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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원

'당나라 군대'라는 말은 틀렸다

2021-06-08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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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부사관 사망 사건이 터지면서 군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폭발했다. 군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가운데 기강이 잡히지 않고 질서가 없는 군대를 지칭하는 '당나라 군대'라는 말도 다시 등장하고 있다.
 
'당나라 군대'의 어원은 확실하지 않다. 가장 유력한 것은 중국 자체를 당나라로 통칭해서 부르던 관습이 현대까지 이어졌다는 설이다. 고려와 조선 시대에도 중국인을 당인이라 지칭했다. 심지어 임진왜란 출병한 명군을 당군으로 불렀다는 기록도 나온다. 현대에 들어와 중국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 섞이면서 당나라 군대를 부정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사실 당나라 군대는 소위 '막장 군대', '나약한 군대'가 아니었다. 중국 역사상 가장 강한 군대 중 하나였다. 당 고조 이연이 나라를 일으킨 후 10년 남짓한 기간에 중국 대륙을 통일했고, 남으로는 베트남, 동으로는 고구려 및 백제를 멸망시키며 동아시아에서 중앙아시아까지 영토를 넓혔다.
 
강력한 군사력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핵심은 다양성과 개방성이다. 애초 순수 한족이 아니었던 당 황실은 능력만 있다면 출신을 가리지 않고 인재를 등용해 군대 적재적소에 투입했다. 한족은 물론 거란, 해족, 말갈부터 심지어 고구려, 백제 출신 장수도 발탁했다. 백제 출신인 흑치상지, 신라 출신 설계두, 그리고 고구려 유민 출신인 고선지 등은 잘 알려진 당나라 장수들이다.
 
우리 언어 체계에서 '당나라 군대'라는 말이 관용적으로 사용되지만, 실제 역사를 바탕으로 보면 민망해지는 건 사실이다. 개방과 다양성을 바탕으로 세계에서 가장 강한 군사력을 자랑했던 당나라 군대를 우리나라 군대를 지칭하는 말로 사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7세기와 21세기 군대의 편제, 무기체계 등은 당연히 다르다. 하지만 작금의 우리 군의 폐해가 폐쇄적인 군 문화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을 생각했을 때 당나라 군대의 개방성과 다양성, 포용성은 여전히 유효하다. 
 
사진/뉴시스
 
문장원 기자 moon3346@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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