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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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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가분해진 이재명, '전두환' 파문의 윤석열과 진검승부

갈등 봉합까지 긴박했던 '이재명의 2주' 막전막후

2021-10-25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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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기성 기자]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가 본궤도에 오를 채비를 마쳤다. 안팎의 호재를 만나면서다. 그간 이 후보를 괴롭히던 경선 후유증은 24일 이낙연 전 대표와의 회동으로 일단락됐고, 이를 바탕으로 오는 26일에는 문재인 대통령 예방에 나선다. 앞서 봉하마을을 찾은 자리에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로부터 "노무현을 닮은 후보"라는 최고의 극찬을 이끌어냈다. 친노·친문이 거부할 수 없는 명분을 거머쥔 이 후보는 국민의힘 주자로 유력한 윤석열 후보의 '전두환 미화' 파문을 계기로 중도층과 2030 표심 회복에 나선다.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찻집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사진 오른쪽)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회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 후보는 24일 오후 이 전 대표와 서울 종로 한 찻집에서 만나 문재인정부 성공과 정권재창출을 위해 힘을 모으기로 합의했다. 특히 이 전 대표가 "지지자들께서 여러 생각을 가질 수 있지만 민주당 정신과 가치를 지키고 이어가야 한다는 대의를 버리지 마시길 호소드린다"고 말하면서, 갈등 봉합의 계기가 마련됐다는 평가다. 이 후보는 이 전 대표 표현을 빌려 '원팀' 대신 '드림팀'으로 표현했고, 회동 이후에는 "국민과 당원동지들, 지지자 여러분께 좋은 모습 보여드려 기분 좋은 저녁"이라고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이 후보는 지난 10일 당의 대선후보로 선출됐음에도 애를 태워야 했다. 경선에서 중도사퇴한 정세균·김두관 후보의 득표를 어떻게 처리할 지를 놓고 13일 당무위원회를 소집하는 등 내분에 시달려야 했다. 이후에는 국민의힘에 맞서 국정감사를 준비하는 한편 이 전 대표와의 이른 만남을 추진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특히 이 과정에서 송영길 대표가 이 전 대표 지지자들을 향해 "일베 수준"이라고 말해 '원팀은 끝났다'는 말까지 나돌았다. 문 대통령과의 회동도 뜻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청와대가 사실상 회동의 전제조건으로 당의 화합을 요구하면서 비주류의 서러움을 느껴야 했다. 급기야 이 후보와의 전화통화 내용을 놓고 이 전 대표 측이 '오보'라며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않는 등 냉기가 흘렀다. 
 
22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광주시 북구 5·18민주묘지를 참배하면서 땅에 박혀 있는 '전두환 기념비'를 밟고 있다. '전두환 기념비'는 1982년 전두환씨의 전남 담양군 방문을 기념해 세워졌던 비석으로, 광주·전남 민주동지회가 비석의 일부를 떼어내 가져와 참배객들이 밟고 지나가도록 설치했다. 사진/이재명 후보캠프
 
답답하던 흐름은 뜻하지 않은 곳에서 풀리기 시작했다. 19일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전두화 미화' 발언이 정국을 뒤엎으면서 활로가 마련됐다. 이 후보는 22일 광주 5·18 국립묘지를 참배, 묘역 입구 바닥에 놓인 전두환 기념비를 밟으며 윤 후보와의 차별화에 주력했다. 민주당의 정신적 지주인 광주에서 존재감을 부각시킨 이 후보는 이날 오후에는 친노의 성지와도 같은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을 참배했다. 특히 권양숙 여사는 이 후보를 향해 "노무현을 가장 많이 닮은 후보"라고 표현해 천군만마를 얻었다. 가난, 변방, 비주류의 역경을 딛고 여당 대선후보로 올라선 일련의 과정이 노 전 대통령과 흡사하다는 일종의 안타까움이자 격려였다.   
 
물 밑에서는 이 후보 측 정성호 의원과 이 전 대표 측 박광온 의원이 회동 일정 등을 놓고 조율에 돌입했다. 정 의원은 23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내일 두 분이 회동을 한다"며 "장소와 시간 등은 이 전 대표 측에서 정해서 오늘 중으로 우리 쪽에 통보해 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통보'라는 표현에서 읽을 수 있듯, 이 후보 측으로서는 단어 하나하나에 극히 신경을 썼다. 냉랭한 이 전 대표의 심기를 달래야 하는 상황에서 혹시나 잘못된 신호가 전달될까, 우려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어 1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이재명 후보는 이낙연 전 대표와 24일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안국동의 한 찻집에서 만나 문재인정부의 성공과 정권재창출을 위한 협력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는 공지가 기자들에게 전달됐다. 공지에는 주체와 객체를 바꿔 "(이낙연 전 대표는 이재명 후보와)"를 따로 써 넣는 등 이 전 대표에 대한 예우에 애쓴 흔적이 뚜렷했다.
 
경선 종료 2주 만에 이 전 대표와 손을 맞잡은 이 후보는 25일 오전 경기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도지사직 사임을 공식화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대한민국이 부러워하는 경기도를 만들었던 것처럼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선도국가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며 "이제 저는 도민 여러분들께서 보여주신 민주주의와 공동체에 대한 애정, 집단지성의 힘을 믿고 경기도지사직에서 물러나 20대 대통령선거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나서고자 한다"고 대선후보로서의 행보를 본격화했다. 이 후보는 확대간부회의 주재, 도의회 방문 등의 일정을 소화한 뒤 자정을 기해 도시자 소임을 마치게 된다. 
 
14일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균형발전 성과와 초광역협력 지원전략 보고'행사를 마친 후 기념촬영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오는 26일에는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과의 차담이 예정돼 있다. 이 전 대표와 힘을 합치기로 결의한 만큼 청와대를 향하는 이 후보의 발걸음도 가볍게 됐다. 문 대통령은 28일 7박9일 일정의 유럽 순방길에 오른다. 당초 문 대통령과의 회동은 27일이 유력했으나 아세안+3 화상 정상회의와 동아시아 화상 정상회의 준비로, 하루 앞당겨진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당적을 보유하고 있는 문 대통령과의 회동은 당의 대선후보로 추인되는 마지막 절차로 정치권에서는 인식하고 있다. 여권 주류인 친문 진영도 두 사람 회동을 계기로 급속히 이 후보 진영으로 몸을 옮길 가능성이 높다. 또 이 후보는 자신을 향해 "구속" 등의 날선 발언도 마다치 않았던 5선의 설훈 의원을 통합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추대, 이 전 대표와의 화해 진정성을 보일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  내분을 정리한 이 후보는 본선으로 무대를 옮겨 자신의 세대별·지역별·정치성향별 취약점으로 지목되는 2030, 영남, 중도층 공략에 매진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윤 후보가 '전두환 미화' 논란에 이어 '개 사과'까지 연이은 파문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만큼 호기를 반전의 기회로 삼는다는 복안이다. 이 후보 측 한 핵심 관계자는 "본선 상대로 윤 후보를 유력하게 보고 있다"며 "전두환 망언으로 전선이 명확해진 점은 명백한 기회"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 후보의 오만한 이미지를 어떻게 털어낼 것인지에 대해서도 여러 각도로 고심이 많다. 다만 이럴 경우 후보의 선명함이 죽을 수도 있어 이래저래 고민"이라고 털어놨다. 
 
김기성 기자 kisung012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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