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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징용 재판부', 청구 외 판단으로 논리적 빈곤 가려"

강제집행 가정해 "문명국 위신 바닥으로 추락" 호들갑

2021-06-0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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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각하를 두고 재판부가 외교관계 등 불필요한 부분을 판단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재판장 김양호)는 지난 7일 강제징용 피해자 송모씨 등 85명이 일본제철·닛산화학 등 16개 기업을 상대로 낸 86억원 손해배상 소송을 각하했다.
 
재판부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소송을 통한 개인 청구권 행사가 제한됐고, 일본 기업의 손해 배상을 인정할 경우 국제법을 어기게 돼 권리남용이라는 논리를 폈다.
 
특히 국제법 위반으로 향후 일본의 중재절차와 국제사법재판소로의 회부 공세와 압박, 국제법 위반에 따른 패소 시 위신 추락, 미국과 관계 훼손에 따른 헌법상 '안전보장' 훼손 가능성 등도 제시했다.
 
재판부는 손해배상 청구 인용이 확정돼 강제집행도 마칠 경우, 일본이 국제사법재판소(ICJ)와 국제사회 여론 등 다양한 경로로 중재 절차나 국제사법재판소 회부 등 공세 압박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ICJ에서 조약 위반국의 공식 사과와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시키는 경우가 있고, 한국이 패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도 했다. 대법원 판결이 국제중재나 국제재판 대상이 되고, 국제재판에서 패소할 경우 한국 사법부 신뢰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는다는 전망도 했다.
 
재판부는 "이제 막 세계 10강에 들어선 대한민국의 문명국으로서의 위신은 바닥으로 추락한다"며 "여전히 분단국의 현실과 게셰 4강의 강대국들 사이에 위치한 지정학적 상황에 놓여있는 대한민국으로서는 자유민주주의라는 헌법적 가치를 공유하는 서방세력의 대표국가들 중 하나인 일본국과의 관계가 훼손되고, 이는 결국 한미동맹으로 우리의 안보와 직결돼 있는 미합중국과의 관계 훼손으로까지 이어져 헌법상 '안전보장'을 훼손하고 사법신뢰의 추락으로 헌법상의 '질서유지'를 침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독도 영유권 등 다른 갈등 사안도 국제무대에서 다룰 경우 입을 손해 역시 미리 결론 내 각하 근거로 삼았다. 재판부는 "강제징용 사건 외에도 일본국이 대한민국 영토 중 한 도서지역에 관한 영유권을 주장하며 ICJ에 갈 것을 요구하고 있는 '영유권 주장 사안'과 위안부 문제에 관해 ICJ에 갈 것인지에 관한 '위안부 사안'이 있다"며 "이런 현안들이 맞물려 세 사안 모두 또는 그중 일부라도 국제재판에 회부되면, 대한민국으로서는 모든 사안에서 승소해도 얻는 것이 없거나 승소해도 국제관계의 경색으로 손해인 반면, 한 사안이라도 패소하면 국격 및 국익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을 것이 명백하다"고 판단했다.
 
법조계에서는 재판부가 일본 기업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2018년 대법원 법리를 따르지 않고, 본질적이지 않은 근거를 내세웠다고 비판했다.
 
민변 등 시민단체는 공동 논평에서 "본안 재판에서 왜 판결 확정 이후 집행단계의 사정을 판단의 근거로 삼는지 납득할 수 없다"며 "민사 본안 재판에서 비본질적인 집행단계의 문제를 청구 각하 근거로 설시한 것은, 그만큼 이 사건 판결 논리의 빈곤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통상 전문 송기호 변호사는 재판부가 식민지배 불법성이 명확하지 않은 '국제법적 현실'을 판단 근거로 한 데 대해 "바람직한 논리 전개라고 보지 않지만, 그 자체로 위법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민사 재판부가 외교관계를 걱정하며 원고 소송을 각하한 점은 "그 자체가 각하 근거가 돼선 안 된다"며 "그만큼 핵심적인 법적 판단 부분에 대해서 법리적으로 재판부가 자신을 정리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법 외적인 부분까지 판단 근거로 쓴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고 임정규 씨의 아들 임철호 씨와 장덕환 일제강제노역피해자 정의구현 전국연합회회장이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일본제철 주식회사와 닛산화학 등 16곳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이 각하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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