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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혜현

(영상)(정치언어 무엇이 문제인가)②1일 1망언으로 지지율 요동…"정치 발언 신중해야"

전문가들 "네거티브로 지지율 오르지 않아…전략적으로 말 아껴야"

2021-08-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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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문혜현 기자]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경선이 네거티브로 격화됐다. 지역주의 조장논란부터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찬성 논란, 바지 발언 등에 이르기까지 정책대결보다 주자들의 설전이 치열했다. 국민의힘 주자들도 문재인정부 비판에 열을 올리며 네거티브 공세를 편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120시간 노동 논란부터 불량식품 논란, 일본 원전 옹호 발언도 문제가 됐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도 "국민의 삶을 왜 정부가 책임지냐"며 정부 때리기에 가세했다. 여권 주자들이 1위 후보가 되기 위해 원팀정신을 훼손하며 내부총질을 한다면, 야권 주자들은 반문을 자극해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해 대정부 난타전을 펼치는 모습이다. 이에 <뉴스토마토>는 여야 주자들의 주요 발언을 살펴보고 문제점을 진단한 뒤 정치언어가 품격을 갖추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모색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대선 경선 정국이 본격화하며 대선 주자들의 발언이 일정 부분 지지율에 영향을 끼칠 거란 전망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에선 '네거티브'가, 국민의힘 등 야권에선 '실언'이 주요인이라는 분석이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야권 유력 주자인 윤 전 총장과 최 전 원장은 최근 연이은 '실언'으로 구설에 올랐다. 윤 전 총장은 지난달 19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주 52시간제'에 대해 "일주일에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하고 이후에 마음껏 쉴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7일 기준 하루 17시간을 일하는 것으로, 시대착오적이고 지나치게 경영인 편에 섰다는 비판이 나왔다.
 
윤 전 총장의 발언은 특정 지역에 대한 편견을 그대로 보여주기도 했다. 그는 지난달 20일 대구를 방문한 자리에서 "(코로나19) 초기 확산이 대구 아닌 다른 지역이었으면 민란부터 일어났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수 지지층 결집을 의식해 다른 지역을 차별할 수 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실수'는 반복됐다. 윤 전 총장은 지난달 19일 공개된 언론 인터뷰 동영상에서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의 책 '선택할 자유'를 언급하고 "먹으면 병 걸리고 죽는 거면 몰라도 부정식품이라는 것은 없는 사람은 그 아래도 선택할 수 있게 싸게 먹을 수 있게 해줘야 된다 이거야"라며 "먹는다고 당장 어떻게 되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해 여권의 질타를 받았다.
 
2일 국민의힘 초선 의원 모임에선 '페미니즘이 남녀간 교제를 막는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다. 그는 "페미니즘이 정치적으로 악용돼 남녀간 건전한 교제도 정서적으로 막는다는 얘기도 있다"며 페미니즘과 저출생 문제에 대한 편협한 시각을 드러냈다는 논란이 일었다.
 
또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의 방사능 유출을 전면 부정하면서 사실관계가 아예 다른 말을 하기도 했다. 윤 전 총장은 지난 4일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한 것은 아니다. 지진하고 해일이 있어서 피해가 컸지만 원전 자체가 붕괴된 것은 아니다"라면서 "그러니까 방사능 유출은 기본적으로 안됐다"고 발언했다.
 
지난 13일 윤 전 총장은 코로나19 방역 대책 마련에 대해 발언하면서 '코로나19'를 '우한 바이러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는 세계보건기구의 권고 사항에 위배되는 것으로, 특정 지역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유발할 수 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최 전 원장의 '국가가 국민을 왜 책임지느냐'는 발언도 후폭풍이 여전하다. 최 전 원장은 지난 11일 국민의힘 초선 의원 모임에서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던 중 "국민의 삶을 국민이 책임져야지 왜 정부가 책임지나. 국민의 삶을, 정부가 모든 삶을 책임지겠다는 게 바로 북한 시스템"이라고 주장했다.
 
정치권은 이들의 발언에서 극우 보수 성향이 드러난다는 평가를 내놨다. 전문가들은 언어를 통해 후보의 자질과 인품이 드러나는 만큼 대선주자들의 신중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최진 대통령연구원장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이낙연-이재명, 윤석열-이준석 등이 서로를 저변에 인정하지 않는 심리가 깔려 있기 때문에 네거티브를 계속하는 것"이라며 "그러나 지지도로 연결되진 않는다. 앞으론 캠프 언어는 상대방 경쟁자가 아니라 국민들을 향해서 포지티브의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 지지도를 올리는 것이고 결국 승리하는 길"이라고 했다.
 
반면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네거티브는 필요하다. 네거티브는 검증의 총칭"이라며 "정도를 지켜 말할 필요는 있다. 네거티브도 '잘'해야 한다. 네거티브에 과한 거부감을 가지는 것은 좋지 않다"며 한발 물러섰다.
 
야권 후보들의 '실언 논란'에 대해 박상철 경기대 교수는 "당에 새롭게 영입됐는데 보수 영역에 머물러 있는 건 좋은 건 아니"라며 "두 사람이 흥행에 성공하지 못한 이유 중 하나가 중도층을 아우를 수 있는 세력으로 들어온 분이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더 보수에 갇혀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남 비판만 하지 말고 건강한 보수적 대안을 내놓는 쪽으로 정책개발을 하는 게 옳다. 단순히 실수니까 실수만 막는 건 아니라고 본다"라고 설명했다.
 
이종훈 명지대 교수는 "정치적으로 본인의 생각을 풀어내는 과정에서 전략적 발언을 해보지 않아 실수가 자꾸 발생하는 것"이라며 "윤 전 총장은 자기가 이해가 안 되는 사안도 일단 이야기하고 본다. 어느 정도 학습할 때까지는 최 전 원장처럼 전략적으로 말을 아끼는 게 더 낫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윤석열 전 총장과 최재형 전 후보가 전략적 발언에 서툰 만큼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사진/뉴시스
 
문혜현 기자 moo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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