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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율

주인 찾고 공격적 사세확장 나선 요기요…직원들은 술렁

GS리테일 인수로 라이더 유치와 프로모션에 적극

2021-08-26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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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선율 기자] 주인을 찾은 요기요가 보다 공격적으로 덩치 키우기에 나섰다. 업계 최고 수준의 대우를 내걸고 라이더 영입에 나서는 한편, 파격적 프로모션을 앞세워 점유율 끌어올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인수시점을 전후로 내부에선 일부 개발직군을 중심으로 직원들의 퇴사가 늘면서 술렁이는 분위기다. 업계에선 직원들의 이탈이 심해지면 인수업체인 GS리테일과 시너지 효과를 내기 어려운 것은 물론 경쟁력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다. 
 
최근 GS리테일은 배달앱 요기요를 인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글로벌 사모펀드 어퍼너티에쿼티파트너스, 퍼미라와 컨소시엄을 꾸리고 8000억원에 인수를 결정지은 것이다. GS리테일은 이번 인수에 최종 인수금액의 30%에 해당하는 총 3000억원을 투자했고, 나머지 2곳의 사모펀드는 각각 35%씩 총 70%의 지분을 가지는 구조다. 컨소시엄은 인수 직후 2000억원 유상증자를 실시하며, GS리테일은 600억원을 추가 부담한다.
 
요기요 배달 오토바이가 주차된 모습. 사진/뉴시스
 
인수가 결정되면서 경영 불투명성이 사라지자 요기요는 프로모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우선 일부 매장을 대상으로 포장 주문 고객에게 5000원을 할인해주는 이벤트부터 선물하기를 10명 이상 하는 이용자에게 최대 1만원 할인쿠폰을 지급하는 등 대대적 할인 이벤트를 벌였다. 최근엔 이달말까지 평일 저녁 9시부터 자정에 이르는 밤시간 주문시 모든 메뉴를 2000원 할인해주는 이벤트를 벌였다. 이 이벤트는 '오늘의 할인'과 중복해 사용 가능하다. 
 
또 배달 라이더 영입을 위해 최고 대우 조건을 내걸었다. 라이더 영입은 앞서 단건배달 경쟁으로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가 먼저 공격적인 쟁탈전을 벌이는 구도였는데 요기요도 GS리테일 인수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인력 유치 행보에 나섰다. 최근 라이더 모집 공고를 보면 요기요는 라이더 건당 배달 수수료를 6000~8000원으로 책정, 경쟁사 대비 4000~5000원(20~50%) 많은 금액을 제시했다. 여기에 상시 프로모션과 거리·기상 여건에 따른 추가 수수료 할증이 적용될 경우 라이더들은 건당 최대 1만원대까지 받을 수 있게 된다.
 
매각이 확정된 요기요 입장에서 중요한 과제는 경쟁사들과의 격차를 좁히는 것이다. 현재 요기요는 음식 배달앱 시장에서 25% 점유율로 2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2위 자리가 위태롭다. 현재 쿠팡이츠가 불과 2년만에 업계 내 점유율을 20%가까이 끌어올리며 요기요와 격차를 바짝 좁힌 데다 1위 배달의민족과도 격차가 두배 이상 벌어져 있어서다. 그동안 요기요의 매각이 예정된 일정대로 순조롭게 진행되지 못한 이유도 이러한 요인들이 반영된 것으로 관측된다.
 
GS25 시흥웨스트점. 사진/GS리테일
 
그러나 매각이 결정되고도 내부 직원들은 경영진에 대한 우려와 불안감에 술렁이고 있다. GS리테일의 나홀로 인수가 아닌 2곳의 사모펀드와 합작한 인수 방식이 직원들의 불안을 더욱 키우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최근 일부 개발직을 중심으로 퇴사자가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요기요에 근무하는 개발직군의 한 직원은 "사모펀드가 껴있는 상태로 인수한 점이 가장 찜찜한 부분"이라며 "사모펀드는 장기적인 비전을 보기보단 단기적 수익에 몰두하기 때문에 몸값 잠깐 올렸다가 재매각할 가능성이 커보인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직원은 "GS리테일도 최근 홈쇼핑과 합병해 직원들 분위기가 복지 등 제도 통합 문제로 복잡한 데다 요마트는 떼어내고 사모펀드가 합작한 형태로 인수했다는 것은 GS도 확신이 없어서 보수적인 인수방식을 택한 게 아닐까 싶다"고 거들었다.
 
직원 이탈과 관련해 요기요 측은 인수와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요기요 관계자는 "요즘 개발자 몸값이 높아지는 분위기고, 더 돈을 준다고 하면 이직을 할 수 있다. 반대로 요기요의 개발문화에 관심이 많은 개발직들이 많이 들어오기도 한다"며 "매각 대상자가 정해졌고 회사가 안정적으로 가고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우려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요기요 내부 직원이탈은 장기적 경쟁력 강화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앞서 올해 초 요기요는 3년 내 연구개발(R&D) 조직을 현재 200명 규모에서 최대 1000명까지 늘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요기요의 핵심 기술 중 하나로 꼽히는 AI(인공지능) 배차 시스템의 경우 현재까진 매각 주체인 딜리버리히어로의 기술력을 토대로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 솔루션은 라이더에게 현재 동선에서 가장 적합한 주문을 배차해 효율성과 속도를 높였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진협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요기요는 현재 딜리버리히어로의 AI 배차를 적용하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개발인력이 많이 이탈하면 장기적 경쟁력 확보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퀵커머스를 하려면 더 많은 정보를 확보하고 재고 등을 파악하는 통합 물류 시스템을 개발해야하는 만큼 개발인력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GS리테일이 사모펀드 합작형태로 인수를 추진한 것은 현재 퀵커머스 시장의 특성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아직은 리스크가 높은 시장인 만큼 외부자금을 끌어들여 인수를 하는 다소 보수적인 전략을 취했다는 것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주인이 많아지면 지배구조가 복잡해지기 때문에 불안요소가 크게 작용한다. 이러한 분위기 때문에 퇴사자가 늘 수 있다"면서 "GS리테일이 인수를 추진한 이유는 퀵커머스 시너지 창출 효과를 보려는 것인데 아직 이 시장은 오토바이 배달 위주의 퀵커머스로 30분내 배송을 하는 새로운 전인미답 상태로, 수익 창출 기대감이 높은 만큼 리스크 역시 높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퀵커머스가 각광받으면서 라스트마일 서비스 경쟁이 최근 불붙고 있다. GS리테일 입장에서는 라스트마일을 강화하는 전략에서 이쪽에 특화된 배달 전문업체를 인수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선율 기자 melod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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