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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라

'LX' 놓고 국토정보공사-LG 갈등 계속…쟁점은?

사업영역·상표 유사 여부 관건…"소비자 혼동 가능성 따져야"

2021-04-05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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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LX한국국토정보공사와 LG(003550)그룹이 'LX' 상표를 놓고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대로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경우 양측 사업 영역과 상표의 유사 여부가 판결의 쟁점이 될 전망이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X국토정보공사와 LG그룹이 LX를 둘러싸고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공사는 법원에 LX 상표 사용 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기 위해 법률적 검토에 착수했다.
 
양측 모두 대화 의지를 밝혔으나 회동 시점은 아직까지 정해지지 않았다. 공사 관계자는 "아직 법무법인을 선임 하지 않았고 가처분신청 일정도 정해진 것이 없다"면서도 "LX 상표 사용을 막기 위해 법적 조치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은 그대로다"고 밝혔다.
 
이번 사안의 쟁점은 오는 5월1일 출범을 앞둔 신설 지주사 LX홀딩스 사업 영역에 대한 판단이다. 공사는 "LX가 10년 넘게 추진해온 브랜드 사업에 상당한 피해가 우려되고 국민이 혼동할 우려가 높다"고 주장한 반면 LG 측은 "영위하는 사업 내용이 전혀 달라 공사의 주장은 현실성이 낮다"고 반박했다. 
 
한국국토정보공사(위쪽) 로고와 LG가 특허청에 등록한 LX 로고. 사진/공사 및 특허청
 
 
LX홀딩스에 편입될 LG상사는 지난달 24일 정관변경을 통해 사업목적에 '디지털 경제 확산에 따른 전자상거래·디지털 콘텐츠·플랫폼 등 개발 및 운영'을 추가했다.
 
공사는 이에 앞서 2018년 '스마트 사회를 선도하는 국토정보 플랫폼 기관'을 비전으로 설정하고 LX디지털트윈 등 사회기반시설(SOC) 디지털화 사업을 추진 중이다. LX디지털트윈은 인공지능(AI), 5세대 이동통신(5G), 사물인터넷(IoT) 등으로 가상공간에 실물과 동일한 환경을 구현해 사회 문제 해결을 지원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이에 공사는 자사의 LX와 LX홀딩스에 대해 국민이 혼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특허 관련 전문 변호사는 사업 연관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았다. 그는 "LX그룹에 편입되는 계열사 중 ICT 기반 사업을 하는 곳이 있다. 공사 역시 ICT를 접목해 국토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며 "법원에서 사업 연관성이 있다고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관건이 될 부분은 상표의 유사 여부다. 상표는 일반적으로 칭호, 외관, 관념의 세 가지 요소로 판단된다. 이 세 가지 요소 중 하나라도 유사하면 상품의 출처가 혼동될 수 있다고 본다. LX라는 두 글자로 이뤄진 상표는 식별력이 없어 상표 등록이 안 되지만 구체적인 관념으로 직감될 수 있는 이미지가 있을 때는 식별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 LG는 두 회사의 상표가 디자인, 색상 등이 명확히 구분돼 오인 가능성이 적다는 설명이다.
 
소비자의 혼동 가능성도 판단해야 한다. 그는 "소비자는 상표를 보고 어떤 상품 또는 서비스 주체를 인식하기 때문에 그 관념을 상표법으로 보호하는 것"이라며 "상표권자가 상표를 독점적으로 사용하도록 보호해주는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취지는 소비자의 혼동을 막는다는 공익적인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공사가 법적 대응을 예고한 가운데 LG도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는 태도다. 공사가 상표 사용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하면 LG는 가처분 이의신청으로 불복 절차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안이 결국 법적 공방으로 이어지면 준정부기관과 민간기업 간의 대립 구도가 형성된다. 일각에서는 이들의 법적 분쟁을 지켜보는 여론의 시선이 결코 곱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무엇보다 이런 상황이 양측 모두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국민 정서상 기업과 정부 기관이 법적 분쟁을 벌이는 모습을 좋게 보지 않기 때문에 대화를 통해 합의하는 것이 이상적인 결과로 본다"고 말했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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