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기자
닫기
최용민

yongmin03@etomato.com

하루하루 버티는 당신에게 힘이 되는 기사를 쓰겠습니다.
(일상 된 땅 투기)①직장인부터 20대까지…'묻지마 투자'

업 계약서에 상가 권리금 뻥뛰기 만연

2021-03-29 15:28

조회수 : 3,024

크게 작게
URL 프린트 페이스북
한국토지주택공사 (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이 확산하고 있는 17일 전북 전주시 한국토지주택공사 전북지역본부 모습.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최용민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 땅 투기 의혹 사건으로 공무원과 공공기관 직원들의 내부 정보를 이용한 부동산 투기 의혹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불법적 정황이 포착된다면 이들에 대한 철저한 처벌로 공직사회 기강을 바로 세워야 한다. 문제는 논란이 된 LH 직원과 공무원만 처벌한다고 또 다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을 것인지 여부다. 부동산 투기가 일상이 된 사회에서 또 다시 이런 논란이 일어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먼저 공인중개사를 통한 편법은 이미 우리사회에 만연해 있다. 업 계약서 및 다운 계약서 작성은 작은 일에 불과하다. 중간 수수료 마진을 높이기 위한 집주인과의 밀약도 게의치 않는다.
 
전매 제한 아파트를 미리 팔아 수수료를 챙기는 불법까지 일상이 됐다. 이제는 일반인들도 부동산 불패 신화에 젖어들며 부동산 투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최근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벼락거지’가 되지 않기 위한 의지가 누구보다 강하다.
 
◊공인중개업이 만들어 놓은 부동산 편법 사회
 
“빌라를 매매하는데 공인중개사가 업 계약서를 제안했다. 실제 거래 가격보다 1억원가량 높게 계약서를 작성하면 대출금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매도자도 1가구 1주택이라 업 계약서를 써도 양도소득세가 면제라 돈만 조금 주면 업 계약서를 써줄 것이라고 하더라. 1억원을 높게 계약서를 작성해도 빌라의 경우 주변 시세가 정확하지 않기 때문에 튀는 거래로 잡히는 경우도 거의 없다고 했다.”(40대 최모씨)
 
“막내 아들이 대학에 입학하면서 남편과 함께 제주도로 이사하려고 후임 상가 세입자를 구하는데 공인중개사가 권리금을 2배로 받아줄 수 있다며 상가 주인과 나가는 날짜를 이야기를 잘 해보라고 하더라. 2배라는 말에 제안을 거절할 수 없어서 제주도 이사 날짜까지 조금 미루면서 원래 받으려던 권리금의 1.5배가량 받고 상가를 털었다. 중간에 공인중개사에게 수고비 명복으로 더 많은 중개비를 줬다.”(50대 김모씨)
 
“전매가 제한된 아파트 분양에 당첨됐는데 사실 자금이 부족해 고민하고 있었는데 공인중개사가 전매할 수 있다며 바로 프리미엄을 받고 분양권을 팔 수 있다고 하더라. 분양권 매수자와 계약서를 쓰는데 알고 보니 분양권 전매에 대한 계약서를 쓰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매수자에게 돈을 빌렸다는 차용증을 쓰고 내 분양권을 담보로 잡는 방식으로 진행하더라. 이 차용증을 공증 받아서 나중에 소유권 이전이 안 될 경우 이 차용증을 활용한다고 들었다.(40대 장모씨)
 
부동산을 사고팔려는 사람들이 흔히 접할 수 있는 상황이다. 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 사건으로 부동산 투기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우리 사회는 이미 부동산 가격 상승을 위한 편법에 많이 노출됐다는 이야기다.
 
그 중심에 바로 부동산과 관련해 많은 정보를 갖고 있는 공인중개사가 있다. 부동산 가치 상승과 함께 위에 나온 편법들은 함께 발전하고 성장해 왔을 것이다. 사실 내 부동산 가치를 높여주겠다는데 싫어할 사람은 없다.
 
사실 이런 편법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는 아니다. 과거 강남 부동산 개발부터 일명 ‘떳다방’이 기승을 부렸고, 2000년대 초반 아파트 분양권 전매가 시작된 이후에도 위에 설명한 내용처럼 차용증을 이용해 분양권을 불법 전매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
 
여기에 양도소득세를 줄이기 위해 다운계약서를 작성하는 사례도 과거에 성행하던 편법 중 하나다. 위에 설명한 업 계약서는 최근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심해지면서 새롭게 등장한 편법 중 하나로 평가된다.
 
서울시내 공인중개사 모습. 사진/뉴시스
 
◊ 직장인 부터 20대 대학생까지...부동산 투자 ‘올인’
 
“현재 아파트에 살고 있고, 갭 투자한 빌라가 하나 있다. 여기에 경기도 동탄에 분양권과 입주권을 가지고 있다. 정부가 분양권도 주택으로 간주하면서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 규제를 피할 수 없게 됐다. 빌라를 먼저 팔아야 되는지, 분양권이나 입주권을 먼저 팔아야 되는지, 세금을 가장 적게 낼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싶은데 정부 정책이 너무 복잡해 세무사에게 물어봐도 쉽게 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40대 직장인 김모씨)
 
“지난 2017년에 매수한 아파트가 현재 2배가 넘게 뛰었다. 매수 당시 5천만원도 안 되는 대출을 받아 빚을 갚고 있는데, 대출이 적어 수 억원은 그냥 내 돈이 됐다. 이런 사실을 이야기하니 주변에서는 바보라며 최소 2~3억원은 대출이 나오는데 대출 받아서 빨리 다른 곳에 투자하지 않고 뭐하고 있냐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 이야기를 들은 것도 벌써 1년 전이다. 그 사이 부동산 가격이 또 올랐는데 땅을 치고 후회하고 있다.”(30대 최모씨)
 
“요즘 유튜브를 보면 2000만원으로 투자해 1억원 벌기, 반지하 경매로 재건축 분양권 얻기 등 부동산 투자와 관련해 컨텐츠가 많다. 유튜브 시청에서 직접 경매를 해보기 위해 최근 경매학원을 등록했다. 특히 요즘에는 단순히 시세보다 싼 부동산을 경매로 사서 시세를 받고 파는 1차원적 경매는 구식으로 평가받는다. 땅이나 상가 등은 구매 후 얼마든지 가치 상승을 위한 변화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큰 매력이 있다.”(20대 김모씨)
 
최근에는 공인중개사 뿐 아니라 일반인도 부동산으로 돈을 벌기 위해 골몰하는 모습이다. 예전에는 주부들을 중심으로 이뤄지던 부동산 투자였지만, 이제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다. 직장인은 물론 20대들 사이에서는 이미 공부해서 직장 취직해봐야 ‘벼락거지’를 못 면한다는 우스게 소리가 회자된다. 이 때문에 취업 공부 대신 부동산 공부에 열을 올리는 젊은 층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최근 부동산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이유는 무엇보다 부동산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특히 문재인정부 들어 아파트 가격 상승은 굳이 수치를 확인하지 않아도 몸소 느낄 수 있을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남들은 다 부동산으로 돈을 버는데 나만 벌지 못한다면 상대적 박탈감은 더욱 커진다. ‘벼락거지’라는 말이 나온 이유도 이 때문이다. 성실하게 일하면서 부동산 투자만 안 했을 뿐인데, 어느 순간 거기가 됐다는 자조적인 말이다.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벼락거지’가 되지 않기 위해 모두 부동산 투자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사회가 만들어졌다는 뜻이다.
 
여기에 낮은 이자도 부동산 투자 열풍에 기름을 부은 것이 사실이다. 은행에 돈을 넣어놓는 순간부터 가치가 하락하는 사회에서 은행에 돈을 맡기는 사람은 없다. 아울러 이자가 낮은데 돈을 안 빌리는 사람도 없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부동산 불패신화를 잠재울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
  • 최용민

하루하루 버티는 당신에게 힘이 되는 기사를 쓰겠습니다.

  • 뉴스카페
  • email
  • face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