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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호

(단독)불법 파업 현장에 직원 파견한 SPC…'갑론을박'

"과장이상 남자 차출" 통보…팀장들 "여직원·저연차는 왜?" 역차별 호소

2021-09-23 13:33

조회수 : 1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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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화물연대 시위에 SPC그룹 계열사 직원을 파견했다는 게시글이 올라온 블라인드. 사진/제보자 제공
 
[뉴스토마토 유승호 기자] “담당 직원도 아니고 근무시간은 더더욱 아니고 무슨 일이라도 나면 책임질 것도 아니면서 그냥 이렇게 부르는 것은 불쾌하다”
 
민주노총 화물연대본부가 전국 SPC그룹 사업장에서 파업 중인 가운데 SPC그룹이 노조 시위 현장에 본사 직원들을 보낸 것에 대해 직원들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23일 뉴스토마토 취재에 따르면 이날 SPC그룹 계열사 일부 직원들은 세종공장, 청주공장 등에 집결했다. 구체적으로 일부 SPC삼립 직원들은 이날 오전 6시 30분부터 SPC삼립 세종공장(밀다원·밀가루 제조공장)에 모였다. 또 일부 SPC GFS 직원들은 SPC삼립 청주공장에 집결했다. 
 
이들이 파견된 건 민주노총 화물연대 본부의 파업 탓이다. 민주노총 화물연대 본부는 이날 오후 1시 SPC삼립 세종공장(밀다원·밀가루 제조공장) 앞에서 결의대회를 연다.
 
이런 가운데 SPC삼림 직원 파견을 두고 강제 차출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앞서 SPC삼립 인사 총무팀은 추석 연휴인 지난 18일 팀장들을 대상으로 단체 문자를 발송했다.
 
문자에는 23일~25일 화물연대 시위 관련 지원해 인력을 편성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오전 6시반까지 세종시에 집결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차출 인력은 과장 이상 남자로 규정했다.
 
이를 두고 회사가 관리자급 이상 과장, 남자 직원만 현장으로 파견하자  "여직원이랑 저연차 직원들은 왜 안부르냐"며 '역차별'이라며 문제를 제기한 직원들도 나오고 있다.  
 
직장인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강제 차출에 대한 불만과 역차별 글이 쇄도했다.
 
한 직원은 블라인드를 통해 “직무 상관없이 거주·근무 모두 서울인 사람들에게 세종에 6시 30분까지 오라는 건 생각이란 걸 하고 보내는 건가”라며 “연휴 시작에 좋은 소식 감사하다”고 비판했다.
 
과장급 이상으로 직원들을 파견하면서 본사 차원에서 차량, 대체휴일 지원 등이 없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실제로 SPC삼립 총무팀은 세종 공장 파견시 주차 지원이 안 되기 때문에 자차 또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라며 교통비는 출장비로 지급된다고 밝혔다. 또 SPC그룹 계열사인 파리크라상 직원들은 추석 연휴 기간에 파업 현장에 차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직원은 “회사가 힘들면 직원을 동원할 수도 있는데 최소한 전세버스는 섭외해야하는 거 아니냐”면서 “수당을 주든가 대체휴일을 주든가 뭔가 말이 있어야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직원은 "사무직 노조도 있어야 하나"며 토로했다. 
 
민주노총 화물연대 파리바게뜨분회 화물차주들이 지난 3일 오전 광주 광산구 호남샤니 공장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증차에 따른 운송 노선 재조정' 합의 이행을 촉구하는 한편, 경찰의 강경 진압을 규탄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앞서 민주노총 화물연대는 지난 2일 호남 지역에서 SPC그룹 관련 빵·재료 운송 거부를 시작했다. 이들은 과도한 업무량을 개선하기 위한 증차와 배송노선 조정 등을 요구했다.
 
이어 민주노총 화물연대는 지난 15일 0시를 기준으로 수도권과 영남권 등 전국 11개 SPC그룹 물류센터에서 운송을 거부하는 파업에 돌입했다. 파리바게뜨에 완제품 빵이나 빵을 만들 재료를 배송하는 전체 차량 중 30%인 200여대 차주가 파업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물연대는 기자회견을 통해 “열악한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는 투쟁이 시작되자 SPC가 전원 해고와 손해배상 청구 등 노조 탄압에 나서 파업을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17일에는 전남 함평군 엄다면 무안광주고속도로 함평나비휴게소에서 파리바게뜨 배송 대체 기사가 몰던 화물차의 연료 공급선을 누군가 고의로 절단한 사건도 벌어지기도 했다.
 
유승호 기자 pet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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