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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대출 올스탑에 은행 실적도 '경고등'

농협 100일간 가계대출 중단…은행권 연쇄 대출중단 우려 확산…하반기 은행 수익 영향 불가피

2021-08-2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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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신병남 기자]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 기조에 따라 농협은행이 가계대출 취급을 100일간 중지하는 고강도 정책을 꺼내들면서 다른 은행도 대출 문을 걸어 잠글까 하는 '대출경색'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타행들은 대출 쏠림을 우려한 연쇄 중단은 없을 것이란 설명이지만, 여전히 높은 주택 수요에 따른 정부의 추가 조치가 관측되면서 하반기 은행 실적에는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해 보인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오는 24일부터 11월30일까지 약 석 달 간 신규 주담대 취급을 중단한다. 대출을 증액하거나, 재약정하는 경우도 포함한다. 여기다 전세대출, 비대면 담보대출, 단체승인 대출 등 기타 가계대출도 한시적으로 중단한다. 사실상 신용대출을 제외한 대부분의 가계대출 상품을 중단하는 조치로, 신용대출마저도 한도를 1억원으로 제한한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상반기 가계부채 증가속도가 예상보다 빨라 당국의 가계부채 관리방안에 맞추고자 하는 조치"라면서 "최근 3년간 대출된 집단대출에 대한 수요조절에 한계가 많았다"고 했다. 이어 "비수도권에 위치한 영업점 비중이 63%나 돼는 특수성에 물량 관리에 한계가 컸다"면서 "해당 지역에는 농협은행이 유일한 경우가 많다"고 부연했다.
 
올 들어 농협은행 가계대출 증가율은 7.1%(7월말 기준)로 반년이 조금 넘는 기간 사이 잔액이 8조9838억원 불었다. 앞서 금융당국이 제시한 은행별 5~6%대 연간 대출 증가율을 목표치보다 높다.
 
이번 주부터 농협은행이 신규 주담대 취급을 중단하면서 타행들도 자행으로의 대출 쏠림을 예의주시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일단 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은 7월까지 평균 2.9%의 가계대출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는데, 당국 기준보다 여유가 있어 대출 중단에 동참할 일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반응이다. 일단 우리은행만이 대출한도 소진에 따라 전세자금 대출의 신규 취급을 9월 말까지 중단한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집값이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정부가 추가 조치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8월 셋째 주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이달 들어 0.20%를 유지하던 서울 집값 상승률도 0.21%로 올랐다. 매매 수요를 나타내는 아파트 매매수급 지수는 107.3로 4월 첫째 주 이후 19주 연속 수요가 공급을 앞서고 있다.
 
당국도 더 강도 높은 규제를 예고하고 있다. 차기 금융위원장에 내정된 고승범 후보자는 18일 금융위 회의에서 가계부채와 관련 "가능한 모든 정책 수단을 활용해 추가 대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금융당국의 강한 신용대출 억제책에 따라 한 은행은 7영업일 간 창구에서 신규 신용대출 취급하지 않았으며, 같은 기간 다른 은행은 2000만원 이하 신용대출만을 취급하기도 했다.
 
아직 한 해 영업이 4개월이 남은 상황에서 이 같은 시장 환경은 은행들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다만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은 7월부터 강한 가계대출 규제가 시행될 것을 대비해 기업대출 비중을 상반기까지 평균 0.8%p(45.0%→45.8%) 끌어올린 상태다. 또 7월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이 역대 최대인 695조3082억원까지 오르면서 관련한 이자 수익에서 급작스러운 감소는 없을 것이란 설명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존 대출 채권에 대한 이자수익에 유지되고 있기에 당장 이익 폭이 급감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기준금리가 상승하더라도 수익 반영에는 시간이 조금 필요하기에 규제 기조를 바로 상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관계자는 "상반기에 대출 취급을 집중할수록 그 해 이자수익이 커지는 구조이기에 추가 규제에 따라 4분기부터 신규 취급액이 줄더라도 연간 수익에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은행들이 정부 가계대출 규제에 맞춰 주택담보대출을 아예 중단하는 초강수를 꺼내든 가운데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한 시중은행 영업점 모습.  사진/뉴시스
 
신병남 기자 fellsi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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