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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현대중 노조 "임금 동결하고 세습경영…총수 일가 각성하라"

"지분율 늘려 고액배당 챙겨…고통은 노동자 몫"

2021-05-04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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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이 2019·2020년 임금과 단체협약 재교섭을 촉구하며 다시 거리로 나왔다.
 
이들은 그룹의 실질적인 총수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과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은 사익을 추구하면서 노동자들에게는 임금 동결을 강요한다며 이와 같은 경영 행태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중공업지부는 4일 오전 울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자들은 3년째 해결되지 않는 △단체교섭 △각종 현안 △하청 차별 △중대재해 △불법파견 문제로 분노가 들끓고 있다"며 "현대중공업이 그룹 차원에서 △친환경 △사회공헌 △투명경영구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강조하지만 이는 노사가 상생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재벌총수 일가의 사익추구, 세습경영을 멈출 때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날 노조는 크게 정몽준 이사장 일가가 경영난으로 2015년부터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와중에도 편법으로 지배구조를 개편해 경영권 세습을 추진했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특히 2017년과 2019년 두 차례에 걸친 기업분할 과정에서 총수 일가가 세습경영을 위한 편법을 일삼았다고 지적했다. 실제 2017년 4월 기업 구조 재편 과정에서 정 이사장의 현대중공업 지분은 10.15%에서 25.8%로 늘어난 바 있다. 특수관계자까지 포함하면 총수 일가의 지분율은 30%대까지 증가한다. 2019년 5월에 단행한 조선 부문 물적분할도 경영권 승계를 위한 밑그림이라는 지적이다.
 
현대중공업 노조가 4일 울산시청 앞에서 총수 일가 세습경영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현대중공업 노조
 
노조는 "사측은 2017년 법인분할 때 현대중공업이 보유한 1조3000억원가량 자사주를 기업 지배력을 높이는 데 갖다 바쳤다"며 2019년 물적분할 과정에서 현금과 현금성 자산 약 40%를 한국조선해양에 귀속시키고, 차입금 3조2800억원은 현대중공업에 남겼다"고 지적했다. 이어 "재벌 총수일가의 지분 늘리기는 최근 3년간 주당 1만8500원의 고액배당으로 이어졌고 이 과정에서 약 2800억원의 현금을 챙겼다"고 주장했다.
 
올해 현대중공업을 기업공개(IPO)해 1조원가량의 자금을 확보하겠단 계획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회사는 IPO를 통해 확보한 자금을 친환경, 자율운항 선박 연구·개발에 사용한다는 방침이다.
 
노조는 "현대중공업그룹에서 연구·개발을 할 수 있는 곳은 지주사의 자회사인 아비커스와 한국조선해양"이라며 "결국 현대중공업에서 자금을 끌어다가 지주사의 수익을 증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무리한 경영권 세습과 총수 일가 사익 추구로 인한 피해는 노동자들의 몫이 됐다고도 주장했다. 노조는 "재벌총수 일가 사익추구 경영으로 인한 하청 갑질은 곧바로 하청노동자 임금 체불로 이어졌다"며 "2016~2017년 전체 하청업체 대량 인원 감축, 일방적 임금삭감으로 평균 기본급 20%, 수당 30%가 줄었다"고 밝혔다. 폐업한 하청업체들의 임금과 퇴직금 체불액이 불어나면서 체당금도 급증했다는 지적이다.
 
노조는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은 재벌 총수일가의 전횡을 폭로하는 투쟁을 전개해서라도 이를 저지할 것"이라며 "안정된 임금과 고용, 하청노동자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고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재벌 총수 일가와 경영진의 각성을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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