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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훈

대법 "주차된 차량 못빼도록 막은 행위는 재물손괴죄"

"본래 효용 해한 경우 해당"…벌금 50만원 원심 확정

2021-05-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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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주차된 차량 앞뒤에 물건을 놓아 이동할 수 없도록 한 행위는 재물손괴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재물손괴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벌금 5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4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 차량의 앞뒤에 쉽게 제거하기 어려운 철근 구조물 등을 바짝 붙여 놓은 행위는 피해 차량에 대한 유형력의 행사로 보기에 충분하다"며 "비록 피고인의 행위로 피해 차량 자체에 물리적 훼손이나 기능적 효용의 멸실 내지 감소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구조물로 인해 피해 차량을 운행할 수 없게 돼 일시적으로 본래의 사용 목적에 이용할 수 없게 된 이상 차량 본래의 효용을 해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A씨는 지난 2018년 7월7일 오후 1시22분쯤 서울 노원구에 있는 한 시멘트공장 인근 공터에서 평소 자신이 굴삭기를 주차하는 장소에 B씨의 승용차가 주차된 것을 보고, 차량을 이동하지 못하도록 승용차 앞에 높이 120㎝ 상당의 철근과 콘크리트 주조물을, 승용차 뒤에 굴삭기 부품을 놓아둔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당시 B씨의 승용차나 굴삭기에 자신의 연락처를 남기지 않았다. B씨는 차량을 빼려다 실패했고, 결국 A씨가 철근 등을 치운 다음 날 오전 7시10분쯤에서야 이동시킬 수 있었다.
 
1심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대해 "재물손괴죄는 재물을 손괴 또는 은닉 기타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하는 경우에 성립하고, 여기서 '기타 방법'이란 손괴나 은닉과 같이 그 물건 자체의 형상, 속성, 구조나 기능에 장애를 초래하는 일체의 행위를 의미한다"며 "이 사건의 경우 피고인의 행위로 인해 승용차 자체의 형상이나 구조, 기능 등에는 아무런 장애가 초래된 바가 없으므로 피고인의 행위는 재물손괴죄에서 말하는 '기타 방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2심은 1심과 달리 A씨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승용차에 물질적인 형태의 변경이나 멸실, 감손이 초래되지는 않았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장애물 설치 행위로써 피해자의 승용차는 일시적으로 그 본래의 사용 목적에 제공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고 봐야 한다"며 "그러므로 피고인의 행위는 형법 366조의 재물손괴죄에서 정하는 '기타의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의 장애물 설치 행위로 인해 피해자의 승용차가 이용할 수 없는 상태에 빠졌고, 피해자가 차를 빼서 운행할 수 있게 하려다가 차체에 손상을 입기도 했다"면서 "다만 이용 불능 상태가 일시적이었고, 피해자의 무단 주차가 범행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 사진/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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