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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응열

”공급 발표만 풍년이다”

2021-06-15 23:00

조회수 : 4,8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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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아파트 모습. 사진/뉴시스
 
“실제 공급이 나와야 하는데 발표만 풍년이네요”
 
여당이 최근 주택 공급 정책을 내놓자, 한 부동산 전문가는 다소 아쉽다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습니다. 공급 대책이 나오는 건 긍정적인 일이지만, 당장은 기대감을 불어넣는 것 외에 실효성이 없다는 취지의 지적입니다.
 
공급 기대감을 시장에 심는 건 필요한 일입니다. 불안 심리 때문에 당장이라도 매수에 나서려는 수요층을 진정시켜서, 시장 안정화 효과를 노려볼 수 있습니다. 
 
한계도 분명합니다. 실질적인 매물이 부족하고, 당장 내 집 마련에 나서는 수요가 여전히 받치고 있습니다. 가격 상승이 눈에 보입니다. 불안 심리가 외려 다시 커질 수 있습니다. 
 
신규 주택은 공급에 시간이 걸립니다. 사업 계획을 짜야 하고, 관계당국의 인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법 개정이 필요한 경우에는 그만큼의 시일이 또 필요합니다. 여기에 더해 실제로 집을 짓는 과정도 필요합니다. 집 짓는 기간도 보통 2~3년을 잡습니다.
 
건설업계와 학계에선, 정부가 지금 공급 대책을 쏟아내더라도 실제 입주를 하려면 4~6년은 봐야 한다고 합니다. 현 정부 4년 사이 집값은 고공행진을 했습니다. 기자라고 밝히며 부동산 시장 현장에서 만나는 이들은 하나같이 푸념합니다. “2~3년전만 해도 4억이던 아파트가 지금은 9억, 10억이 됐다”라고 성토합니다. 
 
이런 급등세가 앞으로도 이어진다고 확신할 순 없지만, 적어도 지금 같은 규제가 계속되면 가능성이 낮지는 않습니다. 
 
매매 수요자들은 집값 급등을 학습했습니다. 상대적인 ‘벼락거지’가 됐다는 패배감과 박탈감, 무력감이 짙게 깔려있습니다. 이런 탓에 수요자들은 신규 공급의 시간을 기다릴 여유가 없습니다. 
 
풍년이어야 할 것은 발표가 아니라 공급입니다. 정부 주도의 중장기적 대책에만 몰두하면 당장의 시장 안정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단기 대책의 핵심은 재고주택으로 귀결됩니다. 새로 짓는 집 아니면 이미 있는 집이 공급의 양대 축입니다. 이미 지어진 집은 회전이 그나마 빠릅니다.
 
재고주택을 나오게 할 세금 규제 완화는 기약이 없습니다. 투기세력이 이익을 취하도록 양보할 수는 없다는 이념 때문입니다. 민간 시장의 순기능은 인정하지 않겠다는 선언과 다름없습니다. 
 
“매번 말하지만 매번 거부한다.” 잔뼈가 굵은 어떤 부동산 전문가는 무심결에 던진 한 마디지만 기자의 뇌리에서는 떠나지 않습니다. 그는 “포럼 같은 자리에 참석하면 양도세 규제 완화를 풀 필요가 있다고 거듭 얘기해왔지만, 그럴 때마다 당국은 거부 의사를 명확히 했다”라고 전했습니다. 
 
발표 풍년은 계속될 것 같습니다. 공급의 시대가 오려면 시간이 더 걸릴 전망입니다. 그 기간 동안 집값이 더 오르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무리한 희망은 아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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