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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호

(영상)새출발하려던 남양유업, 홍원식 전 회장 잠수에 안갯속

홍 전 회장, 연락 두절 일주일 넘어…답답한 한앤컴퍼니

2021-08-0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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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유승호 기자]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이 임시 주주총회를 돌연 연기한 뒤 일주일 가량 잠수를 이어가고 있다. 과거의 숱한 논란을 털고 새 출발을 시작하려던 남양유업이 다시 안개 속을 걷게 되면서 애꿎은 직원, 대리점, 낙농가의 마음만 타들어가고 있다.
 
6일 한앤컴퍼니에 따르면 이날까지 남양유업(003920) 대주주인 홍 전 회장은 한앤컴퍼니에 별다른 입장을 표하지 않고 있다. 앞서 홍 회장은 지난달 30일 남양유업 임시 주총장에 나타나지 않고 일방적으로 연기했다. 임시 주총은 오는 9월 14일로 미뤄졌다.
 
문제는 이날이 임시 주총일이기도 했지만 남양유업 매도인인 홍 전 회장과 매수인인 한앤컴퍼니가 매매 대금을 지급하고 거래를 종료하기로 합의한 날이었다. 하지만 홍 전 회장이 돌연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매매 대금 지급도 성사되지 않았다.
 
홍 전 회장의 이번 움직임을 두고 제3의 매수자 등장, 계약 파기 등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계약 파기보다 제3의 매수자 등장에 좀 더 무게를 싣고 있다. 홍 전 회장은 지난 5월 말 한앤컴퍼니와 오너일가 지분 전체를 양도하는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양도 대상은 남양유업 보통주식 37만8938주로 계약금액은 3107억 수준이다. 
 
당시 홍 회장은 불가리스 코로나19 억제 효과 발표로 여론의 뭇매와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까지 받자 경영권에서 손을 떼는 것을 돌파구로 삼았다. 급하게 회사 매각을 결정하면서 남양유업 자산 가치에 비해 헐값에 팔았다는 평가도 잇따랐다. 부동산 등 남양유업의 유형 자산 가치는 계약금액을 넘는 3600억원 수준이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지난 5월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남양유업 본사 대강당에서 대국민 사과를 한 뒤 회장직 사퇴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현재 남양유업을 인수하기로 한 한앤컴퍼니는 답답한 상황이다. 매매대금 지급 준비가 완료된 만큼 하루 빨리 주식매매계약이 이행되길 바란다는 게 한앤컴퍼니의 입장이다.
 
한앤컴퍼니 관계자는 “(지난 30일 이후 현재까지) 추가적인 진전이 있거나 어떠한 협의가 추가로 된 부분이 없다”며 “가장 우선으로 두고 있는 것은 거래가 제대로 잘 이행돼서 예정된 대로 인수를 완료하는 것을 최우선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남양유업의 정상화 시점은 더 늦춰지게 됐다. 그간 한앤컴퍼니는 남양유업을 인수하겠다고 밝힌 이후부터 이미지 개선 작업 등 정상화에 속도를 내고 있었다. 집행임원제도를 도입하기 위해 이번 임시 주총 때 정관 개정 안건을 처리하려고 했던 것이 대표적이다.
 
집행임원제도는 의사결정과 감독기능을 하는 이사회와 별도로 전문 업무 집행임원을 독립적으로 구성하는 제도다. 이사회의 감독기능을 강화하고 집행부의 책임경영을 높이는 장점이 있다.
 
또 한앤컴퍼니 인수 발표 이후 경쟁사인 매일유업(267980)과 소비자에게 근거없이 온라인 댓글 비방 행위를 한 것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하기도 했다. 앞서 남양유업은 지난 2019년 매일유업을 비방하기 위해 홍보대행사를 이용해 ‘우유에서 쇠맛이 난다’, ‘우유 생산 목장 반경에 원전이 있다’는 등 댓글을 달았다.
 
새출발을 하려던 남양유업이 다시 안개 속을 거닐게 되면서 남양유업 직원, 대리점주, 낙농가, 주주까지 속이 타고 있다. 현재는 삭제됐지만 지난 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매각을 이행하라는 게시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 청원인은 당시 게시글을 통해 “임시주총을 연기하는 일방적인 발표를 하며 주주와 직원, 국민을 우롱했다”며 “새로운 경영진과 직원, 주주, 국민은 아연실색해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유승호 기자 pet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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