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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 칼럼)법 규제 교묘히 피하는 '과장 홍보' 막아야

2021-08-12 11:00

조회수 : 4,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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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민 산업2부 기자
법 규정이 허술하면 법망을 피해 처벌을 면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법 규정이 너무 포괄적이라 다툼의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법 제정도 사후약방문 형식으로 보완되는 경우도 많다. 이는 재건축과 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법 규정을 교묘히 피해 새로운 홍보 전략을 만들어 시공권 확보에 나서려는 시도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고시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 제30조에 따르면 “건설업자등은 입찰서 작성시 이사비, 이주비, 이주촉진비,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 제2조 제3호에 따른 재건축부담금, 그 밖에 시공과 관련이 없는 사항에 대한 금전이나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는 제안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나와 있다. 이를 토대로 대부분의 조합에서는 입찰지침서에 이를 어길 경우 입찰자격을 박탈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먼저 지난 몇 년간 도시정비사업 수주를 위해 조합원에게 이사비를 제공하겠다는 시공사들이 많았다. 그러나 이는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는 것이라는 법률 해석이 나오면서 논란이 일었고, 이후 도시정비사업 수주전에서 이사비 및 이주비 명목으로 혜택을 제공하겠다는 조건은 사라졌다. 이는 특히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에 이사비와 이주비, 이주촉진비가 명시되는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여전히 조합원의 표심을 얻기 위해 법 규정을 교묘하게 피한 홍보 조건들이 난무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이들 건설사들은 ‘그 밖에 시공과 관련이 없는 사항’에 방점을 찍고 있다. 시공과 관련 없는 사항이라는 포괄적 법 규정을 이용해 여러 가지 조건들을 개발하고 법 규제를 피하려는 분위기가 여전하다. 특히 이들은 법률 검토를 끝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최근 법 규정을 피해 조합원에게 혜택을 제공하겠다고 홍보한 한 대형 건설사가 시공권을 박탈당할 위기에 처했다. 이 건설사는 부산지역 한 재개발사업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한 가구당 3천만원의 ‘민원처리비’를 지급하겠다고 공약해 시공권을 따냈다. 그러나 법원은 조합원이 제기한 ‘시공사 선정 총회 결의 효력정치 가처분 소송’에서 이를 시공과 관련 없는 사항에 대한 재산상의 이익이라고 판단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DL이앤씨가 롯데건설과 수주전을 벌이고 있는 북가좌6구역 조합원에게 제시한 ‘인테리어 업그레이드, 1천만원 제공’ 조건도 정비업계에서 또 다른 논란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서대문구청은 인테리어는 시공과 관련된 사항이라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을 위반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인테리어가 시공과 관련된 사항이기 때문에 법 규정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렇다고 해도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서대문구청 판단을 허용하면 향후 도시정비사업 수주에서 누가 더 많은 인테리어 비용을 제공할 것인지를 놓고 무한 경쟁이 시작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우스게 소리로 향후 정비사업 수주전에서 ‘인테리어 업그레이드, 1억원 제공’ 조건도 등장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재산상의 이익을 제공한다는 조건이 여전히 조합원들의 표심을 자극하는데 주효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조건은 실제 인테리어 비용을 조합원에게 직접 제공하는 것도 아니고, 공사비에 포함된 내용을 마치 직접 제공하는 것처럼 과장 광고한 측면도 있다. 사실 이 모든 문제는 법 규정이 허술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이에 대한 명확한 법 규정을 만들어야 향후 발생할 수 있는 혼란을 막을 수 있다. 시공사 입장에서도 명확한 법 규정이 있어야 시간 및 인력 낭비를 최소화하고, 오로지 수주에만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최용민 산업2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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