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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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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사회주택 산다)“너무 오고 싶었던 집, 눈뜰 때마다 황홀”

유디하우스수유 입주자 김지환, 사회주택 수차례 떨어진 끝 입주 만족감 커

2021-05-20 06:00

조회수 : 5,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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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반 년넘게 기다렸는데 들어와보니 1년 넘게 기다릴 가치가 있다고 봐요. 집도 좋고 가격도 싸고 너무 오고 싶었어요. 아침에 눈 뜰때마다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황홀합니다.”
 
사회주택 사업자 유니버설하우징협동조합이 만든 유니버설디자인하우스수유에 작년 10월 입주한 김지환(26·남) 씨는 혼자만의 공간이 절실했다.
 
고려대에서 NBIT융합전공 석사과정인 김 씨는 경기도 여주 출신이라는 이유로 학교 기숙사에 못 들어가고 교회 기숙사에서 4인1실로 줄곧 살았다. 공부에 집중할 공간을 찾아 보증금 500만원, 월세 30만원짜리 원룸을 구했지만, 화장실까지 합쳐 3평 남짓으로 눕고 빨래 널면 짐 놓을 공간도 없었다.
 
임대료도 오르고 코로나19도 터지면서 교회 기숙사도, 원룸도 더는 못 지내겠다고 판단한 김 씨는 우연히 접한 사회주택에 들어가기 위해 매일 아침 대학원에 가자마자 온라인을 뒤지는 게 일과였다. 조급한 마음이 앞섰지만, 경쟁률이 만만치 않아 청량리·동대문·노원 등 지원하는 곳마다 최종에 들지 못하며 다섯 번이나 떨어졌다.
 
김 씨는“여기는 제가 원한 모든 조건이 다 있더라고요. 19만원 임대료로 신축 투룸을 쓸 수 있어요. 보증금이 조금 부족했는데 한국타이어에서 지원해준 덕분에 해결했어요. 무엇보다 집이 잘 지어져 하자가 없어요. 한겨울에 3평 원룸에서 덜덜 떨며 난방비 5만원 냈는데 같은 5만원 내면서 더워서 창문 열 정도에요. 아파트는 몰라도 빌라 중엔 최고 품질입니다”고 자랑했다.
 
김지환 씨가 유디하우스수유 자신의 집에서 입주생활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박용준 기자
 
입주를 앞두고 ‘작지만 큰’ 문제가 하나 생겼다. 공급면적이 46.46㎡나 돼 김 씨는 방 하나를 침실, 하나를 공부방으로 사용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입주를 앞두고 온가족이 집구경을 다녀간 후 여동생이 덜컥 동거를 제안했다. 그렇게 공부방은 여동생에게 돌아갔다.
 
김 씨는 “동생이 서울생활을 해보고 싶다고 방 하나를 달라고 하더라고요. 다른 여동생들은 오빠랑 같이 살기 싫어한다길래 상상도 못했죠. 처음엔 좋지만은 않았지만, 동생도 직장생활을 서울에서 할거라 같이 살고 있어요. 지금은 동생이 저 못지 않게 이 집을 더 좋아해요”라고 말했다.
 
같이 사는 기숙사, 좁았던 원룸에만 살다가 근사한 집을 갖게 된 요즘, 김 씨는 집들이에 한창이다. 친구들을 4인 이하로 쪼개 스케즐을 잡고 있다. 다녀간 친구들은 하나같이 유디하우스수유에 놀라며 김 씨에게 ‘빽(뒷배)’이 있는 것 아니냐며 입주조건까지 하나 하나 물을 정도다.
 
유디하우스 수유는 유니버설디자인을 적용해 단차를 낮추고 보조의자, 미닫이문 등을 설치했다. 사진/유니버설하우징협동조합
 
이름부터 알 수 있듯이 유디하우스수유는 유니버설디자인을 적용한 사회주택이다. 노인이나 장애인들도 생활하는데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승강기, 공용복도부터 휠체어 통행이 자유롭도록 크고 넓게 만들어졌다. 
 
실내 주거공간도 유니버설디자인이 눈에 띈다. 출입문, 현관, 신발장, 화장실의 턱 높낮이를 2cm 이하로 만들었다. 현관에는 신발을 벗을 수 있는 접이식의자, 실내 문은 미닫이문, 욕실에는 안전손잡이 등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김 씨의 집도 거부감이나 이질감이 아닌 배려와 존중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김 씨는 “아버지가 사회복지재단에서 일해 어렸을 때부터 시설에 있는 친구들과 여행을 자주 갔다. 집에서 배려한다는게 많이 느껴져 감사하고 존경하는 마음이 생긴다. 당장 저에게 필요없을 수 있어도 나중에 들어오는 분이 필요할 수 있다. 우리 입주자 중에 장애인이 한 분 계신데 얼른 코로나가 끝나 더 친해지고 싶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사회주택의 핵심 중 하나인 입주자모임도 한 달에 한 번 온라인 반상회로 대체하고 있다. 유디하우스수유는 층간소음은 거의 없지만, 벽간소음까지 완벽히 없애긴 쉽지 않다. 입주자 모임에선 불필요한 감정소모를 피하도록 면대면 직접 항의보다 입주자 대표를 통한 중재로 해결점을 찾고 있다.
 
김 씨는 “지금 다 같이 옥상에서 상추를 키우고 있는데 얼른 함께 옥상에서 고기 구워먹고 싶어요. 아파트나 다른 빌라에선 못하잖아요. 다들 동년배라 비슷한 사람들끼리 어울리는 재미가 있을 것 같아요. 결혼 후엔 제 집을 사고 싶단 소망이 있는데 결혼 전까진 여기서 지내고 싶어요. 이런 집이 더 많이 생기도록 홍보가 됐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김지환 씨가 유디하우스수유 로비에서 입주생활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박용준 기자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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