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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차기태의 경제편편)ESG채권은 면죄부 아니다

2021-04-07 06:00

조회수 : 2,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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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국의 금융사와 대기업들 사이에 ESG 열풍이 불고 있다. 너도나도 ESG경영을 하겠다고 노래 부른다. 대기업들 가운데 삼성전자·현대차·LG·SK·한화·포스코 현대중공업 등 한국의 간판 기업들이 ESG위원회를 신설한다. 
 
ESG란 기업 경영이나 투자에 단순히 재무지표 뿐만 아니라  환경과 사회적 영향 및 투명경영 등 비재무적 성과도 중요시하는 것을 말한다. 과거 흔히 거론되던 기업의 사회공헌이나 환경오염 방지책임, 또는 지속가능경영 등이 최근의 흐름에 맞게 발전된 개념이다. 한마디로 기업이 맹목적으로 이익만 많이 내려 해서는 안 되고, 국가사회 공동체에서 구성원과 공존하면서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는 요구이다.
 
이를 위해선 환경개선과 사회발전에 이바지해야 하고, 기업을 경영하는 방식도 투명하고 공정해야 한다. 대기나 수질의 오염을 유발해서는 곤란하다. 기업의 이익을 위해 노동자와 지역사회를 위태롭게 하는 짓은 저지르지 말아야 한다. 회계 부정이나 뇌물 공여 등의 불투명한 방식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 지배구조도 투명하고 알기 쉬워야 한다. 
 
지금까지 '산재악당'이나 '기후악당'이라고 일컬어지던 국내 대기업들 아닌가. 이들 대기업에는 사실 ESG를 실천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봉건적인 편법승계를 일삼던 이들 대기업에 사실 추상적인 과제들이다. 따라서 헤라클레스의 12가지 고역보다 더 힘든 일일 것 같다.
 
그런데도 국내 대기업들은 지금 그 어려운 일을 하겠다고 감연히 나서고 있다. 갑자기 너도나도 부산을 떤다. 다소 의아스럽다. 아마도 ESG가 국내는 물론 전세계에 일고 있는 대세라는 판단이 섰기 때문일 것이다. 그 큰 물결을 올라타지 않으면 낙오되거나 휩쓸려서 내동댕이쳐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을 듯하다.  그 두려움이 바이러스처럼 이리저리 옮겨 다니고 있는 듯하다.
 
어쨌든 ESG 동참을 선언했으니, 무언가 새로운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렇지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할 것 같다.    
 
일부 대기업은 ESG채권을 발행에 나섰다. 이를테면 포스코계열의 포스코인터내셔널과 포스코건설을 비롯해 현대중공업그룹의 현대중공업과 현대오일뱅크가 ESG채권을 발행했거나 발행한다는 계획이다. 이들 기업은 ESG채권으로 조달한 자금을 여러 가지 친환경 에너지 사업 등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런데 두 그룹은 중후장대한 굴뚝산업의 대표적인 기업들이다. 또한 산업재해가 유난히 잦다는 것도 비슷하다. 
 
두 그룹에서 일어난 산업재해는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이 일어났다. 현대중공업은 5년 연속 산재 사망자 발생 사업장 명단으로 꼽혔고, 포스코도  4개 연도에 산재 사망자를 냈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지난해 노동부의 특별 근로감독을 받은데 이어 올 2월에도 또다시 사망사고가 일어나 집중감독을 받았다. 3월에는 검찰의 압수수색까지 당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한국조선해양은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평가한 ESG 통합등급은 B+에 머물러 있다. 2017년과 2018년 B+에서 2019년 A로 올라섰으나 2020년 다시 한 계단 내려갔다. 역시 잇단 산업재해 때문에 발목을 잡힌 것이다.
 
포스코의 경우 최근 국민연금이 비공개 대화 대상으로 선정한 문제기업 7곳 가운데 1곳으로 지목됐다고 한 매체가 보도했다. 
 
그래서 지난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포스코와 현대중공업 대표가 나란히 출석해서 사과해야 했다. 그리고 재발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재삼 다짐했다. 그렇지만 과연 그런 다짐대로 실행할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이런 대기업들이 ESG위원회를 설치하고 ESG채권을 발행하면 과연 감동을 줄 수 있을까? 일단 명분상 큰 점수를 얻을 수 있다. 한때나마 시장의 관심을 받기도 한다. 시대 흐름에 편승하는 편리한 채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ESG위원회를 설치하는 것이 신뢰의 근거는 아니다. ESG채권도 면죄부는 아니다. 안전사고나 환경사고가 근절되지 않으면 신뢰를 얻기 어렵다. 투명경영을 이행하지 않고 
'황제연봉'을 일삼으면 신뢰를 잃어버리고 투자자들로부터 냉대받을 수도 있다. 당장 재무상태가 양호해 보여도 신뢰를 잃으면 시장에서 정당한 대접을 받기 어렵지 않을까? 스스로 묻고 대답해 보기 바란다.
 
차기태 언론인(folium@nate.com)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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