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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훈

'성희롱 피해자 부당 징계' 르노삼성 임직원 벌금형 확정

1·2심 "성희롱 주장 관련성 인정…남녀고용평등법 취지 훼손"

2021-08-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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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성희롱 피해를 본 여직원에게 부당한 징계를 내린 혐의로 기소된 르노삼성 임직원과 업체에 대한 벌금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르노삼성 HR본부 인사 담당 부장 A씨에게 벌금 800만원, R&D본부 부소장 B씨에게 벌금 400만원, 르노삼성에게 벌금 2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들과 함께 기소된 R&D본부 시스템엔지니어링 담당 오퍼레이션장 C씨에게는 무죄가 확정됐다.
 
르노삼성 R&D본부 직원 D씨는 지난 2012년 4월부터 약 1년간 같은 팀 팀장으로부터 지속해서 성희롱을 당해 인사팀에 피해를 신고하고, 팀장과 회사를 상대로 법원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D씨는 피해 신고 사실이 유출돼 자신에 대한 허위 소문이 돌고 있다는 것을 듣고 유포자로 추정되는 E씨에게 경위를 확인한 후 진술서를 받았다. E씨는 D씨에게 진술서를 돌려달라고 요구했지만, 거부당하자 협박을 받아 진술서를 작성했다는 취지로 피해 사실을 신고했다.
 
D씨에 대한 징계위원회에서 위원장으로 참여한 B씨와 간사로 참여한 A씨는 D씨가 출석하지 않은 상태에서 E씨와 E씨 입장을 대변하는 사원대표위원 등의 진술만 청취한 후 D씨에 대해 견책 징계를 결정하는 등 성희롱 피해자에 불리한 조치를 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D씨는 징계 절차에 변호사를 대동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외부인이 참석한 사례가 없다는 이유로 허가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르노삼성은 A씨 등의 위반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한 혐의를 받았다.
 
C씨는 D씨의 성희롱 피해를 알고 있던 상황에서 전문 업무에서 배제하고, 비전문 업무인 공통 업무를 부여하는 등 불리한 조치를 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과 2심은 A씨에게 벌금 800만원, B씨에게 벌금 400만원, 르노삼성에게 벌금 2000만원을 선고하고, C씨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 등에 대해 "D씨에 대한 견책 징계는 성희롱 피해를 신고하고, 관련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지속적인 문제 제기를 하자 D씨의 사소한 잘못을 빌미로 징계에까지 나아간 것으로서 성희롱 피해 주장과의 관련성이 인정된다"며 "A씨는 구체적 범죄사실을 주도했고, B씨도 미필적이나마 그러한 사정을 알고 위원장을 맡아 직무를 수행했다고 할 것이므로 성희롱 피해 주장과의 관련성에 대한 A씨와 B씨의 고의도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남녀고용평등법은 직장 내 성희롱과 관련해 피해자에게 불리한 조치를 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이는 피해자가 2차적 피해에 대한 염려 없이 사업자를 신뢰하고 문제 제기를 할 수 있도록 해 궁극적으로는 직장 내 성희롱 피해를 신속하고 적정하게 구제하고 직장 내 성희롱을 예방하고자 하는 데에 그 취지가 있는데, A씨 등은 이러한 법의 취지를 정면으로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A씨 등이 자신들의 이해관계나 이익을 위해 범죄사실과 같은 행위를 한 것으로 볼 자료는 없고, 회사 내에서 맡은 직무에 따라 그와 같은 행위를 한 것으로 보인다"며 "사안의 엄중함에도 회사 차원에서 이뤄진 조치에 관해 A씨 등에게만 책임을 물어 전체 불법에 상응하는 양형을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양형 사유를 밝혔다.
 
C씨의 혐의에 대해서는 "D씨가 기존에 맡고 있던 선행 업무에서 배제되지 않았고, D씨가 맡은 공통 업무가 실질적으로는 3개여서 그 자체로는 기형적인 업무 분장으로 보기 어려우므로 공소사실이 적시한 '성희롱 피해 관련 불리한 조치'는 인정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 사진/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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