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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현

(출구없는 분노, 묻지마 범죄)②"평균연령 39세 남성, 75%가 무직"

만성분노 45.8%>정신장애 37.5%>현실불만 16.7%

2021-05-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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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신태현·이범종 기자] '묻지마 범죄'의 모든 원인을 조현병 등 정신질환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간 진행된 연구들은 묻지마 범죄 원인을 정신질환만으로 단정할 수 없고, 가정환경과 교육·소득수준 등 전반적인 결핍이 영향을 준다고 설명한다.
 
'묻지마 범죄' 가해자는 일정한 수입이 없고 학력이 낮은 경우가 많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2012년 대검에 묻지마 범죄로 보고된 수사재판기록 57건에서 조건에 맞는 범죄자 48명을 분석한 결과, 평균 연령은 39세로 30대(31.3%)와 40대(33.3%) 비율이 높았다. 성별은 1명을 제외한 모두 남자였다.
 
직업 없는 가해자는 75%(36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일용직은 22.9%(11명), 정규직 또는 자영업인 경우는 1명이었다. 월평균 소득이 없는 사례가 72.9%(35명)로 다수였고, 최종 학력은 고졸(37.5%)과 중졸(27.1%)이 가장 많았다.
 
가해자의 하루 일과도 정상 범주와 거리가 멀다. 학교나 직장생활로 규칙적인 경우는 8.3%(4명·복수응답)에 불과한 반면, 혼자 쏘다니거나(54.2%) 술·마약에 탐닉하는 경우(52.1%)가 대부분이었다.
 
자료로 어린 시절 부모의 존재를 확인 못한 경우(14.6%)를 제외하면, 둘 다 있었던 경우는 45.8%로 절반이 되지 않았다. 어머니만 있던 경우는 18.8%, 아버지만 있던 경우는 4%였다. 둘 다 없는 경우는 16.7%로 적지 않았다.
 
'묻지마 범죄' 3가지 유형 모두 가해자의 가정형편이 어렵고 불행한 어린 시절을 보낸 것으로 분석됐다. 현실불만형은 어린시절 부모가 이혼한 경우가 많고, 부모·형제 관계가 나쁘고 자살 욕구가 있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2년 10월 길거리에서 40대 여성을 흉기로 수차례 찌른 50대 남성 A씨다. 무직인 그는 자신이 교통사고 피해자임에도 가해자로 처분받는 등 사회가 돕지 않고 짓누른다는 생각에 불만과 적대감을 갖고 있었다. 그해 어머니가 투병 끝에 돌아가셨을 때는 의사의 오진으로 병이 악화됐다고 믿었다. 그는 며칠간 자지 못해 몽롱한 상태에서 아무에게나 분노를 표출하기로 마음 먹었다.
 
홀어머니와 단둘이 살았던 A씨는 누나들과 관계가 좋지 않았다. 중학교 졸업 이후 일용직을 전전했고, 결혼 생활도 짧았다. 전과 기록은 사기와 절도, 음주운전, 병역법 위반 등 7회에 달했다.
 
만성분노형은 상대방의 행동을 잘못 해석하거나 재미로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다. 잦은 약물 복용으로 환각상태일 때 사건이 일어나기도 한다. 40대 남성 B씨는 2012년 공원 무료급식소에서 봉사활동하던 70대 남성이 통행을 방해한다며 밀어 넘어뜨렸다. 다른 사람이 자신을 쳐다봤거나 기분이 나쁘다는 이유로 폭력을 휘둘러 상해·폭력·재물손괴 등으로 기소됐다. 이외에 정신장애형 범죄자는 신체·정신병력이 있고 망상·환상·환각·와해된 사고를 보이고, 평소 별다른 활동이 없다.
 
연구원이 살펴본 세 유형 중 가장 비율이 높은 쪽은 만성분노형(45.8%·22명)이었다. 그 뒤를 정신장애형(37.5%·18명)과 현실불만형(16.7%·8명)이 이었다.
 
저지른 범죄는 현실불만형이 살인미수(50%)와 살인예비·음모와 상해(각 25%) 순으로 많았다. 정신장애형은 살인미수(38.9%)와 상해(27.8%), 살인(11.1%) 순이었다. 만성분노형은 상해가 72.7%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들의 최종학력은 현실 불만형이 고졸(62.5%), 정신장애형은 초졸·고졸·대졸이 각각 27.8%로 고르게 분포됐다. 만성분노형은 중졸(40.9%)과 고졸(36.4%)이 많았다.
 
정신장애형의 경우 조현증 비율이 62.5%에 달했다. 정신과 진단을 받은 정신장애형 범죄자 16명 가운데 조현병 진단을 받은 경우는 10명(62.5%)으로 가장 많았다. 만성 분노형 8명 중 조현병은 1명, 현실불만형 4명 중엔 조현병이 없었다.
 
유형별 전과자 비율은 만성분노형이 90.9%로 가장 높고, 정신장애형이 66.7%, 현실 불만형이 50%로 뒤를 이었다.
 
이를 두고 일종의 '선진국형 범죄'로 보는 시각도 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묻지마 범죄는 우리나라에서 나오기 10년·20년전부터 미국과 일본에서 나왔다"면서 "경제 발전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사람이 사회 전반에 대해 화가 치밀어 오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족, 친구, 애인 등에게 토로하는 방식으로 일상의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사람은 (묻지마) 범죄를 일으키지 않는다"면서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찌질한 모습을 가까운 사람에게도 감추려고 하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더 심해질 수 있다"고 해석했다.
 
지난해 8월18일 '강남 묻지마 여성 폭행 사건'으로 상해 혐의를 받는 권모씨가 변호사와 함께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신태현·이범종 기자 htenglis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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