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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경

(데스크칼럼)내 집 마당에서 삽질하지 말자

2021-06-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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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체제 출범으로 새 정치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의 최근 행보는 반대 방향이다. 경선연기론을 둘러싼 갈등이 그것이다. 여권 대권주자 각각의 입장에 따라 경선 일정 고수와 연기론으로 나뉘어 이전투구 양상을 보이고 있어서다.
 
솔직히 현 정부의 국정 운영에 좋은 평가를 주기 어렵다. 이유야 어찌됐건 부동산 정책은 성공보다 실패에 가깝고, 코로나19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어려움은 현재 진행형이다. 공직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은 공정의 가치를 크게 훼손한 것으로 여겨져 청년세대들의 민심이반을 초래했다. 군 성범죄와 잇따른 산업재해는 전 국민적 분노를 일으켰고, 안전 불감증을 떨치지 못한 후진국형 광주 건물 붕괴 사고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 본능인 생존의 불안감 마저 증폭시켰다.
 
여기서 경선 일정을 그대로 가져가느냐 이를 연기하느냐를 두고 벌이는 논쟁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물론 정치적으로는 조금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민주당 당헌 88조 2항에는 '대통령후보자 선출은 대통령 선거일 전 180일까지 해야 한다'고 돼 있다. 또 '다만 상당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당무위원회의 의결로 달리 정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시기적으로 다음 대선일인 2022년 3월10일로부터 역산해 민주당은 9월 10일까지 후보를 선출해야 한다. 상대적으로 국민의힘은 120일 전인 11월초 후보를 선출해야 한다. 약 한 달의 시차가 발생한다.
 
이를 두고 연기론을 주장하는 측은 자당 후보가 상대의 공격에 더 많이 노출된다고 우려한다. 대선 후보를 선출하는 시기가 공교롭게도 여름 휴가철과 겹쳐 컨벤션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것도 이유로 든다. 
 
반문하고 싶다. 상대의 공격에 노출되는 시간이 많은 대신 대통령 후보로서 시대정신을 반영한 국정비전 홍보에 더 많은 시간을 가질 수 있지 않나. 바야흐로 계파 정치에서 콘텐츠 정치로 문화가 급변하고 있다. 이준석 효과가 그렇게 해서 나온 것이다. 공격의 빌미를 줄 수 있다는 걱정은 접어두고 공격을 할 수 있는 좋은 콘텐츠로 단단히 무장할 궁리를 하는 편이 낫지 않나.
 
휴가철 논리도 어불성설이다. 예상하지 못했던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대선 일정 자체가 변경된 측면이 있다. 그렇더라도 문재인 대통령 임기를 감안하면 그리고 당헌 규정을 고려하면 휴가철에 대선 후보 경선이 실시된다는 것 정도는 수 년 전부터 예상할 수 있었던 일 아닌가. 왜 지금에서야 이게 문제가 된다고 하는 것인가. 아예 규정을 수 년 전에 바꿨으면 되지 않았나. 그 정도의 혜안도 없이 정치를 하는가. 
 
원칙을 지켜야 한다. 4·7 재보궐선거에서 이미 쓴 맛을 보지 않았던가. 경선 연기론 논쟁이 심화될수록 여당에 대한 국민적 피로감만 높아질 것이다.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된다 해서 무조건 대통령이 되는 것이 아니다. 제발 큰 그림을 보자. 
 
영호남 전현직 교수 160명이 경선연기를 반대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이준석 효과를 빗대 "개혁진보정당이라는 민주당이 보여준 반응은 어떠한가"라며 "고작 대선후보 경선 연기 논란이 전부"라고 꼬집었다. 귀담아 들어야 한다. 진정 정권 재창출을 희망한다면 애써 내 집 앞 마당에서 삽질을 하지 말자. 그곳이 곧 나의 무덤이 될 수 있다. 
 
권대경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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