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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치료제·백신 개발 늦어진다고 지탄할 일일까

2021-07-25 06:00

조회수 : 2,6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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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코로나19 확산 초기 금세 잠잠해질 것이란 기대와 달리 4차 대유행 단계에 진입했다. 게임 체인저로 불렸던 백신 접종이 시작됐지만 역대 최다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는 등 확산세가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일상생활 복귀를 꿈꿨던 이들은 언제라도 확진될 수 있다는 우려에 치료·예방 옵션 확대를 기다리고 있다.
 
허가 당국인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은 코로나19 치료제는 길리어드 '렘데시비르'와 셀트리온 '렉키로나'다. 각각 작년 7월, 올 2월 허가를 받았다. 두 품목을 제외하면 약물재창출과 신약 물질을 포함해 13개(11개 성분) 후보물질이 임상시험 중이다. 백신은 10개 물질이 임상 중이며 허가받은 국산 백신은 아직이다.
 
렉키로나에 이어 국산 코로나19 2호 치료제에 도전했던 후보물질은 두 개였다. 종근당은 췌장염 치료제 '나파벨탄'으로, GC녹십자는 혈장치료제 '지코비딕'으로 조건부 허가를 노렸으나 결과는 실패였다.
 
이후 다른 치료제 후보들의 이렇다할 성과가 발표되지 않으면서 개발사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도 커져갔다. 주로 개발이 늦어진다는 항의다. 백신 개발 업체들 역시 마찬가지다.
 
치료제, 백신 개발이 늦어진다고 손가락질 받아야 할 이유는 없다. 효과를 과장하고 허가당국을 기만했다면 지탄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임상에 속도가 붙지 않는다거나 허가에 실패했다고 나무랄 일은 아니다.
 
의약품은 신약 후보물질 발굴부터 세포실험, 전임상 등 많은 단계를 거친다. 허가당국에 제출하는 임상시험계획(IND) 자료 준비에도 상당한 시간과 인력이 필요하다. 임상을 승인받더라도 여러 요인으로 참여자 모집이 늦어질 수 있다. 임상 기관도 상황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
 
임상에 진입했다고 허가가 보장되지도 않는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자료를 보면 임상 1상에 들어선 후보물질 중 60%가 성공한다. 2상에선 전체 후보물질 중 30%만 유효성과 안전성을 입증한다. 임상 2상이 '죽음의 계곡'으로 불리는 것도 낮은 성공률 때문이다.
 
3상 단계에선 60% 정도가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하지만, 신약허가신청(NDA) 과정에서 좌초하는 후보물질도 다수다. 결국 후보물질 100개 중 10%가량만 최종 허가를 받는 셈이다. 이마저도 신약개발 경험이 많은 다국적 제약사 기준이라 후하다고 평가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 같은 과정은 일반적으로 10년 이상 걸린다. 감염병 팬데믹 상황에서 치료제·백신 개발이 시급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에 설득력이 없지는 않다. 다만, 현재로선 임상 개발이 늦어진다고 질책하기 어려렵다. 식약처 의약품안전나라 임상 현황을 보면 코로나19 치료제·백신 후보물질 가운데 가장 오래된 시험도 작년 상반기에나 시작됐다.
 
의약품 개발은 속도 경쟁이 아니다. 오랜 시간 사용됐던 의약품도 불순물이 검출돼 회수될 만큼 안전성에 민감한 분위기가 정상이다.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과정을 통해 약물 효과를 검증하는 것도 중요하다.
 
유례없이 빠르게 개발됐지만 속도전에 치우쳐 유효성과 안전성이 불확실한 코로나19 치료제 또는 백신을 맞게 되는 상황을 가정해보자. 기대했던 만큼의 치료 효과를 보지 못하거나 예상치 못했던 부작용을 경험할 수도 있다. 그런데도 치료제·백신 개발 속도가 늦어진다고 지탄할 일일까.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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