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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라

HMM, 임단협 극적 타결…물류대란 피했다(종합)

밤샘 협상 끝에 임금인상 7.9%…노조 "대승적 차원"

2021-09-02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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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임금인상을 놓고 파업 갈림길에 섰던 HMM(011200)이 노조와 마라톤 협상 끝에 극적으로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 타결에 성공했다. 이로써 HMM 파업으로 인한 물류대란을 피할 수 있게 됐다.
 
2일 HMM 노사는 전날부터 밤새 진행된 협상 끝에 이날 오전 8시 임단협 최종 합의안에 서명했다. 이번 합의는 양측이 임금협상을 벌인 지 77일만이다. 합의안에는 임금인상 7.9%, 격려금 및 생산성 장려금 650%, 복지개선 평균 약 2.7%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날 HMM 육·해상 노조 공동대책위원회는 임단협 타결 후 서울 중구 사무금융노조 회의실에서 'HMM 육·해상 노조 공동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물류대란 우려에 대승적 차원에서 합의했다"며 "이번 노사 합의는 지난 10년 동안 HMM 노동자들의 희생과 인내, 피땀으로 일궈낸 성과를 채권단과 사측이 인정하는 시발점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HMM 육·해노조 공동대책위원회가 2일 임금 및 단체협상을 타결한 후 기자회견을 개최했다(왼쪽부터 전정근 해원노조 위원장, 김진만 육상노조 위원장, 이재진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 위원장, 김두영 전국해운노동조합협의회 의장) 사진/뉴스토마토
 
노조는 임단협에 합의했지만 투쟁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향후 3년 내로 임금정상화 방안을 마련할 것을 사측에 요구했다. 노조는 지난 8년간 임금이 동결된 만큼 적어도 국내 중소형 선사들 수준으로라도 임금을 회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노사는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향후 3년간 임금정상화 방안과 성과급 제도 개선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노조는 만약 사측이 약속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다시 '파업카드'를 꺼내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노조는 "임단협에 합의했지만 완전한 타결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성과급 제도가 어떻게 도입될지 두고 보고, 사측이 3년내 임금정상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한 약속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으면 또 다시 투쟁현장에 나갈 수 있다는 것을 분명히 밝힌다"고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HMM 최대주주이자 채권단인 KDB산업은행에 대한 불만도 터져나왔다. 산업은행은 표면적으로는 HMM 노사 임단협 문제에 개입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채권단인 산업은행의 승인이 없으면 임금인상이 불가능하다. 노조는 "산업은행이 대주주로서의 역할만 하면 되는데 경영진에게 경영을 맡기지 않고 임단협에도 간섭하고 방해하는 것이 잘못됐다"며 "감사를 받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핑계 대지만, 이는 반드시 시정조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HMM 육·해노조 공동대책위원회가 2일 임금 및 단체협상을 타결한 후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사진/뉴스토마토
 
앞서 노조는 임금 25% 인상과 성과급 1200% 지급 등을 요구한 바 있다. 반면 사측은 임금 8%와 성과급 500% 인상을 고수하며 접점을 찾지 못했다. 노조는 협상이 결렬되면 파업과 집단사직을 불사하겠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여왔다. 해상 노조는 지난 1일 부산신항과 신선대부두에 정박한 HMM 선박 위에서 뱃고동을 울리고 현수막 등 피켓 시위도 벌였다. 만약 노조가 파업한다면 HMM의 직접적 영업손실만 7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HMM뿐 아니라 물동량 증가로 선박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수출입기업까지 여파가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었다. 하지만 노사는 물류대란을 막아야 한다는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극적 타결에 성공했다.
 
노조는 "선원들은 한진해운 파산 이후 일자리와 삶의 터전을 잃었음에도 사회적으로 관심을 받지 못했다"며 "산업의 문제는 부각시키면서 노동자들의 삶은 뒷전이었는데 이번 HMM 사태를 겪으면서 선원들이 얼마나 어려운 노동현장에서 일하고 있는지 알려진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HMM 관계자는 "코로나 등 어려운 상황과 해운업이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 노사가 한발씩 양보해 합의할 수 있었다"며 "이번 임금협상을 계기로 노사가 함께 힘을 모아 해운 재건 완성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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