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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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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무리한 금감원 제재, 시장엔 부작용으로

2021-09-02 06:00

조회수 :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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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은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의 책임을 물어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중징계를 내렸지만, 법원은 1심에서 법이 허용된 범위를 벗어난 처분이란 판단을 내렸다. 무리한 제재 적용으로 거대 금융사들을 견제할 감독당국의 영(令)이 제대로 서지 않게 되면서 되레 금융소비자 보호라는 존재 이유가 흔들릴까 우려된다.
 
2년 전 금감원이 처음 중징계 처분을 내릴 때부터 금융권 안팎에선 과도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애석하지만 당시 법리로는 금융사 최고경영자에게 불완전판매에 대한 책임을 직접적으로 물을 수 없어서다. 그럼에도 금감원이 제재에 자신감을 보였던 것은 그간 비슷한 수위의 징계를 받았던 경영진들이 자진해서 자리에서 물러났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허용된 범위를 벗어난 처분"을 내려도 영이 섰던 것이다.  
 
그러나 최근 금감원의 행보는 의문스러운 점이 많았다. DLF를 포함해 잇따른 사모펀드 사태에서 유독 지배구조가 민감한 시기에 징계처분을 통보했다. 또 금융위원회까지 올리지 않고도 금감원장 전결권으로 내릴 수 있는 선의 중징계를 내렸다. 경영진 제재심의위원화와 분쟁조정위원회 일정을 가까이 둬 배임 문제, 투자자 책임 보다는 금융사의 무조건적인 배상을 이끈다는 인상도 줬다.
 
공교롭게 징계 수위와 제재 일정이 맞았을 수도 있지만, 당국의 구두지시가 만연한 업권의 특성상 금융사들이 느낀 무게감은 달랐을 것이다. 물론 이런 절차가 금융소비자 권익 향상에 목적을 뒀다는 것에는 누구도 이견이 없다. 한편으로는 그 과정에서 경영진 퇴진이라는 상징성에만 목매다가 결국 감독력만 약화됐다는 지적에도 다른 의견이 없을 것이다.
 
다만 지금은 정부가 금융권에 바람을 불어넣기 위해 '혁신금융'을 주창하면서 금감원이 맡아야 할 업무범위가 계속해 늘고 있는 상황이다. 일련의 사모펀드 사태도 정부 정책에 늘어난 운용사 영향이 적지 않았다. 어디서 머지포인트 사태와 같은 감독 사각지대가 나올지 모르는데, 작아진 금감원 목소리가 반갑지만은 않다. 
 
감독력이 한 곳에만 쏠릴까 하는 우려도 있다. 항소에 나서게 된다면 내부 통제 미비라는 같은 이유로 징계를 받은 10개 다른 금융사 경영진들과의 줄소송도 배제할 수 없다. 안 그래도 감독범위 확대에 따른  인력난을 토로하는 금감원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다고 했다. 정은보 신임 금감원장이 지난달 취임과 함께 "법과 원칙에 기반한 금융감독"이란 말을 꺼낸 것도 이제는 바뀌어야 할 때라는 점을 임직원들에게 강조한 것이 아닐까. 무리한 제재 후에 따른 부작용은 조직 내부에서 더 크게 느끼고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금감원은 보다 전향적인 관점의 금융소비자 보호를 생각할 때다. 
 
신병남 금융부 기자 fellsi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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