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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훈

[IB토마토]SK온, 내년 손익분기점 넘을 수 있을까…우려 시선도

반도체 수급 불안, 장기화할 듯···마그네슘 쇼크 가능성도

2021-11-12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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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2021년 11월 10일 11:27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김성훈 기자] 배터리 사업 후발주자인 SK온이 내년에는 손익분기점(BEP)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우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반도체 수급 부족·중국 전력난 등 외부적 요인으로 목표 달성이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를 드러낸다. 실적 개선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변수가 많은 상황이어서 손익분기점을 찍고 흑자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장담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SK이노베이션(096770)의 배터리 부문 자회사 SK온은 지난달 29일 컨퍼런스콜을 통해 “손익이 꾸준히 개선되고 있는 만큼 4분기에는 흑자가 가능하다”라며 “내년 영업이익 손익분기점(BEP) 달성 목표는 그대로다”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온의 올해 3분기 기준 매출액은 8168억원, 영업손실은 987억원이다. 특히 SK온의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은 1조9733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과 비교해 77.2%, 8600억원 이상 증가했다. 올해 매출 3조원을 돌파하고, 내년에는 6조원대 중반까지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 SK온 측의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 전기차 배터리 생산거점 현황. 사진/SK이노베이션
 
수주잔고 역시 국내 배터리 3사 중 가장 많다. 현재 SK온의 수주잔고는 1.6TWh(테라와트시)로, 약 220조원 규모다. SK온은 생산 능력을 점차 강화해 올해 40GWh(기가와트시)를 달성할 계획이며, 2025년에는 220GWh 이상으로 성장시킬 예정이다.
 
업계에서도 SK온에 대한 기대가 상당하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2022년은 SK온의 흑자전환 원년이 될 것”이라며 “상대적으로 고가제품인 폭스바겐의 ID4와 포드의 F-150 용 배터리 납품이 시작되는 것이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외부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어서 내년에도 손익분기점을 넘어서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가장 큰 악재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 문제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차량용 반도체 수요는 총 수량 기준 올해 1325억개에서 2027년 2083억개로 연평균 8% 수준으로 계속 증가할 전망”이라며 “중·장기적으로 차량용 반도체 수요 증가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반도체 대란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실제로 SK온과 납품 계약을 맺은 포드·폭스바겐을 비롯해 스텔란티스·GM·혼다 등 글로벌 상위 완성차 업체의 3분기 누적 생산은 2019년보다 30%가량 감소했다. 허버트 디에스 폭스바겐 CEO는 “자동차 업계가 반도체 부족에 상대적으로 취약해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서 제때 신차를 공급하지 못했고, 시장 점유율이 감소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군나르 하만 포드 유럽대표도 “반도체 부족 현상이 언제 해소될지 예측하기 어렵지만 경우에 따라 2024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반도체 부족으로 신차 출시가 미뤄지거나 차량 생산이 줄면 SK온의 매출 반영과 실적 개선도 늦어질 수밖에 없다. 
 
중국 전력난으로 인한 마그네슘 부족도 SK온의 손익분기점 달성에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중국에서 80%가량을 생산하는 마그네슘은 가볍고 단단해 자동차·스마트폰·배터리 부품 등의 소재로 많이 쓰인다. 특히 전기차의 주행거리 향상의 주요 조건인 ‘차체 경량화’를 위한 알루미늄 합금 생산의 필수 원료로 알려져 있다.
 
중국 내 석탄 가격 상승과 전력난으로 중국의 마그네슘 생산량은 평시의 약 50% 수준에 그치고 있다. 생산량 감소로 마그네슘 가격도 크게 뛰어, 연초의 2배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조너선 오리오던 유럽자동차제조협회(ACEA) 국제무역 책임자는 “2∼3주 안으로 마그네슘 부족이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라고 말했다. 폭스바겐의 구매 담당 책임자 역시 “현재 상황대로라면 마그네슘 부족은 반드시 닥칠 것”이라며 “다만 마그네슘 부족이 반도체 부족보다 더 큰 문제가 될지는 당장 예측하기 어렵다”라고 전했다.
 
 
외부 환경적 요인 외에도 SK온의 누적 영업손실이 크다는 점, 계속해서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도 실적 회복이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키운다. SK온의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손실은 3733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보다 17.5%, 557억원 증가했다. LG에너지솔루션(LG화학(051910))의 영업손실이 지난해 리콜 사태에도 불구하고 1665억원에 그친 것과는 차이가 있다. 
 
지난 4일에는 중국 배터리 4공장 신설을 위한 추가 투자 계획도 나왔다. SK온은 중국 장쑤성 옌청시와 투자협약을 체결하고 총 25억3000만달러, 우리돈 약 3조원을 공장 건설에 투입하기로 했다. 이미 SK온은 지난 9월 중국 4공장 신설을 위한 등록 자본금으로 우리돈 약 1조2000억원를 우선 출자한다고 밝혔다. 착공 시기가 내년임을 고려하면 나머지 1조8000억원 투자도 내년부터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이인영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배터리 부문은 성장 초기 단계로, 생산 능력 확대와 양산 과정에서의 실제 운영효율성 시현 수준 등에 따라 실적 가변성이 내재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라며 “2021~2025년간 총 17조원가량의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고 있으며, 중기적으로 자체 영업상 창출 자금을 통한 투자 소요 대응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SK온 측은 4분기에 흑자를 달성하고, 내년에 손익분기점을 돌파한다는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수주잔고 등을 볼 때 장기적으로는 실적 개선이 확실하지만, 불확실성이 큰 현재의 외부 상황과 SK온의 적자 규모·투자 현황 등을 생각하면 내년 손익분기점 돌파에 대한 의문이 드는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김성훈 기자 voic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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