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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주아

문턱 높은 기안기금, 벼랑 끝 LCC엔 '그림의 떡'

40조원 중 6472억원 공급…아시아나·제주 3321억원

2021-09-09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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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정부가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항공업 등 산업 금융 지원책으로 마련한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차입금 기준과 금리가 높아 경영난이 이어지는 저비용항공사(LCC)에게는 사실상 '그림의 떡'이기 때문이다. 기금 조성 취지에 맞게 문턱을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금융당국도 지원 확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기안기금운용심의회는 지난달 기안기금 지원기한을 올해 말에서 내년 말로 1년 연장했다. 지원 규모는 올해 40조원 수준에서 내년 10조원으로 축소했다. 
 
 
기안기금은 정부가 코로나19에 따른 경기위축·매출부진으로 국민경제·고용안정·국가안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항공·해운·자동차·조선 등 9개 업종을 대상으로 마련한 금융 지원책이다. 
 
문제는 문턱이 너무 높다는 점이다. 기안기금 지원 대상 요건은 총 차입금 5000억원 이상의 국민경제 영향이 큰 기업, 근로자수 300인 이상의 고용안정 영향이 큰 기업으로 한정된다. 자금지원을 받는 경우 근로자수를 최소 90% 이상 유지 해야하고 지원 기간 중 주주에 대한 이익배당 금지, 고소득 임직원 연봉 동결 등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기안기금은 총 40조원 중 5875억원(1.5%)이 공급되는데 그쳤다. 최근 기간산업 협력업체에 지원한 3151억원까지 반영하면 총 6472억원(1.6%)이다. 이 중 아시아나항공(020560)제주항공(089590)이 각각 3000억원, 321억원을 공급받았다. 
 
높은 금리 수준도 기업들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아시아나항공과 제주항공의 대출 이자율은 각각 7.6%, 2.98%로 기안기금 채권 가중평균금리( 0.97%)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외국과 비교해도 높다. 미국 유나이티드 항공의 경우 리보(LIBOR)+2~4% 수준, 에어프랑스는 유럽연합(EU)리보에 더해 첫 해 금리 연 0.75%에서 2년 차(1.5%), 3년 차 (2.75%)로 낮은 금리가 적용됐다. 
 
최근 제주항공이 약 1000억원 안팎의 기안기금 추가 지원을 위해 금융당국과 협의 중인 가운데 아시아나와 비슷한 수준인 7%대의 금리가 적용될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앞서 2019년 재무제표를 기반해 낮은 금리가 적용됐지만 코로나19 장기화로 실적이 악화하면서 올해 재무제표가 반영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제주항공은 지난달 열린 임시주총에서 무상감자 안건을 의결했다. 무상감자로 제주항공의 자본금은 1924억원에서 384억원으로 줄어 자본잠식률은 -264%로 낮아졌다. 지난 1분기 제주항공의 자본총계는 1371억원, 자본금은 1924억원으로 자본잠식률은 28.7%에 달했다. 
 
국회예산처 관계자는 "시중 자금조달이 어려운 기업이 기안기금의 지원을 받으려면 높은 대출금리를 감당하면서 기간산업 종사자의 일자리를 보호해야 하는 부담이 있는 만큼 기금 지원을 받지 않으려 할 수 있다"면서 "기안기금을 받기 위해 고용 유지 노력이 전제돼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출금리가 적정 수준인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지난 7월 27일 오전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 국내선 활주로에 진에어, 티웨이항공 소속 항공기들이 서 있다. 사진/뉴시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나머지 LCC는 기안기금 신청 엄두를 못내는 상황이다. 2분기 말 기준으로 진에어(272450)티웨이항공(091810)의 총차입금은 각각 3558억원, 2376억원으로 지원 대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에어부산의 경우 총차입금이 5458억원으로 요건은 충족하나 '계열사 지원 금지' 조항에 걸리는 만큼 기안기금을 지원받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업계 전문가들은 항공 산업 안정을 위해 기안기금 문턱을 낮춰야 한다고 지적한다. LCC 업체들이 기금 자금지원에 앞서 유상증자·무상감자 등 필요 유동성 확보 노력을 이어온 만큼 이제는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허희영 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민의 세금인만큼 리스크 프리미엄을 얹어 보수적으로 지원한다는 것인데 이는 금융의 논리다"면서 "정부가 기간산업에 대해 특별히 지원하는 정책자금인만큼 고용 충격을 떠안고 있는 항공사들을 위해 미국과 프랑스처럼 심사 요건도 풀어주고 적용 금리 수준도 낮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올해 들어 기안기금 지원 확대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항공 업황 회복이 요원한 가운데 자금 조달에 애로가 있는 기업을 지원하는 기금 취지에 맞춰 현행 요건에서 총차입금 기준을 3000억원으로 완화하는 방향에 무게가 실린다. 
 
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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