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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법원 "인앱결제 강제는 반경쟁적"…애플, 앱 내 '외부결제 링크' 추가해야

미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연방법원, 에픽게임즈 vs 애플 소송 판결

2021-09-11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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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배한님 기자] 대한민국 국회에서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이 통과된 지 열흘 만에 미국 법원에서도 유사한 취지의 판결이 나왔다. 
 
미 법원 "애플, 반경쟁법 위반…앱에 외부결제 링크 허용해야"
 
애플 앱스토어. 사진/AP·뉴시스
 
10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미국 캘리포니아 주 오클랜드 연방법원은 인앱결제를 강제하는 애플의 애플리케이션(앱) 마켓 정책이 반경쟁적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번 판결로 애플은 90일 이내에 개발자들이 앱 내에 외부 결제용 링크를 넣을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 다만, 애플이 항소와 동시에 해당 조치 유예를 신청할 가능성이 높아 90일 뒤에도 외부결제 링크를 찾아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번 재판은 글로벌 게임 기업 '에픽게임즈'가 지난해 8월 애플의 앱마켓 정책이 반경쟁·반독점적이라며 제기한 소송으로 시작됐다. 에픽게임즈는 지난해 8월 자사의 1인칭 슈팅 게임(FPS) '포트나이트'에 애플 인앱결제 외에 앱 내에서 결제할 수 있는 자체 결제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에 애플은 에픽게임즈가 앱마켓 정책을 위반했다며 포트나이트를 애플 앱스토어에서 퇴출했다. 
 
애플은 자사 앱마켓인 '애플 앱스토어'에서 유통되는 앱에 자체 결제 시스템인 '인앱결제'를 의무 적용해왔다. 개발자는 앱 내에서 외부결제 관련 정보를 게재하거나 외부결제 시스템으로 연결되는 링크를 삽입할 수도 없다. 최근 앱 안에서 외부결제 시스템이 있다는 사실만 알릴 수 있도록 정책을 변경했지만 궁극적으로 인앱결제 강제를 푼 것은 아니었다.  
 
법원은 애플의 시스템이 반경쟁적이라고 판단했다. 재판을 맡은 이본 곤살레스 로저스 판사는 "애플이 (결제 시) 외부이동 차단(anti-steering) 조항은 소비자들에게 중요한 정보를 숨기고 불법적으로 소비자의 선택을 억압한다고 결론 내렸다"며 "이는 반경쟁적이며 전 지역에서 이 조항을 삭제하는 것은 정당하다"고 했다. 
 
애플, 반독점법 위반 혐의는 벗어…10개 중 9개 쟁점 기각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사진/AP·뉴시스
 
다만 법원은 애플의 앱마켓 정책이 반독점적이라는 에픽게임즈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에픽게임즈가 제기한 소송 쟁점 10가지 중 9가지는 반독점과 관련된 내용인데, 법원은 이 9가지 쟁점을 모두 기각한 것이다. 
 
에픽게임즈는 앱스토어가 iOS 시스템에서 앱을 구매할 수 있는 유일한 '독립된 시장'이라 주장했다. 애플이 자사 앱마켓 '앱스토어'를 통해서만 앱을 구매·설치할 수 있도록 하는 폐쇄적 조치가 독점금지법을 위반한다는 것이다. 에픽게임즈는 iOS 시스템에서도 서드파티 앱마켓을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원은 애플이 독점 시장을 갖고 있지는 않다고 판단했다. 해당 사안에 있어 애플 앱스토어는 '모바일 게임 시장'에 속하며, 모바일 게임을 구매할 수 있는 시장은 앱스토어 외에도 많다는 것이다. 로저스 판사는 "애플이 독점사업자라는 사실을 에픽게임즈가 입증하지 못했다"며 "연방 또는 주 정부의 반독점법에 비춰 애플이 독점기업이라고 궁극적으로 결론 내릴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법원은 오히려 에픽게임즈가 자체 결제 시스템으로 벌어들인 매출의 30%를 애플에 지급해야 한다고 했다. 자체 결제 시스템을 구축해 수수료를 피한 것은 애플과의 계약 위반이라는 것이다. 
 
외신, 사실상 애플 판정승…남은 변수는 '앱마켓 규제 법안'
 
애플과 에픽게임즈의 소송 장면 스케치. 팀쿡 애플 CEO(왼쪽)가 에픽게임즈의 법률대리인 개리 본스타인 변호사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AP·뉴시스
 
외신은 이번 판결로 애플이 얻은 것이 더 많다고 판단했다. 외부결제 링크 삽입으로 애플의 수수료 매출이 크게 줄겠지만, 법원이 애플의 iOS와 앱스토어 생태계가 불법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해준 셈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블룸버그와 씨넷 등 외신은 "전체적으로 애플이 승리한 판결"이라고 이번 재판을 평가했다. '반경쟁' 부분에서도 앱 내부에 다른 결제 시스템을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결제 '링크' 정도를 허용한 것이기에 애플로서 크게 손해본 것이 없다고 봤다. 
 
반면 NYT는 애플과 에픽게임즈가 각각 절반의 승리를 거뒀다고 설명했다. 애플은 반독점법 위반 혐의를 벗었고, 에픽게임즈는 사용자들에게 한층 더 쉽게 외부결제를 제공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NYT는 이번 판결이 "애플에 타격이 큰 손실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당장은 반독점법 위반 기업이라는 오명은 피했지만, 애플 입장에선 안심하기 이르다. 미 상·하원이 구글과 애플 등 거대 앱마켓 사업자를 규제하는 법안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해당 법안은 앱 내 외부결제 시스템뿐만 아니라 서드파티 앱마켓까지 허용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한국의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에서 한 발 더 나간 것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이후 재판에서 흐름 또한 바뀔 가능성이 높다. 애플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이 법을 막아야 자사 모바일 시스템을 유지할 수 있다. 
팀 스위니 에픽게임즈 최고경영자(CEO)의 트위터. 사진/팀 스위니 트위터 갈무리
 
 
한편, 애플과 에픽게임즈 모두 이번 판결에 항소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외부결제 링크 삽입을 막기 위해, 에픽게임즈는 앱 내에서 외부결제를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팀 스위니 에픽게임즈 최고경영자(CEO)는 자신의 트위터에 "오늘의 판결은 개발자나 소비자에게 승리가 아니다"며 "에픽은 계속해서 싸울 것"이라고 했다. 
 
배한님 기자 bh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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