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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주아

포드도 배터리 내재화...배터리사들 긴장감 '쑥'

2021-05-01 08:00

조회수 : 3,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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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완성차 업체 포드가 향후 전기차 배터리를 자체 개발해 사용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최근 독일 폭스바겐에 이어 해외 완성차 업체의 전기차 배터리 독립 선언이 잇따르자 중장기적으로 K-배터리 업체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데요. 
 
사진/뉴시스
 
1일 업계에 따르면 포드는 내년말까지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 자동차 배터리 연구개발(R&D) 센터 '포드이온파크'를 짓고 자제 배터리를 생산할 계획입니다. 연구센터 건실에 들어가는 투자액은 총 1억8500만달러(한화 약 2058억원)에 이릅니다.
 
앞서 짐 팔리 포드 최고경영자(CEO)는 “전기차는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고 우리는 앞으로 많은 배터리 공장을 필요로 할 것”이라며 배터리 자체 확보 가능성을 밝힌 바 있습니다.
 
이같은 글로벌 자동차 업체의 전기차 배터리 내재화 흐름은 배터리 업체에는 중장기적으로는 큰 위험이 될 수 있습니다. 당장은 배터리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적은만큼 배터리사가 가격경쟁력 측면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지만, 추후 내재화가 진행되면서 배터리의 안정적 공급 물량이 확보될 경우 기존의 경쟁력은 떨어지기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미국 전기차 최강자 테슬라는 지난해 9월 배터리데이 행사에서 내재화 계획에 첫 발을 뗐습니다. 테슬라는 '로드러너' 프로젝트를 통해 미국 프리몬트 공장 인근에 배터리 시설을 설립하고 지난 2019년 인수한 맥스웰 테크놀로지의 건식 전극 공정을 도입한 배터리 시범생산을 추진 중입니다. 
 
폭스바겐은 지난 3월 파워데이 행사를 열고 '각형 단일 단전지'(unified prismatic cell)'를 출시해 오는 2030년까지 독자적으로 생산한 배터리 사용 비율은 80%까지 늘린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폭스바겐은 중국 배터리 제조사 귀쉬안의 일부 지분을 매입했고 스웨덴 노스볼트와 합작사를 만들었는데요. 오는 2030년까지 유럽 내 6개의 배터리 공장을 짓는다는 계획입니다. 
 
제너럴모터스(GM)은 LG에너지솔루션과의 합작사 '얼티엄셀즈'를 운영 중입니다. 양사는 미국 오하오이주 북동부에 짓고 있는 1공장에 이어 테네시주 스프링스힐에 2공장을 지을 계획입니다.
 
BMW는 독일 뮌헨에 ‘배터리 센터’를 열어 전문인력 200여명이 연구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주요 소재 및 충전실험 설비 등도 투입하는 등 오는 2022년 가동 목표로 파일럿 생산라인을 구축 중입니다. 
 
다만 이같은 움직임에 배터리사들은 크게 위협적이지 않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전기차 시장이 급격히 팽창하는 가운데 완성차업체가 모든 물량을 소화할 수 없는 데다가 기술격차를 단시간에 뛰어넘을 수 없을 것이라는 자신감에서 입니다. 
 
28일 LG화학 1분기 실적발표 컨콜에서 장승세 LG에너지솔루션 경영전략총괄(전무)는 "전기차 시장 급성장이 예상되면서, 글로벌 완성차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들은 안정적인 조달 목적으로 조인트벤처(JV)를 설립한다거나, 공동투자를 한다거나, 자체 생산 노력도 확대하고 있다"면서 "당사를 포함한 톱 티어(Top-Tier) 배터리 업체와의 협력은 지속될 것으로 본다"는 긍정적 전망을 내놨습니다. 배터리 사업은 신규 업체가 진입하기엔 여러 형태의 진입장벽이 있고 다수의 핵심 기술, 특허 뿐만 아니라 오랜 양산 노하우가 축적돼야 한다는 것인데요. 
 
이에 앞서 삼성SDI는 지난 27일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배터리 개발과 양산은 노하우가 필요하다"면서 "자체 생산능력만으로 충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전지 업체와 협력을 유지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대규모 생산능력(캐파)를 내재화하는 데에 상당한 시행착오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자동차 업계의 내재화가 큰 위협으로 당장 다가오지 않는다는 판단입니다. 
 
이같은 업계의 인식에 대해 전문가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합작사 설립 방식으로 운영하더라도 주도권을 쥐고 가는 것이 자동차 회사라면 배터리 회사가 핵심 기술을 쉽게 내어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옵니다. 
 
박철완 서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이차전지의 경우 산업 초기에는 장비 업체도 공정자체가 완성돼 있지 않아 기술 모방이 쉽지 않지만 20년 전에 비해 양산 안정화로 가는 시간이 훨씬 짧아진 데다가 다른 산업에 비해 전지의 경우 기술 발전 속도가 느린 편이라 선도 업체와 후발 업체 간 격차는 생각보다 적다"면서 "폭스바겐이 투자한 노스볼트가 생산한 단일 각형이 언제 최초 납품되는가의 시점을 내재화의 시작으로 보고 있고 시간이 지나 수율이 올라가다 보면 언젠가는 배터리 가격경쟁력이 중요하지 않게 되는 시점이 도래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배터리가 제2의 반도체로서 우리 미래 핵심 먹거리로 공고한 입지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누구도 따라올 수 없을 만큼 뛰어난 기술, 안정성, 품질을 확보하는 등 경쟁력을 높여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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