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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시론)'고발 사주'-닮은 꼴 게임

2021-09-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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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윤석열 검찰 고발 사주' 의혹의 핵심은, 검찰이 ‘검찰권’을 사유화하고, 국민을 대상으로 기만 작전을 펼치며 국기를 문란케 하였는지, 그리고 여기에 ‘제 1 야당인 국민의힘’이 실제 관여했었는지 등이다. 고발장은 1장 분량에 불과하지만, ‘검언유착’의혹 제보자 지모씨의 제보를 근거로 친여 인사들과 기자들이 허위보도를 했고 윤석열 전 검찰총장 등의 가족을 겨냥해서 검찰불신을 유도하며 총선에 개입하려했다는 공직선거법위반의 내용이 담겨 있다.
 
또한 해당 고발장은 수신처가 ‘대검 공공수사부장’이라고 특정되어 있는데, 이는 웬만한 변호사들도 생각지 못할 정도로 목적지향적이고 특수한 전문적 고발장으로 보여 혀를 내두르게 한다. 특히 자체 수사권과 수사 지휘권 및 기소 독점권을 가진 검찰이 특정 사건을 자신이 수사하기 위해 총선 직전에 고발장을 대신 써서 야당 관련자에게 쥐어줬다면 이는 칼자루를 쥐고 있던 생선장수에게 생선 목을 갖다 바친 것과 다름이 없다. 
 
의혹이 사실이라면, 당시 윤 전 총장은 자신의 부인 ‘김건희’씨를 둘러싼 여러 가지 의혹과 자신의 오른팔이라 불리는 한동훈 검사와 채널A 기자의 ‘검언유착’ 의혹 때문에 궁지에 몰려있었고, 이로 인해 ‘검찰개혁’의 당위성이 커지는 것에 심히 곤란하고 불쾌해 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파상공세로 검찰 개혁을 밀어붙이며 윤 전 총장을 압박하고 있었기에 윤 전 총장 입장에서는 상당한 위협감과 급박감을 느꼈던 것으로 판단되는데, 그러한 절박감이 이러한 다소 무리한 대비책을 생각하게 했을지 모른다.
 
이 사건을 처음 기사화한 인터넷 매체 <뉴스버스>에 따르면, 해당 고발장은 손준성 검사를 거쳐 김웅 국민의힘 의원에게 전달되었다는 것이고, 윤 전 총장이 직접 관여했다는 증거는 없다. 윤 전 총장 측에서 ‘증거를 가지고 오라’면서 ‘손준성 검사와 손절 각’을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뉴스버스는, 당시 수사정보 정책관이었던 손 검사는 윤 전 총장의 복심 또는 ‘오른팔’ 등으로 불렸다고 보도했다.
 
또 수사정보 정책관실에서는 정계/재계/관계/언론계 등의 동향 정보 등이 일상적으로 수집되었으며, 지난 해 말 불거진 주요사건 재판부 판사 사찰 정보 수집과 분석 문건 등도 손 검사의 손을 거쳤다고 한다. 그리고 추 전 장관은, 이는 윤 총장의 지시로 이루어졌다는 것이므로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고발 사주’ 역시 윤 전 총장의 지시로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론했다.
 
지금 돌아가는 상황에는 두 가지 관전 포인트가 있다. 우선 윤 전 총장측은 국민의힘 내에서 매우 애매한 위치에 놓여있어 내부 역학관계가 복잡하다는 것이다. 엄청난 재촉과 환호를 받으며 국민의힘에 입당하기는 하였으나, 입당 후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지도부, 특히 이준석 당 대표와 크고 작은 마찰을 빚고 있고, 2위를 달리는 홍준표 의원의 맹공에 시달리고 있다. 역시 같은 당 대선 후보인 유승민 전 의원의 가세가 만만치 않다. 이들 두 후보들로서는 지금이 윤석열 전 총장을 흔들 가장 좋은 기회일 수 있다. 그런데 손 검사로부터 문건을 전달받았다고 보도된 김웅 의원의 해명이 상당히 애매하고 윤 전 총장에게 특별히 유리해 보이지 않는다. 김웅 의원이 바른정당 출신으로 유승민계라는 점이 영향을 미쳤을까.
 
또 하나는, 고발을 사주했다는 정황과 모양새가 윤석열 전 총장의 장모 최은순씨 사건과 닮은 꼴이라는 것이다. 최씨는 사업가 정대택씨와 금전관계로 오랫동안 소송전을 펼쳐왔는데 정씨가 최씨를 공격하여 수세에 몰릴 때쯤이면, 최씨가 정씨를 역으로 고소하면서 승기를 잡아왔다. 이들 싸움에서 언제나 최종 승자는 최씨였고, 그 열매는 고스란히 김건희씨에게 넘어갔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일반인이던 최씨가 검찰권과 재판권을 참으로 적절하게 잘도 사용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그런데, 수세에 몰린 윤 전 총장측이 ‘고발 사주’라는 상당히 이례적인 형식을 빌어 자신을 공격하던 인사들에게 역공을 취하려 했다는 점이 참으로 신기하지 않은가. 윤 전 총장 등 검찰이 과거에 이런 식의 불법행위를 저지른 적이 없다면, 더더욱 신기하고 재밌는 지점이 아닐 수 없다. 
 
노영희 법무법인 '강남'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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