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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호

원유가격연동제 손질 나선 정부…낙농가 거센 반발

유업계, 이달부터 인상된 원유 가격에 맞춰 매입

2021-08-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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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서울 서초구 농협하나로클럽 양재점에서 한 직원이 우유제품을 진열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유승호 기자] 정부가 우유 가격을 결정짓는 원유가격연동제를 손질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낙농업계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달부터 원유 가격이 기존 보다 큰 폭으로 오르면서 서울우유협동조합 등 유업계의 우유 소비자가 인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8일 낙농업계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는 최근 낙농산업의 중장기 발전 방안 마련을 위한 낙농산업 발전위원회 1차 회의를 개최했다. 이들이 회의를 연 건 우유 가격을 결정짓는 원유가격연동제를 손질하기 위함이다. 낙농산업 발전위원회는 국산 원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올해 말까지 낙농산업 중장기 발전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원유가격연동제는 낙농가에서 생산한 원유 가격의 증감을 우유업체의 생산 우유 값에 반영하는 제도다. 낙농업계가 구제역으로 피해를 입자 정부가 2013년 수급 안정을 위해 도입했다.
 
원유가격연동제에 따르면 원유 가격은 매년 5월 통계청이 발표하는 우유 생산비를 기준으로 결정된다. 우유 생산비 증감률이 ±4% 이상일 경우 그 해 가격에 즉각 반영하고 미만일 경우 한 해 동안 가격 조정을 유예한다.
 
원유가격연동제는 낙농가를 돕기 위해 도입됐지만 최근에는 우유 소비자 가격을 올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국내 유업체는 시장의 수요·공급 상황과 관계없이 원유가격연동제를 통해 정해진 가격에 맞춰 원유를 구입해야 한다. 원유 가격이 소요와 공급과 무관하게 결정돼 시장에서 우유 소비가 줄어도 가격은 오르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20년 동안 국내 원유 가격은 72.2% 올랐다. 반면 지난해 국민 1인당 흰 우유 소비량은 26.3㎏으로 나타났다. 이는 1999년(24.6㎏)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이다.
 
이창범 한국유가공협회장은 “비대칭적 제도로 인해 대부분 유업체의 영업이익이 적자 상태로 우유를 팔아도 수익이 나지 않아 투자가 불가능하다”며 “왜 유업체가 팔리지도 않는 원유를 사야 하느냐”고 꼬집었다.
 
박영범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이 지난 25일 오후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1차 낙농산업 발전위원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낙농업계는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생산자 물가 폭등은 정부가 조장해놓고 힘없는 낙농 산업을 붕괴시키려 한다는 게 한국낙농육우협회, 전국 낙농관련조합장협의회의 주장이다.
 
이승호 한국낙농육우협회장은 대농가담화문을 통해 “농식품부는 우유 가격 중 38%나 달하는 유통 마진의 근본적인 개선, 선진국형 생산자 중심의 낙농제도와 국산 유제품 생산대책은 등한시하면서 물가통제를 명목으로 힘없는 농민들만 잡고 있다”며 “올해만 해도 생산비의 54%를 차지하는 사료 가격이 15%이상 폭등했고 하반기에도 인상이 전망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달부터 원유 가격이 기존 보다 큰 폭으로 오르면서 우유 소비자가 인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유업계에 따르면 낙농가는 이달 1일부터 우유 원재료인 원유 가격을 1리터당 926원에서 947원으로 21원(인상률 2.3%) 인상했다. 특히 올해 원유 가격 인상폭은 3년 전인 2018년 인상분(4원) 대비 무려 5배 높다.
 
유업계가 이달부터 인상된 원유 가격에 맞춰 원유를 사들이면서 원가 부담이 커진 만큼 조만간 우유 소비자가 인상도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우유 가격이 오를 경우 빵, 아이스크림, 커피 등 가격 인상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서울우유협동조합 관계자는 “우유 소비자 가격 인상에 대해 검토하고 있으나 인상률 등은 정해진 게 없다”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pet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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