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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토마토칼럼)'삼성총수 3대'의 불패신화는 계속된다

2021-08-12 06:00

조회수 : 4,0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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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오는 13일 가석방된다. 올해 1월18일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 받고 법정구속된 지 207일 만이다. 2017년 1월16일 첫 구속영장이 청구된 지 1670일만에 이 부회장은 지긋지긋했던 '옥살이'에 대한 부담을 일단 털어버리게 됐다.
 
이 부회장의 구속 수감은 그 자신에게도 그러하겠지만 '삼성가'의 수치라면 수치였다. 삼성그룹 총수 선대 중 '불구속 기소와 집행유예'의 예는 있었을지언정 이들을 대상으로 구속영장 조차 청구된 역사가 없었다. 검찰과 법원을 상대로 한 삼성의 '불패 신화'다.
 
그러나 이 '불패 신화'도 국정농단이 불러 온 성난 민주주의의 칼날을 피하지는 못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영장 재청구 끝에 2017년 2월17일 이 부회장을 결국 구속했다. 경영권 승계의 뒤를 봐달라는 대가로 박근혜 대통령과 최서원 측에 '정유라 말값'을 포함한 430억원대의 뇌물을 제공한 혐의 등이다. 이 부회장은 이 때부터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나기까지 353일간 구속수감됐다.
 
삼성 총수들은 대대로 형이 확정되면 뒤이어 사면을 받았다. 삼성그룹 창립자인 이병철 회장은 1966년 '사카린 밀수사건'으로 박정희 정권의 수사선상에 올랐지만 경영일선 은퇴와 밀수에 참여한 한국비료 헌납으로 더이상 험한 일을 당하지는 않았다. 밀수 자체가 박정희 대통령의 비자금 마련을 위해 삼성 계열사인 한국비료공업이 동원된 '공작'이라는 뒷말이 있기는 했다.
 
이건희 회장은 '노태우 비자금 사건'과 '불법 경영권 승계· 조세포탈' 등 혐의로 기소돼 집행유예 형을 확정 받았지만 당대 대통령들의 특별사면 복권으로 끄떡 없이 경영일선을 지켰다. 경제난 극복과 일자리 창출 등이 표면적 사유였다. 특히 이명박 정권은 이건희 회장의 사면·복권 명분으로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댔다. 원포인트 사면·복권이었다. 이에 앞서 삼성은 이 전 대통령이 소유한 다스의 미국소송 비용을 대줬다.
 
이 부회장 역시 수형기간이 장기화 되면서 사면·복권론이 머리를 들었다. 그러나 쉽지 않았다. 이 부회장의 혐의가 박근혜 전 대통령·최서원과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로서는 까다로운 문제였다. 이 부회장을 박 전 대통령 등과 함께 구속기소해 실형 확정을 받아 낸 박 특검팀이 여전히 활동하고 있었다는 점도 장애라면 장애였다. 특히 삼성을 국정농단의 또다른 축으로 판단한 박 특검팀은 수사부터 공소유지까지 이 부회장에 대해 매우 집요했다.
 
법무부는 지난 4월 말 가석방 심사 요건을 완화해 7월부터 형기의 60~65%를 채우면 가석방 대상에 포함하기로 규정을 바꿨다. 공교롭게도 이 부회장의 형기가 60%에 달하기 한달 전쯤이다. 이 부회장을 가석방 예비심사 대상으로 올린 서울구치소장은 '삼바 사건', '프로포폴 사건' 등으로 공소유지 중인 검찰과 법원에 사전 의견을 조회하지 않았다. 문제가 되자 사후 의견을 조회했지만 '가석방 업무지침' 20조 위반이다. 결국 이 부회장은 가석방됐다. '불패 신화' 중 절반은 지킨 셈이다.
 
박범계 법무부장관은 이 부회장 가석방에 대해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국가적 경제상황과 글로벌 경제환경에 대한 고려했다"고 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 진보 단체들이 '특혜 석방'이라고 비판했지만 "가석방 요건에 맞춰 절차대로 진행한 것이고 이재용씨도 예외가 될 수 없다"고 일축했다. 이 말은 앞으로 두고두고 회자될 것이다. 
 
이 부회장을 구속기소한 박 특검은 지금 '가짜 수산업자 사건' 연루 의혹에 휩싸여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특검팀은 이미 해체됐다. 가석방을 만끽하며 이 뉴스를 자택에서 보게 될 이 부회장은 과연 어떤 생각을 할까. 격세지감이다.
 
최기철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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