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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성향 상관없이 고위험 상품 가입…당국-업계 '불원확인서' 존폐 이견

이번주 표준투자권유준칙 마무리…판매직원, 불원확인서 활용 절차 주의해야

2021-04-05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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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우연수 기자] 고객이 판매사의 권유를 원치 않을 경우 투자성향과 관계없이 원하는 상품에 가입할 수 있게 하는 '불원확인서'가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 이후로도 계속 인정될 전망이다. '불원확인서'는 판매사의 투자권유를 원치 않는다는 고객 확인서다. 고객이 원하는 상품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인 한편 사모펀드 불완전판매 과정에서 악용돼 피해를 키웠다는 꼬리표를 달고 있는 제도이기도 하다.
 
5일 금융당국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에 따른 금융투자업권의 표준투자권유준칙이 이번주 중 발표될 예정이다. 금소법은 라임·옵티머스 사태 등 금융사의 불건전 판매로 인한 투자자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지난 25일부터 시행됐다. 
 
표준투자권유준칙이란 개인투자자들에게 상품을 판매할 때 증권사가 지켜야 할 절차 등을 규정한 것으로, 직원이 고객의 투자경험이나 재산상황 등에 적합한 상품을 권유할 수 있도록 하는 세부 지침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투자협회는 지난달 25일 시행된 금소법을 준칙에 반영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준칙 마련 작업에서 '불원확인서'를 둘러싼 금융위원회와 금융투자협회 간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결과적으로 당국과 협회는 불원확인서 활용을 계속 인정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금융위는 앞서 발표한 Q&A 형식의 금소법 세부 지침을 통해 "불원확인서나 부적합확인서(고객의 투자 성향에 적합하지 않다는 사실을 고지했다는 확인서)를 받고 부적합 상품을 권유해선 안된다"고 명시했지만, 이같은 악용은 방지하되 불원확인서 존재 자체를 없애긴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금소법은 6대 판매 원칙 중 '적합성 원칙'에 따라 고객의 투자 성향에 맞는 상품만을 권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고객이 원해도 부적합 상품을 보여주면 불법이다. 하지만 고객이 '불원확인서를 쓰면 권유와 설명, 투자성향 테스트 등 없이 원하는 상품에 가입할 수 있다. 고객이 처음부터 가입하고 싶은 상품이 있다며 불원확인서를 쓰는 건 불법이 아니며, 적합성 원칙 적용에서 예외가 되는 셈이다.
 
과거 사모펀드 등 불완전판매 사태 때 불원확인서가 악용된 관행이 있었던 만큼 이번 준칙 작업 중 금융위에선 아예 불원확인서 자체를 없애자는 얘기도 나온 것으로 알려진다. 불원확인서가 고객 성향에 맞지 않는 고위험 상품 목록을 보여주며 권유할 때 쓰인 사례들이 있기 때문이다.
 
업계를 대변하는 금융투자협회 측은 현실적으로 불원확인서와 부적합확인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협회 관계자는 "불원확인서가 없으면 소비자 선택권을 과도하게 제한할 수 있어서 투자자 권리 차원에서 필요하다"며 "고객이 원하는 상품이 확고하게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가입시킬 방도가 없어지면 금융사도 과도한 민원에 시달릴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금소법이 시행돼도 불원확인서를 금지하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당국은 엄격한 절차를 통해 불원확인서가 위법하게 쓰이지 않도록 볼 전망이다. 당국 관계자는 "투자성향 테스트를 다 한 뒤에 부적합 상품을 보여주면서 불원확인서를 쓰게 하지 않았는지 등 판매 순서가 위법계약 여부를 가를 것"이라며 "판매 일선에서 주의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금소법 시행에 따라 판매 과정은 녹취 등을 통해 세세히 기록된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달 26일 서울 종로구 KB국민은행 광화문종합금융센터를 방문해 은행직원에게 금융소비자보호법 관련 현황을 듣고 있다. 사진/뉴시스
 
 
우연수 기자 coincidenc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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