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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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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진만 염두에 두려합니다
(아시아 민주주의, 한국에 길을 묻다)④"선민의식 위험…한국 되돌아보는 길 돼야"

민주주의는 국가의 역사적 특성·문화적 한계 가져

2021-10-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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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 정치권, 시민사회 등이 미얀마와 홍콩 등 아시아 민주화를 지지하고 도와줄 때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한국이 민주화를 이뤄냈다고 해서 한국인이 일종의 '선민의식'을 지닌 채로 민주화 경험을 아래로 전수한다는 자세로 접근하면 곤란하다는 것이다.
 
이원영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한국민주주의연구소장은 지난 20일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다른 나라의 국민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공공외교에서 민주주의 교육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교육 내용은 한국의 민주화 경험뿐 아니라, 현재 한국의 문제점과 앞으로 달성해야 하는 과제도 겸손하게 알리고 각 나라 형편에 맞는 민주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일 이원영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한국민주주의연구소 소장이 경기 의왕시 소재 사업회 본부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홍명교 '플랫폼 C' 동아시아팀 활동가도 지난 6월 민주주의 관련 포럼에서 발표한 글에서 "한국의 민주주의 성과를 전파하려는 노력이 무의미하다고 할 순 없겠으나, 자칫하면 우리만의 자족적인 행위에 그칠 수도 있다"며 "한국 민주화 운동의 어떤 가치가 동아시아 민주주의 증진에 기여할지 여부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빠진다면 단순한 시혜를 넘어설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각국 역사가 지닌 차이를 이해하고, 한국 민주화 운동이 넘어서지 못한 한계, 우리가 함께 맞서야 하는 새로운 위기에 대해서도 분명히 토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함부로 나서면 아프간꼴 난다"
 
아울러 한국인들의 선민의식 여부를 떠나, 특히 정부가 주도하는 민주주의 전파 자체가 위험하다는 시각도 있다. 미국이 중국 등을 공격하려는 목적으로 민주주의를 내세우는 이상, 민주화 지지를 함으로써 일종의 진영 논리에 빨려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김태환 국립외교원 교수는 지난 20일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미국이 '민주주의 확산을 군사력까지 동원해 확산하겠다'고 한 대표 사례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라며 "거의 재앙 수준으로 실패했다"고 평했다.
 
이어 "정부가 민주주의를 이야기할 경우 미국편에 서서 보편성을 주창한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국제정치가 선과 악으로 이분화되고, 그 사이 갈등이나 대결이 일어나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대신 시민사회 나서야"
 
결국 민주주의가 국경 앞에서 멈출 수 밖에 없는 현실 국제정치상, 민주화에 도움을 주려면 각종 우회로를 개발하라는 주문이 나온다. 상대 국가가 내세우는 가치를 이해하려는 자세를 취하거나, 민주주의 대신 평화를 내세우든지, 정부 대신 시민사회가 나서는 식이다.
 
정부 차원의 지원은 자칫 내정간섭 시비를 부를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김 교수는 "홍콩에서 미국의 민주주의 가치·규범과 중국의 주권이 충돌한다"며 "중국은 주권을 내세우며 내정 간섭하지 말라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 이야기하는 인권은 정치적 자유, 개인의 자유이고 중국이 얘기하는 인권은 발전의 자유, 빈곤 극복할 인권"이라며 "무턱대고 민주주의와 인권을 얘기한다고 해서 될 건 아니다. 민주주의·인권에 대해 상이한 이해의 간극을 좁히고 타협하는 게 공공외교 핵심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중도적인 가치로서 평화공공외교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며 "공권력의 부당한 탄압 해소를 내세우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나현필 국제민주인대 사무국장은 지난 22일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인권을 보장할 수 있는 지역체제 건설은 반드시 필요하다. 시민사회도 적극적으로 이 문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에 참여할 때라고 생각한다"며 "이를 위해 한국이 스스로 민주주의와 인권 모두 모범을 창출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이 스스로 모범을 만들어야만 중국을 비롯해 아시아 국가들을 설득해 나갈 수 있는 힘을 갖출 수 있다"며 "민족주의에 기반한 대립과 친중과 반미라는 구도를 극복해 민주주의·인권 문제에 원칙을 세우고 필요한 일들을 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에게 기대하기보다는 아시아 국가들의 시민사회가 뭉쳐야 한다는 제언도 있다. 홍 활동가는 "위로부터의 연대는 언제나 역사적 한계와 국경들이 나눈 현실 앞에 멈출 수 밖에 없다"며 "노동, 반전·평화, 기후위기를 주제로 아래로부터의 시민 연대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지난해 7월 22일 5·18민주열사 문재학 군(1980년 당시 17살)의 어머니 김길자(81)씨가 광주 북구 자택에서 홍콩 민주화 운동을 이끌고 있는 조슈아 웡(24)과 영상 통화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부가 개발도상국을 지원할 때 단순히 인프라 등에만 비용을 투입하는 게 아니라, 민주주의나 평화 같은 가치 증진에도 들이고 지원 경로 역시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제개발협력감시 시민단체인 '발전대안 피다' 한재광 대표는 “한국은 개도국의 민주주의 발전 위해 정확히 얼마나 공적개발원조(ODA) 쓰고 있는지 목표도 정하지 않고, 특별히 신경쓰지 않고 있는 것 같다"며 "점진적으로 개도국 민주주의 발전을 지원하는 걸 중요한 목표로 설정하고 규모도 늘리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지난 6월 민주주의 관련 포럼에서 "한국의 공공외교는 시민사회와 공조가 잘 안되고 있다"며 "노르웨이는 평화 외교 과정에서 ODA의 거의 절반을 NGO가 집행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 6월30일 서울글로벌센터에서 열린 서울민주주의포럼에서 김태환 국립외교원 교수(오른쪽 3번째), 강인남 해외주민운동연대 대표(오른쪽 2번째), 찬빅재씨(오른쪽 6번째) 등이 '세 손가락'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뉴스토마토 기획취재팀 최병호·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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