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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개발국, 백신 부족 난리인데…불평등 논란 촉발한 부스터샷

아프리카·동남아 등 1차접종률 한 자릿수…이스라엘·영국은 3차 접종 추진

2021-07-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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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이스라엘과 영국 등 코로나19 백신 접종 선도국이 부스터샷(3차 접종)을 추진하면서 '백신 불평등'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아프리카와 동남아 등 저개발국가에서는 1차 백신 접종률이 한 자릿수에 불과한 곳이 상당한데 선진국이 자국의 추가 접종에만 혈안돼 있다는 지적이다. 
 
12일(현지시간) 가디언지 등에 따르면 니트잔 호로위츠 이스라엘 보건부 장관은 "화이자 백신 2차 접종을 맞았어도 면역체계가 손상된 성인들은 즉시 부스터샷을 맞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의 이번 방침은 코로나19 변이 확산에 따라 접종을 완료했더라도 화이자 백신을 추가 접종해 예방력을 높이기 위한 긴급 조치다.
 
이미 터키와 러시아, 도미니카 등은 부스터샷 접종을 시작했고 영국도 오는 9월 부스터샷 도입을 계획하고 있다. 터키는 중국산 코로나19 백신인 시노팜을 접종한 사람 중 50세 이상을 대상으로 부스터샷을 접종하고 있다. 지난 6일 기준 터키에서 3차 접종을 마친 인구는 100만명을 넘어섰다. 러시아와 도미니카도 코로나19 확산세에 대응하기위해 부스터샷을 도입하고 있다.
 
 
각국이 부스터샷 도입에 나서는 것은 델타 변이 등에 따른 코로나 확산세가 계속되기 때문이다. 인도에서 시작한 델타 변이는 영국발 알파 변이보다 전염력이 55% 강해 빠른 전파력을 보이고 있다. 실제 백신 접종률이 높은 영국과 이스라엘에도 델타 변이에 감염된 이들이 증가하고 있다.
 
영국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매일 3만명 넘게 발생하고 있다. 이스라엘 역시 하루 450명 수준까지 확진자가 늘었다. 이스라엘은 불과 한달 전 한 자릿수대 감염자를 기록했었다.
 
코로나 백신 선두국인 이스라엘과 영국도 부스터샷 접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전세계 백신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부스터샷 도입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백신 접종률이 높고 많은 물량을 확보한 나라들이 부스터샷 접종까지 나선다면 개발도상국과 빈국들의 백신 확보가 더욱 어렵게 된다는 것이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전 세계적으로 백신 공급 격차는 여전히 매우 크다”며 "일부 국가는 다른 국가가 보건 노동자와 취약 계층에게 백신을 접종하기도 전에 부스터 샷을 위해 수백만 회분을 주문하고 있다"며 부스터샷 도입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부스터샷에 대한 충분한 효과가 검증되지 않았다며, 이들 국가들에게 개도국 등 백신 접종률이 낮은 국가들을 위한 물량 양보를 요구하고 있다.
 
전 세계 코로나19 백신 접종은 작년 12월 영국을 시작으로 180개국에서 진행됐다. 그러나 국가별 백신 접종률은 부익부 빈익빈이다. 부스터샷 도입을 밝힌 이스라엘의 1차 백신 접종률은 63.2%, 영국은 68.7%에 달한다. 백신 부족 현상을 겪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30%대다.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등은 1회 접종률조차 한 자릿수를 넘지 못하는 국가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간다의 경우 1차 백신 접종률은 2.4%, 백신 접종을 완료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방글라데시는 1차 백신 접종률이 각각 6.4%, 3.6%뿐이다.
 
부스터샷 논의가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우세하다. 미국 보건 당국은 이날 화이자 핵심 관계자들과 화상 회의를 갖고 부스터샷 문제를 논의한 이후 별도 성명을 내고 "현 시점에서 백신 접종을 마친 미국인들에게 부스터샷은 필요하지 않다"고 발표했다.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도 지난달 미국에서 코로나19로 사망한 사람 중 99% 이상이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이라며 부스터샷 논의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샤론 카스티요 화이자 대변인은 "우리 역시도 과학적 데이터가 따라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면서 조만간 과학 저널에 "더 명확한 데이터"를 발표할 계획이라고 알렸다.
 
미국 제약사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델타 변이를 막기 위한 코로나19 백신 부스터샷(추가접종)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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