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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토마토칼럼)'진실의 칼'은 공수처가 쥐어야 한다

2021-09-09 06:00

조회수 : 3,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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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웅 국민의힘 의원의 기자회견은 역시 국민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했다. '검사내전' 작가로, 현역 시절 검찰 내 브레인으로 통했던 그였기에 더 그랬다. 인터넷 신문 <뉴스버스>가 공개한 여권 인사들을 겨냥한 고발장은 사실상 자신과 무관하다는 게 그가 밝힌 내용 전체다. 
 
고발장 2건을 각각 2020년 4월3일과 8일에 김 의원에게 건넨 의혹을 받고 있는 손준성 당시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현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는 한차례 입장만 밝히고 입을 다물고 있다. <뉴스버스>가 후에 존재가 드러날 것이라던 제보자 역시 공익제보자 신분으로 전환되면서 수면 밑으로 들어갔다. 결국 이번 의혹에 등장하는 핵심 인물들은 모두 퇴장한 셈이다. '말의 성찬'만 남았다. 다른 더 큰 사건이 나오지 않는 한 지금의 '말 잔치'는 계속 될 것이다. 
 
의혹이 폭로되면서 당사자 진영은 각자 극단적으로 내달렸다. 여권은 '검찰권력의 사유화', '검찰 쿠데타'라고 맹비난 했다. 배후로 지목된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은 <'고발 사주 의혹' 오해와 진실>이라는 해명자료까지 내며 "검찰권을 사유화한 장본인은 문재인과 추미애"라며 역공을 폈다. 특히 윤 전 총장은 직접 나서 "정치 공작을 하려면 제대로 잘 준비해서 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윤 전 총장 측 해명자료 중 눈에 띄는 것이 있다. '고발장의 비상식성'을 지적한 대목이다. 문제가 된 고발장에 최강욱 열린문주당 대표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과 '윤석열·김건희·한동훈' 등 명예훼손 사건이 한꺼번에 들어있다는 부분이다.
 
윤 전 총장 측은 "이렇게 고발하면 전체적으로 수사가 끝날 때까지 결론을 내지 못해 수사가 신속하게 이뤄질 수 없다"고 지적했다. "수사 과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검사가 작성한 것이라면 이런 식의 고발장을 작성한다는 것은 상식 밖"이라고 까지했다. 고발장의 주체가 손준성 검사라는 주장은 비합리적이라는 지적이다.  
 
일응 공감되는 말이다. 공안사건(선거법 위반 사건)과 형사사건(명예훼손)을 한 고발장에 함께 적시하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다. 그러나 이것을 '검사의 작품'이 아니라는 주장의 근거로 내밀기에는 다소 민망하다. 이른바 검사의 '청부 고발' 또는 '고발 사주'가 사실이라면, 작성자가 검사임을 가리기 위한 속임수일 수 있다는 추정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현직 검사가 검사 출신 의원을 통해 여권 인사와 기자·제보자를 고발하도록 청부 또는 사주한 것이 사실이냐는 것이다. 그것이 공익제보인지, 옆에서 훈수를 둔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 시도 자체가 헌법과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위해 행위다. '4월 고발장'이 8월의 '실제 고발장'과 흡사하다는 사실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실제로 고발이 안 됐으니 문제가 안 된다'는 식의 발상은 진실을 호도하는 것이다.
 
이제 진실 규명은 수사기관으로 넘어갔다. 대검찰청 감찰부가 진상조사를 하고 있지만, '등장 인물들'이 모두 숨어버린 상황이라 강제수사가 불가피하다. 결국 또 칼자루는 검찰이 쥐게 될 양상이다. 
 
그러나 검찰은 검찰이다. 한동수 감찰부장과 현 검찰 수뇌부의 성향이 어떻든 결국 '셀프 수사'가 될 수밖에 없다. 어떤 결론이 나오든 신뢰를 얻기 어렵다. 검찰 내부에서도 벌써부터 그런 기류가 감지된다. 국민들은 그동안 그 끝을 수없이 보아 왔다. 검찰개혁을 완료했다는 이 시점에서 과거의 구태를 되풀이할 이유는 없다. 
 
이 의혹을 해부할 '진실의 칼'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쥐어야 한다. 민주적 정당성은 바로 이번과 같은 상황을 대비해 그 지난한 세월을 보내며 공수처를 만든 것이다. '사건의 성격' 또한 딱 맞춤인 '교과서적 케이스'가 아닌가.
 
공수처 역시 '종이 호랑이'라는 그동안의 오명을 벗을 절호의 기회다. 좌고우면 함 없이 국민만 보고 실체적 정의와 진실을 찾아야 한다. 공수처가 국민 앞에 납득할 만한 결과를 보고할 때 비로소 검찰개혁은 완성되는 것이다.
 
최기철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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