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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새나

정준영 단톡방 피해자 "신고하러 갔더니 다시 생각해보라더라"

BBC, 한국 디지털 성범죄 조명…"양형 기준에도 문제 있어"

2021-06-17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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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권새나 기자] BBC가 한국의 디지털 성범죄 실태를 집중 조명하며 '정준영 단톡방' 피해자 A씨가 겪은 2차 가해 상황을 전했다.
 
16일(현지시간) BBC는 '정준영 단톡방 피해자가 여전히 가해에 시달리는 이유'라는 타이틀로 2016년 8월 정준영을 불법촬영 혐의로 경찰에 신고했던 A씨와의 인터뷰를 전했다. 
 
A씨는 "정준영은 동영상을 지웠다고 했지만 확인해주지 않았다"면서 "동영상이 유포될까 두려워 경찰에 신고하러 갔는데 '다시 생각해보라'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A씨는 "변호사도 불법 촬영을 고소해 봤자 집행유예나 무혐의가 나온다고 했다"며 "2019년 정준영 단톡방 사건으로 실형이 처음 나오기 시작했지, 그 전까지는 다 집행유예 아니면 무혐의였다"고 전했다.
 
그는 2016년 당시 정준영에 대한 고소를 취하한 것에 대해 "혐의가 입증되지 않으면 무고죄로 고소당하거나 손해배상을 해야 하는 상황이 두려웠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A씨는 "경찰은 신고를 안 받아주려 했고, 주변에서는 제가 정준영 인생을 망쳤다고 했다"며 "방송에선 하루 종일 패널들이 제가 무고죄가 아니냐며 떠들었다"고 전했다. 또 "일베는 말할 것도 없고 맘 카페에서도 '정준영 동영상 좀 보내주세요'라는 글이 넘쳤다"며 "지금은 이것이 범죄라는 의식이 생겼지만 당시에는 정말 좌절스러웠다"고 심경을 밝혔다.
 
정준영의 불법촬영 사실이 법원에서 드러나기까지는 3년이 더 걸렸다. 경찰은 2019년 정준영의 휴대폰에 동영상이 있다는 제보에 따라 영장을 발부, 휴대폰을 압수했으며, 압수된 휴대폰에는 A씨 등 여성 12명의 불법촬영물이 들어 있었다.
 
16일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가 한국의 디지털 성범죄 실태를 폭로하는 보고서를 공개했다. BBC, 로이터통신, CNN, 파이낸셜타임스(FT), 워싱턴포스트(WP) 주요 외신은 해당 보고서를 주요 기사로 다루며 "한국에서 초소형 카메라를 악용한 성범죄가 급증하고 있고, 가해자들이 솜방망이 처벌이 그쳐 범죄를 방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BBC는 HRW 보고서와 A씨 인터뷰를 함께 전하면서 "한국의 사법체계가 디지털 성범죄자들에게 충분한 책임을 묻지 않는 상황"이라며 2020년 불법촬영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의 79%가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받았다는 사실을 언급, 디지털 성범죄 양형기준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2019년 5월 가수 정준영이 '성관계 동영상 촬영 및 유포' 관련 1차 공판준비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권새나 기자 inn137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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