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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율

(산으로 가는 가상화폐 정책④)글로벌 지위 격상된 가상화폐…국내는 갈길 멀어

대형 투자자들의 러브콜에 비트코인 광풍

2021-03-29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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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선율 기자] 자동차를 사고, 기부를 하는 등 가상화폐가 전 세계에서 새로운 결제수단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국내 금융당국은 여전히 가격 변동성을 이유로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최근 시행된 특정금융정보법 개정안(특금법)만 보더라도 가상화폐를 투기성 자산으로만 보고 규제에만 몰두하는 모습이다.
 
이달 25일부터 시행하고 있는 특금법의 취지는 자격 미달의 거래소를 퇴출시켜 시장을 정화하는 한편 거래 투명성을 강화해 세수를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내년부터 250만원이 넘는 소득금액에 22%(지방세포함)의 세율을 매긴다. 암호화폐를 증여하거나 상속할 때도 상속·증여세가 붙는다. 
 
명분은 좋지만 산업계 실태를 반영하지 못한 아쉬운 규제라는 시각이 많다. 블록체인이 가지고 있는 탈중앙화·익명성 보장 등의 성격을 감안한다면 해외 거래소에서 거래할 경우 이를 실질적으로 통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업계는 정부의 이같은 세금 정책에 대해 국내 거래소를 대신할 해외 거래소에 대한 관심만 키우는 꼴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비트코인. 사진/픽사베이
 
결국 정부가 선입견을 버리고 가상자산의 화폐 기능에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비트코인 광풍이 불었던 2018년과 지금의 열기는 다소 차이가 있다. 가장 큰 변화는 대형 투자자들의 잇단 시장진입을 꼽을 수 있다. 그동안 가상화폐를 자산으로 한정해봤다면 지금은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는 넓은 의미의 화폐 수단으로 보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널리 알려진 페이팔의 가맹점 상품 구매나 테슬라 구매 외에도 해외에선 가상화폐를 결제수단으로 받아들여 적극 사용하는 곳이 계속해서 늘고 있다. 일본에선 지난해 4월 비트코인을 합법적 결제수단으로 인정해 현재 26만곳의 식당과 상점들에서 비트코인이 쓰이고 있다. 미국 플로리다주의 마이애미시는 비트코인으로 공무원의 급여를 지급하는 한편 세금도 납부받고 있다. 
 
국내에서도 가상화폐 결제 상용화를 위한 움직임이 태동하는 중이다. 전자결제대행업체인 다날의 자회사 다날핀테크는 페이코인으로 편의점·음식점·서점 등 약 6만개 온·오프라인 가맹점에서 결제 가능한 서비스를 상반기내 선보일 예정이다. 
 
페이코인. 사진/다날 핀테크
 
그러나 이같은 국내 움직임도 거래 활성화를 돕는 제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무엇보다도 가상화폐를 엄연한 자산시장으로 인정하기 위해선, 현재 특금법에 따라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를 받고 있는 금융정보분석원(FIU)의 통제 기능에만 기대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상화폐가 블록체인 기술과 불가분 관계에 있는 만큼 블록체인 기술 발전과 시장 활성화를 함께 도모할 수 있는 또 다른 주체가 나설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의 경우 가상화폐가 은행권의 역할까지 대신하며 장악력을 넓히고 있는데 이는 가상자산에 대한 정부의 긍정적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라면서 "국내는 현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중소벤처기업부 등에서 블록체인 산업 생태계를 넓히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데 현 수준으로는 지원금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정부가 가상자산을 투기자산으로만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블록체인 산업 생태계를 구성하는 하나의 단위로 인식하고, 블록체인 관련 기술을 육성하는 데 주저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이 관계자는 "블록체인을 가지고 어떻게, 어떤 기업들에게 지원을 해주는지가 중요한데 이에 대한 문턱도 높다"면서 "블록체인 기술과 관련해 산업계와 시장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정책을 유기적으로 펴나가야 하고, 이를 위해선 정부부처간 긴밀한 지원과 협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선율 기자 melod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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