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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공약 경쟁④)성평등,박영선·오세훈 '재탕' …"보호대상 후진적 시각" 비판

전문가·여성단체 "구체 내용 없어" 평가 절하…경력단절·유리천장 등 과제 산적

2021-04-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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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권력형 성범죄'로 4·7 재보궐선거가 실시되지만, 정작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와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의 성평등 공약이 미진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두 후보 모두 경력단절 예방, 여성 안심 귀가 서비스 등 다양한 방안을 내놨지만, 전문가들과 여성단체들은 이미 시행 중인 정책을 재탕하는 수준이며, 여전히 여성을 '모성', '보호받아야 할 존재'로만 인식하는 후진적 시각을 담았다고 비판했다. 
 
3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후보자 공약에 따르면 오세훈 후보는 5대 핵심 공약 중 '성별연령별 맞춤형 지원'을 통해 경비원·CCTV·안전장치 확대 등과 같은 '안심 체계 구축'을 내걸었다. 
 
구체적으로  △종합학대예방센터 △남녀 공용화장실 완전 분리 추진 △여성 안심 귀가 서비스 △GPS 장착 카드택시 이용 시 보호자 휴대폰으로 승객 승하차 정보 전송 및 이동 경로 실시간 확인 서비스 △시작 직속 '1인 가구 보호특별대책 본부' 설치 등이다. 
 
박 후보는 핵심 5대 정책 중 '20대 청년과 노동자, 여성을 위한 약속'에서 △'24시간 전방위 여성 안정체계 보장'을 위해 1인가구 스마트 안심 호출기 지원 △1인가구 밀집지역 골목길을 경찰 상시 순찰, △안심 귀가 스카우트 인원 증원 등을 공약에 포함시켰다. 
 
이에 대해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입장문에서 "(두 후보의 공약은)여성을 모든 공간에서 안전하고 평등하게 삶을 살아갈 권리가 있는 시민이 아니라 임신·출산·육아를 하는 '모성' 또는 특정 공간이나 특정 서비스를 통해 '안전'하게 '보호받아야 하는 대상'으로 바라보는 협소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와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이번 보궐선거에서 발표한 성평등 정책 주요 내용.
 
두 후보 모두 '경력단절' 정책도 내놨됐다. 오 후보는 '경력단절 여성의 일자리 찾기 프로그램'을 강화할 방침이다. 하지만 오 후보 공약은 이미 전국의 지방자치단체가 각자 진행하고 있어 새로운 정책은 아니라고 여성단체들을 꼬집었다.
 
박 후보는 '예방적 조치'를 담았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갖는다. 경력단절 예방과 유리천장 해소가 핵심이다. 일과 생활의 균형을 찾아 가족돌봄노동을 부부가 함께 할 수 있다면, 경력단절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이다. 또 노동시간 단축을 강조했다. 규제 사각지대에 놓인 중소기업 노동자들이 유연하게 시간을 활용한다면 남은 시간을 가족돌봄에 투입될 시간이 늘어날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또 박 후보는 유리천장 해소를 위해 '성평등임금 공시제'를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성평등임금 공시제는 차별적 임금 실태를 공개하 것으로, 직급별·직종별·재직연수별·인건비구성항목별로 분석한 결과를 공개하는 방식이다. '성평등임금 공시제'는 당초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로 현재 서울시가 투자 출연기관을 대상으로 성평등임금 공시제를 시행 중이다. 이에 박 후보는 "서울시 민간 위탁 기관들가지 확대 적용할 것”이라며 “민간 기업에서 성평등 공시제를 활용할 경우 인센티브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국여성의전화는 논평에서 "'여성폭력 예방팀 신설', 사후적 대책에 불과한 '스마트 안심호출기 지급 확대' 등 박 후보의 공약은 이미 수없이 본 듯한 선언만이 있을 뿐 그 구체적 계획은 전무하다"라고 평가절하했다. 
 
그러면서 "보궐 선거의 원인을 성폭력으로 지적하며 공세 중인 오세훈 후보의 공약도 마찬가지"라며 "'종합학대예방센터', '무관용 원칙', '고위직 성폭력 예방교육 이수' 등의 공약은 지금껏 성폭력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쏟아져 나왔지만 실행되지 않은 대책들"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 출마한 박영선(왼쪽)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25일 오전 구로역과 응암역에서 각각 선거 유세를 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국회공동기자단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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