 지난해 4월에야 항공우주학회 정회원에 가입한 걸로 확인됐다. 정회원은 항공우주학과를 전공한 4년제 대학졸업자 혹은 이와 동등한 자격이 있는 자가 입회비 1만원과 회비 6만원을 내면 된다. 이 분야의 전문가들은 '펠로우', '종신회원' 또는 '명예회원'을 받는다. 조 교수는 전공자 수준이다.
 
대간첩 작전과 보안유지, 감시자산 운용 등을 담당하는 육군 정보병과 소령 출신인 조 교수가 항공우주 전문가로 불리게 된 것에 대해 이 수석대변인은 "그 분야 전문가로 보기는 어렵지만, 전문가라고 누가 라이센스(License)를 주는 것도 아니지 않냐"면서 "조 교수의 삶을 보면 자신만의 비전 등이 충분하다고 보인다"고 감쌌다. 안민석 의원도 이날 YTN 라디오에서 "그 분은 30대이지 않느냐"면서 "전문가들 내에서는 진짜 전문가들도 있고 아직 젊은 전문가들이 있는데 조금 관대한 시선으로 봐야 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군 일각에선 육사를 졸업해 소령까지 진급했으면서도 전역하고 교수로 전직한 것이 이례적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군 복무 중 국내외 명문 대학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고, 한미연합사령부와 육군본부 등을 거쳤음에도 전역한 것에 대해선 더 이상 군 복무를 할 수 없는 이유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 흘러나왔다.
 
민주당이 허술한 방식으로 인재를 영입한 건 이번만이 아니다. 민주당은 지난 28일 출범한 광주 지역선대위에 총 9명의 2030세대 선대위원장을 발탁했다. 이 가운데 1명은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 신도인 것으로 드러나 선대위 출범식 전 자진 사퇴했다. 민주당은 21대 총선에서도 20대 청년 원종건씨를 2호 인재로 영입한 바 있다. 원씨는 초등학교 6학년이었던 지난 2005년 MBC '느낌표'에 각막 기증으로 시력을 회복한 어머니와 함께 출연해 화제가 됐다. 당시 언론은 원씨를 두고 '효자 소년'이라는 애칭까지 붙였다. 하지만 원씨는 민주당에 영입된 직후 전 여자친구로부터 여성혐오와 가스라이팅으로 괴롭혀졌다는 폭로가 나왔다. 원씨는 사실을 부인했으나 결국 사퇴로 논란을 마무리했다. 
 
조동연 더불어민주당 신임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이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사진단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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