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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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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태의 경제편편)재벌 총수의 큰 길과 골목길

2021-04-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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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기 동부그룹 전 회장은 회장으로 재직 중이던 2017년 가사도우미를 성폭행하고 비서를 성추행한 혐의로 고발됐다. 그는 회장 자리에서 물러나고 미국으로 날아가 버렸다. 한동안 미국에서 돌아오지 않고 버티던 그는 결국 2019년 10월 귀국해 체포됐다. 그는 1심에 이어 지난 2월 항소심에서도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김 전회장은 곧바로 대법원에 상고했다. 지난달에는 DB아이앤씨의 미등기 임원으로 선임됐다. 대법원에서 최종 판결이 나오기까지는 긴 시간이 걸린다. 설사 최종적으로 유죄 판결을 받아도 상관없다. 그가 마음 먹으면 등기임원도 될 수도 있을지 모른다. 그렇지만 그가 받는 혐의는 차마 입에 담기도 어려운 것이다.,그래서 아무래도 염치 없다고 생각한 것일까? 차마 큰길로 가지 못하고 작은 골목길을 선택한 셈이다. 
 
DB아이앤씨는 DB하이텍의 지분 12.42%를 갖고 있고, 다시 DB하이텍이 DB메탈의 지분 26.94%를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DB그룹에서 사실상 비금융 계열 지주사 역할을 한다. 지분만 아들 김남호 현 회장(16.83%)보다 다소 작다. 그룹 회장이라는 직함만 없을 뿐이지 사실상 그룹경영에 복귀한 셈이다. 
 
이에 비해 한화의 김승연 회장은 비교적 법을 잘 지킨 경우라고 할 수 있겠다. 김승연 회장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취업제한이 지난 2월 풀리면서 (주)한화, 한화솔루션, 한화건설에서 미등기 임원으로 돌아왔다. 
 
김 회장은 7년동안 회장직을 떠나 있었다. 그 사이 그의 세 아들이 그룹의 주요 자리를 차지하는 등 할 일은 다해 놓았다. 그러니 그가 굳이 등기임원을 다시 맡을 필요성이 아예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이제 그가 미등기임원을 맡으면서 급여를 별도로 챙기는지에 눈길이 간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나 이재현 CJ 회장 등 일부 재벌총수는 미등기임원이라는 편한 위치에 있으면서 거액의 급여를 받아갔다. 김승연 회장도 그런 악습을 따를지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겠다.
 
이제 또하나의 관심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쏠린다. 법무부는 지난 2월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실형을 확정받고 다시 수감된 이 부회장에게 취업 제한 대상자라고 통보했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5억원 이상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실형을 받으면 관련 기업에 5년간 취업을 제한하는 규정에 따른 것이다. 
 
그러자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는 관계 법령을 준수해 위법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라고 삼성그룹에 권고했다. 그렇지만 준법위 관계자가 당장 이사회가 나서 이 부회장을 해임하거나 스스로 사임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는 사족을 달았다고 한다. 보도에 따르면 삼성과 이 부회장 측도 형이 집행 중인데다 미등기 임원이면서 보수도 받지 않고 있으니 취업 제한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모양이다. 
 
이 부회장이 미등기 임원으로서 보수도 받지 않는 것은 정직한 자세라고 여겨진다. 그렇지만 취업제한 문제에 관해서는 여러 가지 궁색한 이유를 들어 법의 취지를 훼손하는 것 같아 우려된다. 
 
사실 재벌총수에게 취업제한을 가한다는 것이 다소 형식적인 일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런 법규라도 없다면 총수들이 아무리 법을 어겨도 제재를 가할 수가 없다. 이는 법치주의를 위태롭게 함은 물론 안정적인 경제발전을 어렵게 할 수도 있다. 따라서 형식적인 느낌이 들지언정 엄정하게 시행하지 않을 수 없다.    
 
이재용 부회장의 경우 그가 삼성그룹 총수라는데 그 누구도 이의를 달지 않는다. 지분구조도 이를 뒷받침한다. 그러니 차라리 지금 경영을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고 지배주주로서의 역할만 해도 충분해 보인다. 그것이 큰길일 것이다. 
 
다만 요즘 국내외에서 반도체 수급과 투자를 둘러싼 복잡한 정세가 어려운 문제이기는 하다. 그렇지만 이 역시 오랜 세월 현장에서 실력을 다져온 전문경영인들과의 긴밀한 대화와 협력을 통해 풀어나갈 수 있다. 그것은 형집행중에도 가능한 일이다. 
 
이 부회장은 지금 누가 뭐라고 해도 삼성그룹의 지배주주이다. 경영권 지키기에 조바심할 이유도 없다. 오히려 지금은 법의 요지에 부응하는 떳떳한 자세가 더 존중받는 길 아닐까? 그렇게 순리에 따르다보면 어느 새 더 큰길이 열릴 수도 있는 것이다. 더 이상 과거처럼 골목길을 찾지 말고 큰길로 다녀야 한다.
 
차기태 언론인(folium@nate.com)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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