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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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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A 건보료, 잠시 세운 시한폭탄…언제 터질지 조마조마

이익금 합산 '뇌관' 그대로…지금까지 "반영한 적 없다" 앞으로는 "몰라요"

2021-08-09 01:00

조회수 : 28,0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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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이자·배당소득으로 인해 건강보험료(이하 건보료) 폭탄을 맞을 수 있다는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다수의 가입자는 이와 무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문제는 다른 데서 발견됐다. 정부의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점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지난달 기획재정부는 ISA에서 발생하는 주식 및 국내주식형 펀드에 대한 양도세를 비과세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다. 이를 계기로 ISA는 ‘비과세’ 상품으로 부각돼 2016년 등장한지 5년 만에 처음으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서 주의할 것은 ISA로 주식이나 국내주식형 펀드를 매매해서 발생하는 모든 이익이 비과세는 아니라는 점이다. 비과세 혜택은 국내주식과 국내주식형 펀드의 양도차익 즉 매매해서 생긴 이익에 적용된다. ISA 내에서 발생한 나머지 모든 유형의 이익은 200만원(서민형 400만원)까지만 비과세이며 200만원을 초과하는 금액은 9.9%로 분리과세된다. 주식에서 생긴 배당금이나 ELS 수익 등은 ISA 만기 때 세금이 일부 부과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세금을 크게 줄일 수 있으니 가입자에게는 유리한 상품이다. 
 
문제는 건보료에 있다. ISA가 만기가 되면 투자원금과 이익을 한꺼번에 수령할 텐데 이 이익금의 일부가 건강보험료 산정에 반영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로 구분해 각각 건보료를 산정한다. 직장가입자의 경우 근로소득 외 소득이 3400만원을 초과하는 경우 이를 건보료 산정에 반영하도록 돼 있다. 해당금액의 6.86%를 추가로 내야 한다. 
 
ISA에서 얻은 이자·배당 중에서 200만원은 비과세로 빠지고 나머지 9.9% 분리과세 대상 이익금만 근로소득 외 소득으로 잡히기 때문에 웬만해선 이 기준을 넘기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근르소득 외 소득에는 ISA 수익만 반영되는 것이 아닌데다 내년 7월부터는 보수 외 소득 기준이 한층 강화될 예정이다. 
 
지역가입자들에겐 더 민감한 문제다. 직장가입자처럼 무슨 기준선이 있는 게 아니라 모든 소득을 합산한 금액을 구간별로 점수화해 여기에 201.5를 곱한 금액을 건보료로 부과하는 방식이라서 ISA 수익금이 일시에 발생하면 건보료가 뛸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한 해당 정부부처와 공단의 대응에는 기대와 실망이 공존한다. 
 
우선 희망을 가져볼 수 있는 부분은, 현재는 ISA 수익금을 건보료 산정에 반영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관련 법 규정에 따르면, ISA를 포함한 여러 종류의 금융소득은 전부 건보료 산정에 더하는 것이 맞다”고 전제한 뒤 “하지만 지금까지 ISA 수익금을 건보료를 부과하는 데 반영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규정에 따라 그렇게 한 것이 아니라서 앞으로도 그럴지 확신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 관계자는 “지금까지 한 번도 반영하지 않았다는 사실만 공식 확인해 줄 수 있을 뿐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며 “퇴직연금(수령금)도 건보료 산정엔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연금을 받을 때 세금을 물리는 이연과세 상품인 연금저축과 퇴직연금도 건보료 논란이 있다. 
 
이에 대해 ISA 세제개편의 주무부서인 기재부 금융세제과 담당자는 “건보료 산정에까지 관여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으나 나중에 다시 “복지부 담당자와 통화했는데 건보료 산정에 반영하지 않는다고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기재부의 설명은 사실과 달랐다. 보건복지부 보험정책과 담당자는 “ISA에서 발생한 (이자배당)이익을 건보료 산정에 반영할지 말지 모르는 상태”라며 “지금까지는 합산하지 않았으나 앞으로도 그럴 것인지는 알 수 없다”고 답했다. 그는 “상속세도 그때그때 결정해서 건보료 산정에 합산을 안 하고 있는데 이것(ISA) 하나를 놓고 무슨 결정을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속세 과세 대상자는 극히 일부이고 ISA는 증권사 가입자만 100만명에 육박하는 상황이다. 또 개인에게 주어진 세제혜택 상품이 연금저축, 퇴직연금, ISA 등에 불과해 ISA를 상속세와 비교하는 것도 무리가 있다. 
 
ISA 수익금을 건보료 산정에 반영할지 말지가 중요한 것은, 실제로 ISA를 활용해 절세한 금액의 상당액 또는 그 이상을 건보료로 내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어서다. 
 
ISA 가입자 A씨가 연 2000만원씩 5년간 1억원을 납입하면서 전액을 연 5%를 배당하는 주식종목을 매수한다고 가정해 보자. A씨는 첫 해에 100만원, 2년차엔 200만원, 3년차 300만원, 4년차 400만원, 5년차 500만원 등 총 1500만원의 배당금(세전)을 얻게 된다. 
 
이중 200만원은 비과세되고 나머지 1300만원이 분리과세 대상이 된다. 만약 건보공단이 그때도 ISA 수익금을 건보료 산정에서 빼주지 않는 한 A씨가 직장가입자든 지역가입자든 그의 건보료는 오를 수밖에 없다. A씨가 ISA로 투자해서 아낀 세금은 약 100만원이다. 
 
이 정도는 약과다. A씨와 똑같은 종목으로 10년 동안 투자하는 B씨는 어떨까? 5년차까지 배당금은 같지만 6년차부터 10년 만기 때까지도 매년 500만원씩 배당이 나오기 때문에 10년 배당금은 총 4000만원이 된다. 여기에서 200만원 비과세를 제외하더라도 건보료를 피할 수는 없다. 
 
오랫동안 비과세 혜택을 받기 위해 ISA 만기를 10년 이상 길게는 50년까지 장기로 설정하는 가입자가 적지 않은 상황에서, 중간에 원칙대로 ISA 수익금을 건보료 산정에 포함시킨다면 10년 이상 들인 공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투자종목으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도 예상 가능하다. 상장펀드 중에는 보유자산을 매각하면서 발생하는 이익을 펀드청산 전에 유상감자 형태로 먼저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그 이익금이 의제배당으로 취급돼 배당소득세가 부과된다는 점이다.  
 
C씨는 ISA로 4000만원어치 선박펀드를 매수했다. 보유선박을 매각하면 그중 상당액을 먼저 환급받을 것이다. 그가 매수한 가격은 주당 약 2000원이다. 현재 주가는 2550원을 오간다. 매각금액은 이보다 높은 2650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C씨가 매각대금을 환급받으면 환급액(2650원)과 매수가(2000원)의 차액인 650원×2만주=1300만원이 배당소득세 부과 대상이 되는 것이다. 그동안 선박펀드에서 받은 배당금도 더해야 한다. ISA 계좌 전체에서 생긴 수익이 아니라 그중 일부만으로도 건보료 추가 납입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ISA 보유기간이 길면 길수록 건보료 폭탄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물론 지금처럼 앞으로도 건보공단이 ISA의 이자·배당을 건보료 산정에 반영하지 않는다면 폭탄은 터지지 않겠지만, 법규정은 ‘부과해야 한다’이기에 언제까지고 복지부와 공단의 시혜를 기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복지부 담당자는 이 사안을 보험료 부과제도개선위원회에 올려서 논의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지금으로서는 말씀드릴 게 없다”고 말했다. 
 
모처럼 정부에서 세제혜택을 늘려준 개정안이 나왔지만 이와 관련된 건보료 부과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ISA 가입자들의 혼란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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