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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응열

(영상)연쇄 대출 중단 우려…"주거 사다리 끊긴다"

농협, 11월까지 주담대 중단 선언...타 은행권으로 확대 우려

2021-08-2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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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정부가 가계부채 관리에 나서면서 부동산 시장에 적잖은 영향이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집값이 급등한 상황에서 매매 시장에 진입하려면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을 이용할 필요성이 큰데, 대출 통로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졌기 대문이다. 당장 농협은행은 신규 주택담보대출을 11월 말까지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 같은 양상이 타 은행권으로 확대될 경우 실수요자의 주거 사다리가 끊기고 전세가격 상승세가 더 가팔라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22일 부동산 전문가들은 시중은행의 대출 축소 가능성이 커지면서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농협은행의 주담대 중단은 현재로선 선제적 조치로 실수요자 주택 마련에서 크게 걱정할 단계는 아니다”라면서도 “추후 같은 상황이 확대된다면 주거 사다리가 끊길 수 있다”라고 언급했다.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금리 상승과 맞물린다면 매매 수요가 위축될 가능성이 더 커질 것”이라며 “실수요자의 매매시장 참여가 어려워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부동산 매매 시장에서는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이 자금 마련의 주요 수단이다. 현 정부 임기 동안 대출의 중요성은 더 커졌다. 집값이 가파르게 올랐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격은 11억930만원에 달한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관리의 필요성이 상당하다며 대출 억제 기조를 내세우고 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금융위 직원과의 회의에서 “기존에 발표된 가계부채 관리 대책을 강력히 추진하면서 대책 효과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다”라며 “필요하다면, 가용한 모든 정책 수단을 활용해 추가대책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추진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가계부채와 전쟁을 선포한 셈이다. 
 
은행을 향한 압박도 거세다. 지난 13일에는 당국이 시중은행의 여신(대출) 담당 임원을 불러모아 올해 연간 대출 목표를 중간 점검했는데 일부 은행이 연간 대출 기준을 맞추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출 목표치를 초과하는 등 총량 관리를 못했다는 것이다. 농협은행이 주담대를 전면 중단하기로 한 것도 이 같은 압박 때문으로 풀이된다. 농협은행은 이달 24일부터 오는 11월30일까지 부동산담보대출을 취급하지 않기로 했다. 
 
주담대 중단은 다른 은행으로 번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농협은행의 대출이 막히면 다른 은행으로 수요가 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당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시중은행이 대출 조이기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 매매 수요자의 경우 다량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지 않으면 아파트 매수가 사실상 막히는 셈이다. 
 
아파트 가격이 일시적으로 급등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대출 축소가 번지기 전에 내 집 마련에 나서는 매매 수요자들이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대출을 받으려는 수요가 일시적으로 확 늘어날 수 있다”라고 내다봤다.
 
전셋값 상승도 우려된다. 대출이 막히면 전세에 머무르는 기간이 길어지게 된다는 분석이다. 임대차법의 진통이 이어지고 있어, 전세시장은 지금도 들끓고 있다. 이달 3주차(8월16일 기준) 전국 아파트의 주간 전세가격지수는 전 주 대비 0.2% 올랐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나타나면서 전세 물량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인데 매매 시장으로 넘어가기 어려워지면 전세 수요자들의 경쟁이 더 치열해진다”라며 “전세가격 상승이 더 강하게 나타날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이어 “부채 총량이 많다 해도 연체율이 낮으면 부채 관리가 되는 것”이라며 “가계대출 관리를 총량이 아닌 연체율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라고 조언했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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