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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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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임료 반환’ 요구했다 변호사에 고소당한 의뢰인… 배심원단 ‘무죄’

국민참여재판 15시간 강행 끝 배심원단 만장일치 ‘무죄’ 평결

2021-11-10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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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자신이 선임한 변호사로부터 폭행죄로 고소를 당해 재판에 넘겨진 성폭행 피해자가 국민참여재판 끝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김선일)는 공동폭행,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 등 4명에게 10일 무죄를 선고했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이번 재판은 전날 오전 11시부터 시작해 자정을 넘겨 이날 오전 2시30분쯤 판결이 내려졌다.
 
이날 국민참여재판 배심원 7명 전원이 만장일치로 무죄 평결을 했고, 재판부도 이를 수용했다.
 
재판부는 “국민참여재판 진행 결과 평결 자체는 구속력이 없으나 국민참여재판 취지로 비춰볼 때 배심원들이 내린 결론을 존중한다”며 “배심원들의 만장일치 의견을 따르기로 했다”고 밝혔다.
 
성폭력 피해자인 A씨가 자신이 선임한 변호사에게서 폭행 혐의로 고소를 당한 것은 수임료 반환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벌어졌다.
 
A씨는 2017년 대학원 지도교수로부터 강제추행 등을 당해 형사소송을 진행했다. 그러나 가해자인 교수가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불기소 처분을 받자 되레 A씨를 무고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이에 A씨는 성범죄 전문 변호사로 유명세를 탄 B변호사에게 자신의 사건을 의뢰했다. 수임료는 1300만원이었다.
 
그런데 재판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A씨는 B변호사가 법원에 제출하는 변호인 의견서를 인턴사원에게 작성케 한 사실을 알게 됐다. 이에 A씨는 2019년 3월 B변호사에게 항의했다.
 
그러자 이 변호사는 A씨가 지급한 착수금 절반을 돌려주겠다며 돌연 중도 사임을 통보했다. 이에 A씨는 수임료 전액을 돌려받기 위해 2019년 4월 모친 등과 함께 B변호사 사무실을 찾아갔고, 사무실 직원인 사무장이 이들을 막는 과정에서 실랑이가 벌어졌다.
 
A씨 등이 사무실에 들어가자 B변호사는 경찰에 이들을 신고하며 공동폭행 등 혐의로 고소했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B변호사는 “피고인들로 인해 하루 종일 일을 할 수 없었다”며 “피고인들의 물리적 위협에 의해 (당시) 충격과 공포가 컸다”고 말했다.
 
검찰 측은 “피고인들이 허락 없이 B변호사방으로 들어가는 과정에서 사무장을 밀치고 폭행했다”며 “당시 녹음파일, 영상 등 정황상 이들은 서로 도와 범행에 가담하는 등 공동폭행, 공동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앞서 법원은 A씨가 B변호사를 상대로 제기한 (별도) 수임료 반환 소송에서 착수금 800만원 중 300만원을 돌려주라는 판결을 내렸다”며 “피고인들의 행위는 사회상규에 반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검찰은 피고인들에게 각각 벌금 120만~150만원을 선고해 달라고 배심원단에 요청했다.
 
반면 A씨 측 변호인들은 “피고인들이 B변호사 사무실을 들어가기 위한 과정에서의 불가피한 접촉이었지 물리력을 행사하려는 의도가 있던 게 아니다”라며 “피고인들의 행동은 사회상규를 벗어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서도 “의뢰인과의 ‘위임계약 해지 시 수임료 반환’은 변호사 업무 중 하나”라며 “형법상 업무방해죄가 성립하려면 위력이 존재해야하는데 피고인들의 항의는 애초에 위력 행사라고 볼 수 없으므로 업무방해죄가 성립된다고 볼 수 없다”고 반론을 펼쳤다.
 
A씨의 어머니는 “딸이 학교에서 겪지 않아야 할 일들을 겪었고, 그로 인해 구명보트 같은 존재라고 생각했던 변호사마저 일방적으로 사임을 통보하는 등 망망대해에서 구명보트까지 빼앗긴 것 같아 앞이 캄캄했다”며 “1300만원이 누군가에겐 쉬운 돈이겠지만, 저희 같은 서민에겐 2~3년을 모아도 어려운 돈”이라고 토로했다. A씨가 B변호사에게 현금으로 지금한 수임료 1270만원은 신용대출을 받아 마련한 돈이었다.
 
법무법인 지평, 이공, 덕수 등 3개 로펌 변호사들은 이 같은 사정을 고려해 무보수로 A씨 등을 지원했다. 국민참여재판도 이들 변호인단 요청으로 열렸다.
 
양측의 변론과 주장을 모두 청취한 배심원들은 심리 종료 후 만장일치로 A씨 등의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 평결을 내렸다. 재판부도 이에 따라 무죄를 선고했다.
 
이날 약 15시간만에 재판장이 ‘무죄’를 선고하자 A씨는 가족들과 함께 눈물을 흘렸다.
 
서울법원종합청사. 사진/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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