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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훈

[IB토마토]'1700억 투입' KT, 데이터 기업 '엡실론' 품는 속내는

KT, 기업회선·IT·클라우드 부진 타계 위해 엡실론 선택

2021-09-10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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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2021년 09월 9일 17:39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김성훈 기자] KT(030200)가 결단을 내렸다. 현대HCN을 인수한 데에 이어 엡실론을 품에 안으면서 ‘디지코 KT(DIGICO)’로 비상하기 위한 양 날개를 갖췄다. 업계에서는 KT가 이번 엡실론 인수로 다소 정체된 클라우드 사업에 활기를 불어넣고, 디지코의 한 축으로서 실적 개선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KT는 9일 글로벌데이터 전문기업 엡실론(Epsilon Global Communications Pte. Ltd)의 지분 100%를 1억4500만달러, 우리돈 약 1700억원에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인수는 대신증권(003540)의 자회사인 대신프라이빗에쿼티(대신PE)와 공동투자로 진행했다. 계약일은 지난 8일이며, 계약 대상은 엡실론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말레이시아 쿠옥(Kuok)그룹이다.
 
지난 4월 알티미디어를 인수한 데에 이어 현대HCN까지 손에 넣은 KT가 미디어·콘텐츠 기업이 아닌 데이터 통신 회사를 사들인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실적에서 찾을 수 있다. 
 
   
KT의 지난 2분기 실적을 보면, 인터넷(IP)TV와 미디어·콘텐츠 사업에서는 양호한 성장을 보였다. 지난 6월 국내 최초로 가입자 900만명을 돌파한 인터넷(IP)TV 사업 매출은 지난해보다 14.5% 증가했으며, 케이티시즌·KT스튜디오지니 등 콘텐츠 그룹사 매출도 같은 기간 16.3% 증가했다. 
 
그러나 주력 신사업 중 하나인 클라우드 사업이 포함된 AI/DX 부문의 경우 올해 2분기 매출이 전년도에 비해 6.2% 증가하는 데에 그쳤다. 기업회선 부문의 매출 성장 역시 4%를 겨우 넘겼고, 기업IT/솔루션 부문은 같은 기간 오히려 8% 감소했다. 
 
전체 매출 중 IPTV·기업·콘텐츠 자회사·스카이라이프 등 탈통신 신사업의 매출 비중은 아직 전체의 25.6% 수준이다. “2025년까지 비통신 매출 비중을 50%로 키우겠다”라는 구현모 대표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성장이 정체된 기업·클라우드 부문의 실적 개선이 절실한 것이다.
 
엡실론은 데이터 전문기업으로서 본사가 있는 싱가포르를 비롯해 영국·미국·불가리아·홍콩 등을 주요 거점으로 두고 있으며, 거점 국가의 도시 중 런던·뉴욕·싱가포르에 데이터센터(IDC)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이에 더해 세계 20개 국가·41개 도시에 260개 이상의 PoP(Point of Presence)를 보유하고 있다. PoP란 글로벌 통신 서비스 제공을 위해 설치하는 일종의 ‘해외 분기 국사’를 말한다.
 
KT가 주목한 것이 바로 이 부분이다. 엡실론은 미국·유럽·아시아 등 전 세계 통신사와 기업고객을 대상으로 △본사-지점 연결 글로벌데이터 서비스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연결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사업 내용이 현재 KT가 영위하는 기업회선·IT, AI/DX(인공지능/디지털전환) 사업과 대부분 같다. 국내·아시아 권역에 그치고 있는 KT의 사업 영역을 단숨에 전 세계로 넓힐 수 있는 기업이 엡실론인 것이다.
 
KT에 따르면 엡실론의 지난해 기준 매출액은 590억원 수준이다. 기업회선·IT·AI/DX 부문을 더한 KT의 ‘기업’ 부문 작년 매출액이 약 2조7742억원임을 고려하면 당장 매출에 큰 도움이 되는 수준은 아니다. 업계 관계자는 “매출 규모와 상관없이, 국내 시장에서는 성장 한계에 도달한 데이터·클라우드 부문에서 KT가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할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와 잠재력이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KT의 현재 국내 공공·부문 클라우드 점유율은 70%에 달한다.
 
실제로 KT 역시 인수 이후 발표한 계획을 통해 “엡실론의 세계 네트워크·영업 거점과 KT의 정보통신기술(ICT)·영업 역량·국내 B2B 고객 네트워크가 결합하면 큰 시너지를 낼 것”이라며 “국제전용회선 등 회선 연결 서비스를 비롯해 데이터센터 간 연결(DCI, Data Center Interconnect), 이종 클라우드 간 연동(Cloud Connectivity) 등 더욱 진화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KT는 이에 더해 엡실론을 글로벌데이터 사업 확장을 위한 ‘볼트 온(Bolt-on) 전략’의 핵심 플랫폼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유관 기업 인수 전략’으로 풀이되는 볼트 온 전략은 사업적으로 연관이 있는 다른 기업을 추가로 인수해 시너지와 규모의 경제를 만드는 것을 말한다. KT는 앞으로 엡실론을 통해 △IT플랫폼 솔루션 △데이터센터 △해저광케이블 인프라 등 글로벌 통신 필수 분야 기업에 대한 전략적 인수합병(M&A)을 추진할 방침이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데이터 사업이 2025년 10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이번 엡실론 인수는 KT가 데이터·클라우드 부문에서 더 많은 기회를 잡을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성훈 기자 voic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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