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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안나

(기자의 눈) 기업들 '전자투표제' 도입 적극 동참해야

2021-03-31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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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1부 권안나 기자.
지난 26일은 국내 주요 기업들의 주주총회가 대거 몰리는 '슈퍼 주총데이'였다. 그 중에서도 많은 주주들의 관심을 모은 곳이 있었으니, 바로 '금호석유화학' 주주총회다. 경영권을 사수하려는 박찬구 회장과 숙부에게 반기를 든 조카 박철완 상무 간의 경영권 분쟁의 승패를 가르는 중요한 자리였기 때문이다.
 
현장은 예상대로 붐볐다. 100명 내외의 주주들이 주총장에 마련된 좌석을 채우고도 자리가 모자라 주총장 외부에 별도의 중계 공간이 마련되기도 했다. 이날 위임을 포함해 의결권을 행사한 주주들의 머릿수는 2000명이 넘었다. 
 
그런데 그 많은 사람들을 불러놓고도 주주총회가 제대로 개회하기까지 3시간이 넘게 소요됐다. 주최측에서는 "중복 의결권 등을 확인하고 유효한 의결권을 확인하는 데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며 30분, 30분씩 양해를 구했고, 11시40분경 개회를 알리고 나서도 다시 정족수의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며 30분 넘게 또 정회했다. 
 
긴 기다림 끝에 총회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나자 의장의 인삿말과 함께 이날 주주총회 진행방식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는데, 한번 더 '뜨악'했다. 이날 주주총회에는 총 7개의 의안에 대해 22개의 안건이 상정됐는데, 박철완 상무의 주주제안과 사측의 의안이 상충될 경우 의안별로 현장 투표에 부친다는거다. (주총의 참여자가 아닌 관람자의 입장에서는) 또 상당한 시간이 걸리겠구나 싶었다. 총 9번에 걸쳐 현장에 참석한 주주들에게 일일히 투표용지를 나눠주고, 투표 하고, 개표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주총은 결국 휴회없이 2시가 넘어서야 폐회됐다. 
 
이보다 더했던 지난 2019년의 삼성전자 주주총회가 생각났다. 삼성전자는 2018년 액면분할로 소액주주수가 5배 가까이 증가했고, 그 첫 주주총회에는 1000여명의 인원이 참석했다. 주총장에 들어가기 위한 대기줄은 놀이공원을 연상케할 정도였다. 주총 시작 시간 후 1시간 정도가 걸려 입장이 겨우 완료됐는데, 상정 안건을 결의할 때 동의 여부를 박수로 통과시키는 방식에 대해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랬던 삼성전자가, 올해는 주주총회 방식의 전폭적인 변화를 꾀했다. 코로나19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해 사전에 온라인 중계 신청을 받아 링크를 전달했고, 전자투표제를 도입했다. 현장에서도 전자투표를 통해 의결권 행사가 가능토록 했다. 운영의 효율성을 대폭 끌어올리면서 오전9시에 시작한 주총은 오후12시20분에는 종료됐다. 금호석유화학 보다 현장 참여 주주수는 10배가 넘었지만 주주들의 접근성과 만족도는 훨씬 높은 주주총회로 평가됐다. 
 
금호석유화학의 주총 시간이 유독 길게 느껴졌던 건, 어쩌면 그동안 기자가 10분, 20분만에 속전속결로 끝나던 '거수기 주총'에 익숙해져서 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온라인 중계와 전자투표제 같은 선진화된 도구가 마련돼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량적 시간이 아닌 '정성적' 접근이 필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의도하든 의도치 않든, 비효율적인 주총 진행 방식은 의결권을 행사하고자 하는 주주들의 의지를 저하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자투표제는 주주가 거리 또는 시간적 여건으로 주총에 출석하지 못할 때 인터넷을 통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2020년부터 도입된 제도다. 시행 10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기업들의 도입 비중은 절반 수준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안타깝다. 아이들의 손을 이끌고 주총장을 찾는 엄마와 청년 주주들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권리를 행사하는 데 인색했던 주주들이 변화하고 있다면, 주주총회를 숙제처럼 여겨왔던 기업 문화도 달라져야 하는 것 아닐까. 주주의 권익을 지켜주기 위한 최선의 정책이라면 뭐든 도입해야 하는 게 그들의 돈으로 경영하는 주식회사의 의무이기 때문이다. 
 
권안나 기자 kany87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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