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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호

(기자의눈)‘파테크·반려대파’ 유행의 씁쓸함

2021-04-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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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테크, 대파코인, 반려대파. 최근 비싸진 파 값에 부담이 커지자 파를 사는 대신 집에서 길러 먹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등장한 신조어다. 비싼 파를 사느니 차라리 집에서 길러 먹는 게 낫다는 자조적인 목소리가 반영된 것이다.
 
지난 2일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3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1.5% 오른 107.16으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해 1월(1.5%) 이후 14개월 만에 최대 상승률이다. 농축수산물의 물가는 전년 대비 13.7% 올랐다. 채소류 가격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18.8% 올랐고 특히 대파 가격은 1년 전보다 무려 305.8% 급등했다. 실제로 지난달 일부 마트에서는 대파 한 단에 1만원 수준으로 판매되기도 했다.
 
지난달에 이어 이번 달에도 대파 가격 부담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농산물 유통정보에 따르면 12일 기준 대파 1kg의 소매 가격은 6264원으로 조사됐다. 1개월 전 가격(7367원)보다 낮은 수준을 기록하면서 오름세는 꺾였지만 평년 대비 약 141% 오른 것으로 나타나 여전히 가격이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대파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른 배경은 재배 면적 감소와 더불어 기후 변화가 원인으로 꼽힌다. 구체적으로 최근 4~5년간 대파 가격이 크게 떨어지면서 농민들이 대파 재배를 줄였다. 실제로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대파 재배 면적은 3270ha로 나타났다. 2010년대 3400ha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약 4% 감소한 수준이다. 여기에 지난해 유난히 길었던 여름 장마로 인해 겨울 대파 생산량이 크게 줄어들면서 대파 값을 끌어올렸다.
 
이달 말부터 봄 대파가 출하되면 가격이 지금보다 안정화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문제는 이 다음이다. 이번 대파 값 폭등처럼 다른 작물에서도 가격 급등 현상이 충분히 일어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하우스 재배 작물은 재배 면적이 일정하기 때문에 가격 변동성이 적다. 반면 노지 재배 작물은 가격 변동성 크다. 이에 노지 작물의 가격 안정화를 위해서는 적정 면적 재배를 유도하는 것이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적정 면적 재배를 위해 품목별 계약재배를 늘리는 방안도 적극 추진해야한다.
 
한 대형마트는 지난달 대파 홈 파밍 용품전을 열었다. 대파 값 급등에 재배 용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나자 대파를 심을 수 있는 대형 화분과 화분 세트, 배양토 등을 한 데 모아 판매한 것이다. 맘카페 등을 통해 대파 키우는 법을 공유하거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파테크’를 인증하는 소비자들도 잇따르고 있다. ‘나도 한 번 파테크를 해볼까’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씁쓸하다.
 
유승호 기자 pet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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