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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수

올해 ETN 60여개 물갈이…시장활성화는 '글쎄'

증권업계, 상품 차별화 고민…메타버스 등 특색 상품도 선봬

2021-09-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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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우연수 기자] 증권업계는 작년 말부터 상장지수증권(ETN) 라인업을 대거 손질하고 있다. 거래가 활발하지 않은 기존 상품들은 상장폐지시키고 보다 경쟁력을 갖출 만한 신규 ETN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메타버스 ETN 등 아직 상장지수펀드(ETF)가 진출하지 않은 특색 테마형까지 등장했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이후 54개의 ETN이 상장폐지됐거나 폐지를 앞두고 있으며, 65개가 신규 상장했다. ETN 전체 종목 수가 200개 내외인 점을 고려하면 약 4분의 1 이상이 물갈이된 셈이다.
 
ETN은 기초지수 수익률에 연동해 만기 수익을 약속하는 상품으로, ETF와 마찬가지로 거래소에 상장돼 만기 이전에 자유로운 매매가 가능하다. 운용사가 출시하는 ETF와 달리 ETN은 증권사가 자사의 신용에 기반해 발행한다. 다만 ETN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올해 200~400억원 수준으로, 하루 2조원어치의 거래량을 나타내는 ETF에 비하면 규모가 크지 않다. 
 
이에 증권가에서는 이미 상장된 다른 ETN은 물론 ETF와도 대적할 수 있을 만한 차별화된 라인업을 새로 정비하며 시장 활성화 노력을 하고 있다. 거래가 적은 종목은 상장폐지시켜 비용을 줄이고 최근 ETF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테마형이나 기타 특색있는 상품도 선보이고 있다.
 
"니치시장 찾아라"…특색 ETN 발굴 고심
 
오는 3일 상장하는 신한금융투자의 '신한 FnGuide 메타버스 ETN'이 대표적이다. 코로나19 이후 가상 세계와 관련한 투자처들이 주목 받으면서 메타버스 열풍이 불자, 신금투는 발빠르게 에프앤가이드와 메타버스 지수를 개발해 상품화했다. 현재 업계에 따르면 운용사 서너곳도 메타버스 ETF 상장을 위한 절차를 밟고 있는데, 이들보다 한 발 앞선 셈이다.
 
예상욱 에프앤가이드 지수개발팀장은 "아직 초기 단계지만 최근엔 증권사와 함께 스팩(SPAC) 종목들로 구성된 지수도 개발하고 있으며, 특색있는 지수를 많이 시도하려 하고 있다"며 "ETF와 중복되지 않고 선점되지 않은 시장을 찾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지난달 BBIG(배터리, 바이오, 인터넷, 게임) K-뉴딜 ETN 7종을 3개 증권사에서 발행했으며 중국의 빅테크 기업에 투자하는 항셍테크 6종, ESG 관련 1종, 언택트 테마형 1종 등이 최근 1년래 상장했다.
 
또한 올해 ETN 시장에 첫발을 뗀 메리츠증권은 라인이 빈약했던 채권 분야를 노려 니치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메리츠는 '메리츠 미국 인플레이션 국채 ETN' 등 물가 연동 국채 상품을 출시했다. 
 
원자재·자원 거래 쏠림 여전…테마·섹터형 경쟁력 못갖추고 대거 퇴출

다만 증권사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원자재와 자원 관련 ETN으로의 거래 쏠림 현상은 쉽사리 완화되지 않고 있다. ETF에 비해 ETN 시장 자체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점 역시 과제로 남아있다.
 
작년 말 이래 상장폐지된 54개 종목에는 테마형 또는 섹터형 상품이 대거 포함돼있다. 
 
삼성증권의 △미디어 테마주 △증권 테마주 △온라인 쇼핑 테마주 △레저 테마주 △음식료 테마주 ETN 등이 대거 상장폐지됐으며, 미래에셋증권의 △미국 항공우주 △글로벌리츠 △미국리츠 ETN 등 특색있는 상품들도 올해 자취를 감췄다. 
 
'삼성 화장품 테마주 ETN'과 '신한 FnGuide 5G 테마주 ETN'도 지난달 상장폐지가 예고돼 사실상 테마형으로 불릴 만한 ETN 대부분이 경쟁에 밀려 퇴출됐다. 주식 종목형 상품에서는 이미 ETF가 시장을 선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ETN 거래대금 대부분은 ETF가 진출하지 않은 원유, 금, 은, 천연자원 등 원자재에 쏠려있다. 지난 한달간 개인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중 7개가 천연가스와 은, 원유 관련 ETN이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작년 시장건전화 방안 시행 이후 증권사들이 ETN 라인업을 정비하고 있긴 하지만 전체적인 수로 봤을 땐 오히려 작년 대비 줄었다"며 "경쟁력있는 ETN을 만드는 것에 대해 업계에선 고민이 많은 상황"이라고 했다.
 
그래프/뉴스토마토
 
우연수 기자 coincidenc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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