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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응열

(르포)거래 묶인 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뒷통수 맞았다"

“거래 위축 불가피하지만…이미 매물 적어 규제 무의미”

2021-04-22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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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강남구 압구정동에 위치한 현대아파트. 사진/김응열
 
[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여기에 규제를 때릴 줄은 몰랐죠, 이미 거래가 바닥이니까요.”
 
서울시가 강남구 압구정동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은 다음날인 22일, 규제를 예상하지 못한 현장에서는 그 충격이 아직 가시지 않았다.
 
압구정동에서 만난 한 공인중개사는 “정비사업 규제를 풀겠다는 말에 집주인들도 기대감이 컸는데, 토지거래허가구역 얘기가 나온지 얼마 되지 않아 규제 구역으로 묶을 줄은 몰랐다”라며 “뒷통수를 맞은 기분도 든다”라고 말했다.
 
생각하지 못했던 규제에 현장에는 적잖은 당황스러움이 남아있었지만, 일대 중개사들은 규제 영향은 사실상 크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압구정동에 위치한 재건축 예정 아파트는 대다수가 조합 설립 인가를 이미 받았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매물이 적다는 것이다. 이 지역에서 조합이 설립된 곳은 압구정 2·3·4·5 구역 등이다. 1구역과 6구역도 조합설립을 추진 중이다. 
 
현재 투기과열지구에서는 재건축 조합원의 지위 양도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10년 이상 소유하고 5년 이상 거주한 1주택자만이 조합원 지위를 타인에게 넘길 수 있는데, 팔 수 있는 사람은 이미 판 데다 이러한 조건에 해당하는 집주인은 드물기 때문이란 게 현지 중개업계의 설명이다.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근처의 한 공인중개사는 “이미 조합설립이 많이 된 상태라 나올 수 있는 매물이 극히 적은 상황”이라며 “매물이 나와도 호가가 높고, 가격이 15억원 이상이라 대출도 나오지 않아 수요가 붙기 쉽지 않다”라고 언급했다. 이어 “거래가 더 위축되긴 하겠지만 이미 거래절벽이라 큰 여파는 없다”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반응은 양천구 목동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이미 매물 가격이 높고 강한 대출 규제로 거래가 적기 때문에 큰 여파는 없을 것이라는 분위기다. 목동에는 1단지부터 14단지까지 있는 신시가지 아파트가 있는데 이 아파트 곳곳에서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목동 한 공인중개사는 “강남이나 마용성(마포, 용산, 성동)이라면 이해가 가지만 여기를 규제할 줄은 몰랐다”라며 “거래가 없어 규제에 큰 의미는 없다는 게 이곳 분위기”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번 조치가 재건축 규제를 풀어주기 위해 사전에 과열 양상을 막는 게 아니냐는 기대 섞인 관측도 나왔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풀겠다고 약속해왔고,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발표한 날 국토교통부에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을 개선해달라고 요청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재건축 사업을 준비하는 여의도 시범아파트 근처의 공인중개사는 “집주인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재건축 기대감이 강하다”라며 “집값 오르는 걸 묶고 규제를 풀어주지 않겠냐, 재건축 사업은 원활해지지 않겠냐는 목소리가 상당하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인근의 다른 중개업소 관계자는 “재건축 기대가 높아 굳이 매물을 내놓는 집주인이 지금도 없는 상황”이라며 “이번 규제로 거래가 쉽진 않겠지만 그것도 매물이 좀 나와야 가능한 일”이라고 언급했다. 
 
성수동 역시 비슷한 기류가 흘렀다. 현장의 공인중개사는 “규제 내용을 묻는 집주인들은 앞으로 재건축 사업이 빨라지려고 그러는 것 아니냐는 식으로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라며 “규제를 때린다니까 얼핏 보면 안좋아 보이지만, 크게 나빠질 건 없다는 게 대체적인 반응”이라고 전했다.
 
이정화 서울시 도시계획국장이 21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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