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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선

'대우조선해양건설 자금 횡령' 경영진·인수자 2심서 유죄

“회삿돈 대여 시 이사회 안 거쳐… 유죄"

2021-07-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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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대우조선해양건설 M&A(인수·합병) 과정에서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기소된 경영진과 이 회사를 인수했던 사모펀드 전 회장이 항소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1심에서는 무죄가 선고됐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고법 형사5부(재판장 윤강열)는 특정경제 범죄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배임) 혐의로 기소된 전 키스톤PE 회장 A씨와 전 대우조선해양건설 사장 B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을 파기하고 각각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씩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B 전 사장 등은 자신의 임무를 위배해 A 전 회장에게 대우조선해양건설 보유 현금 11억원을 대여함으로써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A 전 회장은 대우조선해양건설 구주 인수대금 45억원을 스스로 납부할 자금 능력이 없었고, 이 금액을 지급하기 위해 제3자로부터 40억원에 가까운 돈을 차용했다”며 “그런데 B 전 사장 등은 A 전 회장이 향후 대우조선해양건설 사주가 될 것이라는 생각에 사용처에 관한 아무런 언급도 없는 긴급 자금대여 요청에 응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대우조선해양건설 이사회 운영규정상 ‘자금의 대여’는 금액에 상관없이 이사회 결의사항으로 정해져 있음에도 B 전 사장은 자금을 대여하면서 이사회 결의를 거치지 않았다”며 “원심대로 이사회가 개최돼 해당 안건이 통과됐을 가능성이 높더라도 이사회 결의 부존재 하자가 치유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재판에 함께 넘겨진 또 다른 인수자 JR파트너스 전 대표 C씨와 그의 형 D 전 대우조선해양 대표 등에 대한 검찰의 항소는 모두 기각했다.
 
키스톤PE는 2017년 6월 대우조선해양건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키스톤PE는 대우조선해양건설 1687만주(구주, 지분 99.21%)를 45억5000만원에 사들이며 상환전환우선주(RCPS) 인수 형태로 이뤄지는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내용의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상환전환우선주 납입대금 125억원을 마련하지 못해 인수 일정이 미뤄졌다.
 
검찰에 따르면 A 전 회장은 같은 해 8월 B 전 사장에게 대우조선해양건설 자금에서 11억원(1차 대여금)을 급히 대여해달라고 요청했다. B 전 사장은 처음엔 이를 거절하다 결국 승낙했다.
 
이후에도 키스톤PE는 상환전환우선주 납입대금을 마련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JR파트너스가 키스톤PE로부터 대우조선해양건설 구주를 인수하기로 하며 이 회사 유상증자에 대신 참여하기로 했다. JR파트너스 대표였던 C씨는 자신이 지배하고 있던 코스닥 상장사 인터불스 등의 자금을 이용해 같은 해 11월 키스톤PE에 20억원과 55억원을 각각 지급했다.
 
인터불스는 라임 사태로 재판을 받고 있는 김봉현씨가 실소유했던 스타모빌리티의 전신이다. C씨는 인터불스를 2018년 김씨에게 넘겼다. C씨는 전략적투자자(SI)로서 대우조선해양건설을 인수한 뒤 자신의 형을 대우조선해양건설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이로써 당시 대우조선해양건설 이사회는 사실상 JR파트너스 측 사람들로 채워졌다. 그런데 C씨가 운영하던 코스닥사 연말 회계감사 과정에서 페이퍼컴퍼니 대여금이 문제되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같은 해 12월 대우조선해양건설에서 25억원(2차 대여금)을 대여했다는 게 검찰의 공소사실 내용이다.
 
대우조선해양건설 인수 과정에 개입된 경영진 총 7명은 회삿돈 자금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대우조선해양건설 자금을 횡령하거나 배임 행위를 할 의사가 있었다 하더라도 고의가 없거나 불법영득, 이득의사가 없다면 피고인들의 횡령죄 또는 배임죄는 성립할 수 없다”며 당시 경영진들 7명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1차 대여금에 대해서는 “대우조선해양건설 여유 자금에서 집행됐고, 이 회사 매출 규모나 자산 규모 등에 비춰볼 때 이 회사의 현금흐름에 영향을 미칠 정도의 자금 집행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A 전 회장은 2017년 12월 대우조선해양건설에 원금과 이자 및 지연손해금을 모두 상환했고, 이 사건 1차 대여 안건을 이사회에 부의했다면 그대로 통과됐을 가능성이 높은 점 등을 종합해 볼 때 이사회 결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B 전 사장의 불법영득의사를 추단할 수 없다”고 보았다.
 
2차 대여금에 대해서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들이 고의를 가지고 업무상 임무에 위배해 2차 대여를 실행했다는 사실이 충분히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C씨 등이 이 사건 2차 대여금의 구체적 사용처를 알았다고 볼 증거도 찾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호텔 담보 제공 목적과 대우조선해양건설 공사 수주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 하에 25억원을 대여했다는 C씨 형제 측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이어 “2차 대여는 대우조선해양건설 공사 수주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자금 집행의 외관을 갖추고 있었다”며 “결과적으로 2018년 1월 2차 대여금 원금 및 이자 등을 모두 변제 받았으므로 대우조선해양건설에 구체적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이 현실화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서울 중구 남대문로 대우조선해양. 사진/뉴시스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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