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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 텅텅 비었던 작년 겨울 트라우마로 남았는데 또…나라 잃은 심정"

거리두기 격상으로 영업제한 받는 소상공인들 '망연자실'

2021-07-1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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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보라 기자] "작년 겨울에 홀영업 못했던 게 트라우마로 남았는데… 나라 잃은 심정입니다."
 
관악구에서 6년째 카페를 운영하는 고 모씨는 코로나19 일일 확진자가 1000명을 넘어서는 시점부터 거리에 사람이 줄면서 손님이 부쩍 감소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1층과 2층까지 총 80평에 달하는 규모의 대형 카페를 운영하는 고씨는 한달에 임대료를 포함해 2500만~3000만원 가량 비용이 든다며, 각종 정부지원금은 한달 운영비도 안된다고 읖조렸다. 지금까지는 각종 보험을 해약하고 받은 1억여원의 돈으로 근근히 버텼다. 최근에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1000만원 대출까지 받았다. 그나마 신용등급이 1등급이라 수월했지만 그렇지 못한 사장님들이 많다며 그는 안타까워했다. 
 
코로나19가 시작된 지난해, 고씨가 운영하는 카페 매출은 2019년에 비해 절반으로 줄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에 따라 카페 매장 이용이 불가능했던 지난해 겨울의 기억은 그에게 트라우마로 남았다. 고 대표는 "지난해 겨울 홀 영업 금지 조치로 인한 트라우마가 큰 상태인데 거리두기 4단계로 간다고 하니 마치 나라 잃은 심정"이라고 우울해했다. 그는 "카페의 손님들이 천안이나 지방으로 원정 가자고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이제 방학이 되고 휴가철이 되면 2030들이 움직일 텐데 모두 비수도권으로 떠날 것이 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거리두기를 강화해야 한다면 전국의 모든 업종에 동일하게 적용해야 효과가 있을 텐데, 일부 자영업자에게만 희생을 요구하고 있어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토로했다.
 
지난 3월 번화가로 유명한 영등포 먹자골목에 호프를 개업한 강모씨도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코로나19로 1년 가량을 버티다 폐업신고도 못한 채 문닫은 자리에 자신의 가게를 냈다. 권리금만 억원대에 달한다는 '목좋은 자리'라 운이 좋다고 생각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코로나 재유행까지 각오하고 시작한 장사지만 이번 거리두기 단계 격상으로 인한 매출 타격은 어느 정도일지 가늠하기 힘들 것 같다고 했다. 강씨는 "2인으로 제한한다고 해서 영업을 안 할 수도 없는데 문을 여는 순간 고정비는 그대로 발생해 손해가 막심할 것 같다"며 "매출이 얼마나 떨어질지 상상이 안간다"고 말했다. 
 
강씨 가게의 고정비는 월 3000만원(월세 400만원·인건비 1200만원·식자재비 1000만원 등) 가량 된다. 정규직 4명과 알바 2명을 고용하고 있는데 손님이 없다고 해서 당장 내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숙련된 인력을 다시 구해오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그는 이번 조치에 대해 불공평한 처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씨는 "오전 장사가 가능한 식당들에 비해 저녁장사를 해야하는 우리같은 업종에게 너무 가혹하다"면서 "오전에는 코로나에 안전하고 저녁에는 안전하지 않다는 논리는 대체 어디서 나온 건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12시까지 장사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행복했던 게 겨우 3일이었다"면서 "2주 뒤에 인원 제한이 풀린다는 확신만 있다면 마음이 편할텐데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어 막막하다"이라고 말했다. 
 
1316명의 신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9일 오전 서울시청 광장에 설치된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부가 오는 12일부터 수도권에 거리두기 4단계를 적용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 소상공인 법정단체인 소상공인연합회는 소상공인에게 돌이킬 수 없는 큰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러면서 "손실보상과 피해지원금액을 대푝 늘려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복원력을 높이는 정책을 수립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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