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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새나

"미국 믿을 수 있나"…동맹국 달래기 나선 바이든

"미국이 돌아왔다" 천명했지만…아프간 철군 책임론

2021-08-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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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권새나 기자] 아프가니스탄 사태 이후 동맹국들 사이에서는 "미국을 믿을 수 있느냐"는 불신이 증폭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한국과 대만, 유럽 등 주요 동맹국들은 아프간과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밝히며 우려 불식에 나섰다. 
 
바이든 대통령은 올해 1월 취임 일성으로 '미국이 돌아왔다'고 외치는 등 전임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무너뜨린 동맹 복원에 나서겠다는 뜻을 그동안 수차례 강조해 왔다.
 
지난 6월 취임 첫 해외 순방에 나섰던 바이든 대통령은 당시 유럽 동맹국을 향해 민주주의 국가 결속, 생각이 같은 국가의 단합 중요성을 강조했었다. 그는 특히 미국의 동맹국과 파트너 국가를 가리켜 "세계에서 미국 이익의 핵심"이라고 칭했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이 결정한 아프간 철군을 바이든 대통령이 실행으로 옮기면서 사실상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기조를 이어받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5월부터 아프간에 주둔한 미군을 철수시켰다.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역시 미국과 함께 아프간 주둔군을 철수하기로 합의했다. 이후 3개월 만에 탈레반은 빠르게 기세를 확장, 지난 15일 수도 카불을 점령했다. 이로 인해 미국과 서방국들은 허겁지겁 남은 인력을 대피시켜야 했다.
 
탈레반의 아프간 재장악 이후 바이든 대통령은 대국민 성명에서 "미국 국익이 없는 곳에서 미군을 희생시키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발언은 여러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동맹국들의 불신을 키웠다.
 
CNN은 바이든 대통령이 동맹들에게 '미국이 돌아왔다'고 약속했지만 아프간 철군은 미국이 여전히 트럼프 전 대통령 당시의 '미국 우선주의'를 추구한다는 두려움에 떨게 한다고 지적했다. 또 6월 순방 당시와 현재를 비교허며 "(미국의 귀환을 거론한 지) 두 달 후인 지금, 동맹집단은 조 바이든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궁금해하는 중"이라고 꼬집었다. 
 
17일(현지시간) 수백 명의 사람이 아프가니스탄 카불 국제공항 밖에 모인 가운데 몇몇 사람은 미국을 위해 일했음을 증명하는 증서를 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유럽 국가들은 '미국이 돌아왔다'고 천명한 바이든 대통령과 서구 동맹 재건을 기대해 왔다. 유럽은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미국의 일방적인 '동맹 때리기'와 '안보 무임승차' 주장에 골머리를 앓은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아프간 사태로 서구 동맹 재건의 기대가 흔들리고 있다. 유럽 각국에서는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가 계속되는 만큼 대미 의존도를 낮추고 '자주성'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독자 방위력을 키워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하자는 것이다.
 
나탈리 루아조 유럽의회 안보국방 소위원장은 18일(현지시간) 미국 애틀랜틱카운슬에 기고한 글에서 "새로운 미국 지도부가 세계 문제에 대한 더 많은 관여를 의미한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은 유럽의 전략적 자주성 강화를 촉구한다"며 "동맹들과 지속적으로 협력하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언제든 필요하다면 자율적으로 움직이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데이브 키팅 애틀랜틱카운슬 유럽센터 선임연구원은 "갑작스러운 아프간 철수로 동맹을 보호하겠다는 미국의 약속과 나토의 진정성에 의문이 나오고 있다"라며 "이는 EU의 독자 방어 능력에 대한 논의를 가속화할 것"이라 말했다.
 
이번 아프간 사태로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세계 곳곳에선 자국 이익을 우선으로 하는 미국이 주한미군을 감축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이와 관련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17일 브리핑에서 "한국과 유럽으로부터 미국 군대를 감축할 의향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과 유럽은 내전이 아닌 시기에도 외부의 적에 대항해 동맹을 보호하기 위해 오랫동안 미군의 주둔을 유지해 왔던 곳"이라며 "미국이 아프간에서 주둔한 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또 중국의 위협에 직면한 대만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입장도 밝혔다. 그는 '아프간 상황이 대만에도 적용되느냐'는 질문에 "대만의 상황은 아프간과는 완전히 다른 문제다"라면서 "동맹과 파트너 국가에 대한 약속은 침해할 수 없다고 믿는다"라고 강조했다.
 
최근 중국은 아프간 사태를 두고 "대만도 결국 미국에 버림받을 것", "미국이 대만을 버리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미국의 외교정책에 대한 우려가 계속되자 바이든 대통령은 직접 동맹국  달래기에 나섰다. 19일 ABC방송이 공개한 인터뷰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과 대만, 유럽 동맹과 관련해 "누구라도 이들을 침략한다면 우리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만과 한국, 나토는 (아프간과)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며 "우리는 누군가 나토 동맹을 침략하거나 그에 맞서는 행동을 할 경우 대응하겠다는 신성한 협정을 맺어 지켜왔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일본에도, 한국에도, 대만에도 마찬가지"라며 "그것과 아프간은 비교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뉴시스
  
권새나 기자 inn137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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